작가 스티븐 킹

작가 스티븐 킹 ⓒ Wikimedia Commons

 
2019년, 두 편의 공포영화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7년 개봉해 전 세계 호러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그것>의 후속편 <그것: 두 번째 이야기>와 스탠리 큐브릭의 전설적인 공포영화 <샤이닝>의 뒷이야기를 다룬 <닥터 슬립>이다. 두 영화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주로 공포/판타지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는 스티븐 킹은 세계적으로 3억 5천만 부 이상의 소설이 팔릴 만큼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이자 문학계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약 50편의 장편과 200편의 단편을 발표한 스티븐 킹은 가장 많은 작품이 영화/드라마화 된 작가이기도 하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의 개봉에 앞서 스티븐 킹의 작품에 대한 기사를 3번에 걸쳐 내보내고자 한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스티븐 킹의 잘 알려진 공포 영화들을, 두 번째 기사에서는 숨겨진 보석 같은 영화들을, 세 번째 기사에서는 반전 매력을 선보이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두 번째 기사에서는 '나만 알고 싶은' 스티븐 킹 원작의 보석 같은 공포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론머 맨> 스틸컷

<론머 맨> 스틸컷 ⓒ Allied Vision

  
<론머 맨>(1992)
 
다작 작가들의 공통점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SF 장르는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작가들에게 있어 도전해 보고 싶은 영역이자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론머 맨>은 스티븐 킹 특유의 공포에 SF적인 색을 더한 작품으로 1992년 당시에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충격적인 전개와 장면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영화이다. 지금은 다소 익숙해진 VR의 세계를 다룬 이 영화는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윤리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극 중 배경은 20세기 말, '가상현실(VR)'이라는 기술이 널리 이용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컴퓨터 속 가상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천재 과학자 엔젤로는 이 기술을 인류 발전을 위해 쓰려고 하지만 실험 대상인 침팬지가 공격성이 증대되어 우리를 탈출한 후 사살 당하자 연구를 접게 된다. 하지만 이 연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엔젤로는 죠브라는 정신지체 청년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시킨다. 실험을 통해 죠브는 놀라운 지적 능력 향상을 보이나 공격성이 증대되고 끝내 자신을 '신'이라 여기며 악의 화신으로 변해간다.
 
<론머 맨>은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충격을 주는 건 물론 1992년 당시 VR의 영역까지 발을 넓혀 독특하고도 신선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준다. 가상현실을 재현해낸 영상미와 VR의 혁신적인 미래를 그려낸 상상력, 발달된 지적 능력으로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을 복수하고 점점 악에 물들어 가는 죠브의 모습이 주는 공포는 지적인 호기심과 공포 장르의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쿠조> 스틸컷

<쿠조> 스틸컷 ⓒ Sunn Classic Pictures

  
<쿠조>(1983)
 
스티븐 킹의 공포소설이 지닌 위력은 묘사에 있다. 한 개인이 공포에 빠지고 그 순간 어떻게 공포가 자신에게 다가오는지를 세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이 압권이다. 스티븐 킹은 소설 속에서 광기나 압박을 섬세하게 묘사해 독자의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게 만든다. 때론 SF적인 상상력이나 괴물이나 유령 같은 존재를 등장시켜 공포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스티븐 킹의 작품들은 '가장 무서운 건 우리 주변에 있다'는 말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공포를 선사하기도 한다.
 
<쿠조>는 이야기 구조가 단순한 작품이다. 선한 눈을 지닌 세인트 버나드종 개 쿠조가 어느 날 광견병에 걸려버린다. 바람을 피우다 남편에게 걸려 가정이 풍비박산 날 위기에 처한 도나는 자동차를 고치기 위해 정비소로 향했다가 쿠조의 공격을 받게 된다. 쿠조의 공격을 피해 아들과 함께 차 안에 갇힌 한 여인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숨 막히는 공포와 인물 내면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 영화가 밀폐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극한의 공포를 담아내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쿠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것이다. 다른 공포영화에 비해 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장면은 적지만 거대한 이빨을 드러내며 침을 흘리는 쿠조의 모습은 두려움과 긴장감을 유발해낸다.

두 번째는 쿠조의 종이 세인트 버나드라는 점이다. 세인트 버나드는 보통 상냥하고 온화한 성격에 축 처진 눈과 볼이 귀여운 인상을 준다. 하지만 동시에 세인트 버나드는 최고의 구조견으로 뽑힐 만큼 근육질의 두터운 몸을 지니고 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세인트 버나드 종의 개 쿠조가 광견병에 걸려 이빨을 내밀면서 기존 이미지와 상반된 매력을 선사하고, 이를 통해 관객을 극한의 긴장감으로 몰아넣는다.
 
 <나이트 플라이어> 스틸컷

<나이트 플라이어> 스틸컷 ⓒ New Amsterdam Entertainm

  
<나이트 플라이어>(1997)
 
문학계와 영화계에서 수많은 작품들이 매력적인 흡혈귀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세련된 스토리에 묶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에 성공한 작품이 많지는 않다. 여자, 피, 십자가, 관 같은 흡혈귀와 관련된 강렬한 상징물이 작가의 상상력을 가로막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이트 플라이어>는 흡혈귀와 관련된 작품 중 상상력의 측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저널리즘의 공포를 흡혈귀를 통해 풀어내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시선을 끈다.
 
'공포'는 인간의 내면과 마주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흔히 공포 때문에 마주하게 되는 내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 번째는 욕망이고 두 번째는 억압이다. 이 작품이 표현하는 공포는 전자에 가깝다. 연이어 비행장에 목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죽은 시체들이 발견되고 고참 기자 리차드와 신참 기자 캐서린은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리차드는 점점 살인마의 살인행각에 빠져들게 된다.
 
작품은 저널리즘을 흡혈귀의 연쇄살인사건과 연결시키며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공중을 날아다니며 경비행기에 탄 사람들을 노리는 흡혈귀의 살인행각은 잔혹한 화면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
 
 <데드존> 스틸컷

<데드존> 스틸컷 ⓒ Dino De Laurentiis Compan

  
<데드존>(1983)
 
가끔 TV나 유튜브에서 영화를 소개해주는 방송이나 채널을 볼 때면 '이 영화 참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할 만한 영화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막상 해당 영화를 찾아 봤다가 실망하는 일도 있다. 이런 실망은 독특한 아이디어와 이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전개만을 중심으로 영화를 소개했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영화는 흐름이고 리듬이며 하나의 이야기를 어떤 플롯으로 담아내는지가 중요한 열쇠라 할 수 있다. <데드존>은 어쩌면 <캐리> <샤이닝>과 함께 초기 스티븐 킹 원작 영화 중 최고로 손꼽힐 수 있는 영화였지만 너무 많은 에피소드를 담아내려는 욕심 때문에 높은 완성도에는 도달하지 못한 아쉬운 작품이다.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한 자니는 5년 동안 식물인간 신세가 된다. 깨어난 자니는 미래를 투시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니게 된다. 타인의 손을 잡기만 하면 그 사람의 과거나 미래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게 된 것. 이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며 명성을 쌓던 자니는 옛 연인 사라의 남자친구이자 대통령 후보를 만나게 된다. 그와 손을 잡은 순간 자니는 그가 파멸을 이끌 전쟁광이라는 걸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암살계획을 꾸민다.
 
<데드존>은 미래나 과거를 볼 수 있는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성해냈다. 다만 단편적인 에피소드에 방대한 내용을 몰아넣으려다 보니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고 결말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작품으로 남고 말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지닌 독특한 아이디어와 흥미로운 전개, '초능력'과 관련된 심오한 질문은 스티븐 킹이 지닌 원작의 매력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옥수수밭의 아이들> 스틸컷

<옥수수밭의 아이들> 스틸컷 ⓒ Hal Roach Studios

  
<옥수수밭의 아이들>(1984)
 
때로 뉴스에서 아이들이 저지른 끔찍한 살인이나 폭행 사건을 다룬 걸 볼 수 있다. 어른들보다 더 잔인하고 무자비한 아이들의 행동에 치를 떨 때가 있다. 아이들은 순수함과 무지함을 동시에 갖고 있고, 그래서 내면에 빈 공간이 많다. 문제는 이 빈 공간을 선이 아닌 악이 채울 때다. 하얀 건 빠르게 검게 물들기 마련이다. 특히 뭐든 빠르게 배우고 습득하는 아이들일수록 더 어둠에 쉽게 물들기도 한다.

종교가 지닌 광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한 <옥수수밭의 아이들>은 도입부부터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마을 어른들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장면을 통해 시각적인 잔혹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종교의 광적인 믿음을 보여주는 대상으로 아이들을 택한다. 극 중 아이들은 개인의 신념이 부족하고 경험이 많지 않다. 그들은 가볍게 현혹되며 자기들끼리 뭉칠 때 더 잔인해지고 악독해진다. 마을에 우연히 나타난 소년 아이작에 의해 다른 아이들까지 현혹되어 살상을 거듭한다. 그 배경이 옥수수밭이라는 점, 그리고 영화에 묘사된 어둡고 기괴한 아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섬뜩하다.
 
한때 손에 꼽히는 오컬트 영화로 이름을 알렸던 <옥수수밭의 아이들>은 공포를 주는 대상이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그 감도가 다소 강하지 못하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후 훌륭한 오컬트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후순위로 밀리게 된 영화지만 옥수수밭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의식과 아이들을 통해 표현한 집단의 그릇된 믿음과 광기, 피가 낭자하는 잔혹한 살인 장면은 이 작품만이 지닌 여전한 힘을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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