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대들> 포스터

영화 <광대들>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40여건의 기이한 현상 뒤에 '광대들'의 활약이 있었다는 상상력을 버무린 퓨전사극이다. 세조는 조카를 죽이고 왕이된 군주라 민심은 흉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부병까지 걸려 건강까지 위태로웠다. 이에 한명회는 장안에 소문난 광대패에게 민심을 조작해달라 의뢰한다. 선거철이 되면 언론과 인터넷이 여론조작이 민심을 들었다 놨다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조실록의 이적 현상 뒤에 광대가 있었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현대로 따지면 한명회는 엔터테인먼트 사장, 광대들은 소속사에 속한 연예인같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발탁돼 시험삼아 오디션을 봤고, 연습 시절 없이 바로 무대로 투입되었다. 미션내용은 폭군 세조를 성군으로 만들라는 것이였다.

실제 세조 실록에는 성군이 행차하자 소나무가 가지를 들어올려 가마를 자나가게 했고, 황색구름이 일자 사방의 꽃비로 향기가 천리까지 전해졌다고 쓰여있다. 게다가 임금이 행차한 금강산길에는 화엄경 속 담무갈보살께서 1만 2천 보살을 이끌고 나타났다고 한다. 백성의 인기를 얻고자 했고, 역사에 성군으로 기록되고 싶던 세조는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한다. 이렇게 하늘까지도 보호하는 성스러운 왕을 음해하고 곡해 자는 천벌을 받을 거라는 소문이 장안에 퍼진다.

신성한 왕의 기묘한 이야기를 본 백성 두 개의 눈은 네 개가 되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며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홍보효과 따로 없이, 남얘기 좋아하는 구전이 한 몫 했다. 뜬소문은 전국팔도에 퍼지게 되는데 그게 다 끼많은 광대들 때문이다.
  
 영화 <광대들 : 풍문조작단> 스틸컷

영화 <광대들 : 풍문조작단> 스틸컷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광대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유일한 천민이었고, 비록 비천하고 가난할지언정 바른말을 할 줄 아는 시대의 예인이었다. 또한 진실을 감추려하지 말아야하며, 기억에서 잊히지 않도록 계속 떠들어대야한다는 신념을 가진 그룹이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한명회의 눈에 들어 무대 공연을 올리듯 단단한 팀워크를 보여준다. 하지만 예술도 돈이 있어야 하는 법. 제법 큰 스폰서 한명회를 만나, 원하는 것을 하나씩 이루자 변질되기 시작한다.

초반의 신선함이 사라지고 중구난방 아쉽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광대들은 탄탄한 각본과 진짜 같은 음향효과, 날아가던 참새도 떨어뜨릴 시각효과, 메소드연기와 신들린 에드리브까지 선보이며 세조의 미담제조기로 전락한다. 하지만 초반 발랄한 코미디였던 분위기가 어느 순간 진지한 정치색을 띤다. 그때부터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매력은 사라지고 역사에 기댄 평범한 영화가 되었다.

풍문을 조작하고 공갈로 평판을 바꾸는 기본 모토가 흔들리면서 캐릭터들의 매력도 시들해졌다. 조진웅과 손현주라는 믿고 보는 네임밸류, 고창석, 김슬기로 구성된 코미디, 윤박과 김민석도 그저그런 캐릭터로 전락했다. 특히 힘 없는 세조 역의 박희순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역사란 팩트에 기대 팩션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사례가 되어버렸다.
 
 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 스틸컷

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 스틸컷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역사란 무릇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된다. 힘있는 자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혁명이란 모름지기 피를 뿌리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 세조는 자신의 욕망을 대의명분이란 프레임에 끼우고자 했고, 폭군 중의 폭군으로 기록되었다. 아마 후대에 기록된 자신을 윤색하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성군과는 멀어도 너무 먼 평가를 무덤 속에서 알기나 할까?

시도는 좋았다. 조선시대 유튜버, 파워블로거, 무대 연출가, 연기자, 성우, 콘텐츠 창작자 등을 총망라한 기발한 영화였다. 하지만 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넣고 싶었던 욕심이 컸던 결과일까. 조선판 <나우 유 씨미>, 코믹버전 <왕의 남자>를 보여주고 싶었던 바람이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았나 아쉽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광대들 풍문조작단 한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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