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복귀를 위해 타격 훈련을 재개한 강백호

1군 복귀를 위해 타격 훈련을 재개한 강백호 ⓒ kt 위즈

 

kt가 한화를 상대로 짜릿한 한 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10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터트리며 5-4로 승리했다. 7회초까지 2-4로 뒤지다가 7회말에 터진 역전 3점 홈런에 힘입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kt는 5위 NC 다이노스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유지하며 치열한 5위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52승1무56패).

kt는 선발 김민수가 6이닝5피안타3사사구4탈삼진4실점으로 제 몫을 했지만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7회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정성곤이 시즌 3승째를 올렸다. 이제 마무리 자리가 점점 어울리는 이대은도 공2개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지며 12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kt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7회 역전 3점 홈런을 포함해 1군 복귀 3경기 만에 멀티 홈런을 신고한 '천재' 강백호였다.

역대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 세우며 여유 있게 신인왕 등극

KBO리그는 2008년의 최형우(KIA 타이거즈)를 시작으로 2016년의 신재영(키움 히어로즈)까지 9년 연속 프로 경력이 있는 '중고 신인'들이 정규리그 신인왕을 독차지했다. 물론 이 기간에도 고교 및 대학야구를 주름잡던 슈퍼루키들이 수 억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마추어 시절에 당한 혹사와 프로에서의 경험 부족으로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순수 신인왕의 계보가 끊어진 기간이 두 자리가 될 위기를 끝낸 선수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였다. 슈퍼스타 출신 이종범 코치(LG트윈스 2군 총괄코치)의 아들인 이정후는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타율 .324 2홈런47타점111득점12도루로 역대 신인 최다안타,최다득점 기록을 새로 쓰며 10년 만에 순수 신인왕에 등극했다. 이정후는 작년 시즌에도 부상으로 35경기에 결장하고도 타율 3위(.355)를 차지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자리 잡았다.

이정후가 10년 만에 차지한 순수신인왕 계보는 작년 시즌 kt의 강백호가 이어 받았다. 서울고 시절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이자 청소년대표 4번타자로 이름을 날리던 강백호는 프로에 입단해 투수 대신 타격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1군 참가 4년 째를 맞는 kt에도 NC의 나성범이나 박민우 같은 '자체 생산' 스타 플레이어가 필요했고 강백호는 분명 미래의 슈퍼스타가 될 자질을 갖춘 특급 유망주임에 분명했다.

결과적으로 kt와 강백호의 선택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프로 데뷔전이자 작년 시즌 개막전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괴물신인'의 등장을 알린 강백호는 지명타자와 좌익수를 오가며 kt의 상위 타선에서 활약했다. 물론 루키 시즌의 이정후 만큼 정교하진 않았지만 대신 강백호에게는 이정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파워가 있었다. 

실제로 강백호는 작년 시즌 138경기에서 타율 .290 29홈런84타점108득점을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고졸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KBO리그 역사에서 강백호보다 많은 홈런을 기록한 루키는 1996년 30-30클럽을 달성했던 '리틀쿠바' 박재홍(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뿐이다. 결국 강백호는 김혜성(키움)과 양창섭(삼성 라이온즈)을 큰 점수 차이로 제치고 여유 있게 신인왕 트로피를 차지했다.

10일 한화전 멀티 홈런으로 두 자리 수 홈런과 함께 타율 1위 등극

물론 입당 당시 4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았지만 2700만원의 연봉으로 29홈런84타점이라는 성적을 낸 강백호는 올 시즌 343%가 인상된 1억2000만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강백호는 작년 이정후의 1억1000만원을 1년 만에 경신한 역대 2년 차 최고 연봉 선수에 등극했다. kt에 부임한 이강철 신임 감독은 올 시즌 강백호를 테이블 세터가 아닌 중심 타자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백호를 중심타선에 배치한다는 것은 강백호에게 더 많은 장타와 타점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발력이 낮아진 공인구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강백호는 시즌 개막 후 78경기 동안 단 8홈런에 그치며 장타 생산이 작년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홈런이 줄었다고 해서 강백호가 2년 차 징크스에 빠진 건 절대 아니다. 강백호는 홈런이 줄어든 대신 타격의 정확도는 더욱 향상돼 .330 이상의 높은 타율을 유지했다. 

지난 6월2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외야 펜스 철망을 잡다가 손바닥이 깊게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강백호는 수술을 받으면서 40일 넘게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kt는 강백호가 빠져 있는 동안 외국인 원투펀치와 마무리 이대은, 그리고 백전노장 유한준 등의 활약에 힘입어 5강 싸움을 이어갔다. 강백호는 지난 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복귀했지만 2경기에서 6타수2안타1득점에 그쳤고 kt는 두산에게 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천재'에게 긴 적응기간은 필요 없었다. 잠실 원정 2연전을 마치고 수원으로 돌아온 강백호는 한화를 상대로 결승 역전 3점 홈런을 포함해 3안타(2홈런)4타점을 폭발하며 단숨에 시즌 두 자리 수 홈런을 채웠다. 시즌 타율을 .344로 끌어 올린 강백호는 롯데전에서 1타수 무안타에 그친 박민우(NC, .343)를 제치고 타율 1위로 뛰어 올랐다. 후반기 무서운 질주로 타율왕 경쟁을 했던 작년 이정후의 행보를 강백호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박민우나 호세 페르난데스(두산, .337),김현수(LG, .332)처럼 추격을 하고 있는 선수들도 경계해야 하지만 타율왕 경쟁의 가장 큰 변수는 옆구리 부상으로 한 달 째 결장하고 있는 '장외 타율왕' 양의지(NC, .356)다. 만약 양의지가 이른 시간 안에 복귀해 시즌 끝날 때까지 부상 전의 타격 컨디션을 이어간다면 강백호에게는 가장 강력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과연 강백호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타율왕에 오르는 선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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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강백호 타율왕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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