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의 잊고 싶은 '주장 잔혹사'가 다시 시작됐다.

아스날은 6일(한국시각) 구단 공식 SNS를 통해 팀의 주장인 로랑 코시엘니의 이적 소식을 전했다. 아스날에서만 아홉 시즌을 뛴 코시엘니는 프랑스 리그1의 FC 지롱댕 드 보르도로 팀을 옮기며 이번 시즌부터 대한민국의 황의조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9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구단에 헌신한 코시엘니지만, 그의 이적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아스날 팬들은 없다. 바로 이적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태도 때문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아스날과 재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은 코시엘니는 프리시즌 훈련과 경기에 무단으로 불참했다. 선수와 구단이 계약 문제로 마찰음을 내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지만, 팀의 주장이 이런 모습을 보인 점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이적을 결정한 코시엘니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코시엘니가 아스날 팬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전 소속팀 아스날 유니폼을 벗고 새로운 소속팀 보르도의 유니폼을 공개하는 코시엘니

전 소속팀 아스날 유니폼을 벗고 새로운 소속팀 보르도의 유니폼을 공개하는 코시엘니 ⓒ FC 지롱댕 드 보르도 공식 SNS 캡쳐

 
보르도는 이적이 확정된 코시엘니를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영상 속 코시엘니는 기존의 아스날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그 안에 입고 있던 보르도 유니폼을 공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굳이 마찰을 일으킨 전 소속팀의 유니폼을 벗는 행동을 한 것이다. 해당 영상에 대해 아스날 팬들은 "전 소속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며 코시엘니와 보르도 구단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아스날과 팀 주장의 끔찍한 이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토니 아담스와 미켈 아르테타와 같이 아름다운 이별을 한 주장도 있지만, 대부분 주장들의 마지막 인사는 씁쓸했다.

가장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선수는 단연 로빈 반 페르시다. 아스날의 주포로 활약했던 반 페르시는 2011-2012 시즌 주장 완장을 달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폭격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티에리 앙리 이후 모처럼 등장한 대형 공격수에 아스날 팬들은 흥분했다.
 
 아스날과 맨유의 유니폼을 입고 2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른 로빈 반 페르시

로빈 반 페르시 인스타그램. ⓒ 로빈 반 페르시 공식 인스타그램


하지만 다음 시즌 반 페르시는 아스날을 떠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을 선언했다. 반 페르시와 함께 팀의 부활을 꿈꾸던 팬들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이었다. 맨유로 향하며 반 페르시가 남긴 "내 안의 작은 아이(little boy)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외쳤다"라는 희대의 발언은 아스날 팬들이 그를 아스날의 '유다'로 생각하기 충분한 발언이었다.

반 페르시 이전에 팀 주장을 역임했던 세스크 파브레가스도 아스날 팬들의 아픈 손가락이다. 만 21세의 나이에 주장에 임명됐을 정도로 구단과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파브레가스였지만, 2011년 그는 친정팀 FC 바르셀로나로 이적을 선택했다.

무관에 그친 아스날을 떠나 당대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는 바르셀로나를 선택한 파브레가스에 대한 팬들의 이해도 많았지만, 이적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바르셀로나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파브레가스의 처신은 도마에 올랐다.

또한 파브레가스는 "영국으로 복귀한다면 아스날로 갈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2014년 아스날의 런던 라이벌 팀인 첼시로 이적했다. 파브레가스에 대한 아스날 팬들의 추억이 영원히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파브레가스와 반 페르시 외에도 주장 앙리(2005~2007)는 더 큰 성공을 위해 바르셀로나로 떠났고, 주장 윌리엄 갈라스(2007~2008)는 지역 라이벌인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을 입었다. 아스날에게는 모두 끔찍한 기억이다.

이번 코시엘니의 이적으로 아르테타(2014~2016)와 페어 메르테사커(2016~2018)라는 주장과 함께 최근 좋은 추억을 쌓고 있던 아스날 팬들. 아스날 주장 잔혹사도 이렇게 끝나는가 싶었지만, 코시엘니의 이적으로 팬들의 마음에 다시 한번 생채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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