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Chaos)' 콜비 코빙턴(사진 왼쪽)과 무자비한(Ruthless)' 로비 라울러

‘혼돈(Chaos)' 콜비 코빙턴(사진 왼쪽)과 무자비한(Ruthless)' 로비 라울러 ⓒ UFC

 
지난 2008년 9승1무의 전적으로 UFC에 진출한 '스턴건' 김동현은 UFC에서 10년 넘게 활약하면서 13승4패1무효 경기를 기록했다. 동양인의 한계를 넘어 UFC의 상위레벨에서 경쟁했다는 사실은 분명 대단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김동현은 언제나 타이틀 전선의 고비를 넘기지 못한 중상위권 파이터였다. 실제로 김동현은 상승세를 타다가도 언제나 마지막 고비에서 강자들에게 패하며 타이틀 전선에서 멀어진 바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김동현이 UFC에서 당한 4번의 패배는 모두 '납득이 가는 상대'에게 당한 어쩔 수 없는 패배였다. 김동현에게 격투 인생 첫 패배를 안겨준 카를로스 콘딧과 '주짓수 마스터' 데미안 마이어는 김동현을 꺾은 후 웰터급 타이틀전을 치렀다. 지난 2014년 김동현을 KO로 잠재운 타이론 우들리는 UFC 웰터급 챔피언 벨트를 차지해 지난 3월 카마루 우스만에게 패하기 전까지 2년 7개월 동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동현에게 마지막 패배를 안긴 상대 역시 대단한 강자였다. 지난 2017년6월 강력한 레슬링 실력을 바탕으로 김동현을 판정으로 꺾은 이 선수는 승승장구하며 웰터급 잠정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비록 일정이 꼬이면서 공식 타이틀전은 갖지 못했지만 여전히 타이틀 전선에 가까운 웰터급의 강자로 성장했다. 오는 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저지에서 열리는 UFC on ESPN5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로비 라울러와 격돌하는 '카오스' 콜비 코빙턴이 그 주인공이다. 

'스턴건' 김동현 잡아내고 단숨에 랭킹에 진입한 신흥 강자

대학시절 NCAA 1부리그 올 아메리칸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레슬링 실력을 자랑하던 코빙턴은 2012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해 내리 5연승을 거두고 UFC에 입성했다. UFC 진출 후에도 안잉 왕, 바그너 실바, 마이크 파일을 차례로 꺾고 기세를 올리던 코빙턴은 2015년12월 바흘레이 알베스에게 길로틴 초크를 당하며 격투기 데뷔 후 9경기 만에 생애 첫 패배를 당했다.

당시만 해도 흔한 신예 파이터 중 한 명에 불과했던 코빙턴은 조나단 뫼니에를 서브미션, 맥스 그리핀을 TKO, 브라이언 바버레나를 판정으로 꺾고 다시 3연승의 상승세를 탔다. 코빙턴은 만만치 않은 실력을 인정 받으면서도 UFC의 공식 랭킹에는 좀처럼 진입하지 못했다. '지옥의 체급'이라 불리는 웰터급의 랭킹에 들어가기엔 격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만한 '임팩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코빙턴은 '차엘 소넨과 코너 맥그리거가 이용했던 방법으로 상위 랭커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빙턴의 그물망에 걸려든 상대가 바로 김동현이었다. 코빙턴 입장에서는 UFC에서 손꼽히는 그라운드 실력을 가진 김동현을 꺾는다면 단숨에 상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타렉 사피딘을 상대로 2-1로 찜찜한 승리를 거둔 김동현으로서도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신예의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코빙턴은 김동현, 그리고 국내 격투팬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선수였다. 김동현이 떠오르는 신예에게 랭킹 7위의 실력을 보여 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코빙턴은 3라운드 내내 김동현을 압도하며 만장일치 판정으로 승리했다. 무엇보다 김동현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던 영역인 레슬링과 그라운드에서 완패를 당한 것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코빙턴은 대회가 끝난 후 웰터급 랭킹 10위로 진입하며 웰터급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마침 김동현을 비롯해 도널드 세로니, 닐 매그니 같은 상위 랭커들이 잇따라 패하면서 이들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신예 코빙턴의 주가는 더욱 상승했다(한편 코빙턴전에서 당한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김동현은 점점 순위가 하락하다가 웰터급 공식 랭킹에서 제외됐고 현재는 격투기보다 방송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잠정 타이틀 박탈 후 전 챔피언 라울러 제물로 재도약 노리는 코빙턴

UFC에서는 2017년 10월 브라질 대회에서 코빙턴과 마이아의 경기를 코메인이벤트로 배치했다. 코빙턴은 의외로 타격전을 들고 나온 마이아를 상대로 초반 주도권을 내주며 고전했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 많은 힘을 뺀  마이아는 2라운드부터 체력이 떨어졌고 코빙턴은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결국 코빙턴은 마이아의 무모한 테이크다운을 간단하게 방어한 후 그라운드에서 마이아의 얼굴에 자비 없는 파운딩을 퍼부으며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승승장구하던 코빙턴은 작년 6월 UFC 225 대회에서 하파엘 도스 안요스와 웰터급 잠정 타이틀전을 치렀다. 안요스는 뛰어난 전진압박을 바탕으로 라이트급을 제패하고 웰터급에서도 단숨에 상위랭커로 올라온 파이터지만 콜빙턴의 레슬링과 무한체력은 안요스의 그것을 능가했다. 그렇게 콜빙턴은 안요스를 5라운드 내내 레슬링으로 압도하며 웰터급 잠정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콜빙턴이 기대했던 우들리와의 웰터급 타이틀전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우들리는 연말 경기를 원했던 콜빙턴을 제쳐두고 작년 9월 대런 틸과의 방어전을 선택했고 지난 3월에는 우스만이 새 도전자로 결정되면서 코빙턴은 잠정 타이틀마저 박탈됐다. 코빙턴으로서는 대단히 억울한 일이었지만 챔피언이 우스만으로 바뀌면서 코빙턴의 입지도 다시 어중간해졌다. 당장 타이틀전을 치러도 이상하지 않을 코빙턴이 랭킹 11위 라울러와 싸우는 이유다.

라울러는 한때 웰터급 챔피언을 지낸 선수지만 최근 안요스와 벤 아스크렌에게 잇따라 무너지며 연패에 빠져 있다. 라울러 역시 챔피언 시절에는 아메리칸 탑팀 소속으로 코빙턴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현재의 전력과 기세만 보면 압도적인 레슬링 실력과 무한체력을 자랑하는 코빙턴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하지만 라울러 역시 웰터급에서 알아주는 타격능력을 갖춘 선수인 만큼 코빙턴이 방심할 경우 노장 선수 부활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한편 UFC on ESPN 5 대회에서는 메인카드 두 번째 경기로 한국인 파이터 마동현이 UFC 전적 5승 3패의 스캇 홀츠맨을 상대한다. 2016년 12월 브랜든 오라일리전부터 내리 3연승의 상승세를 탔던 마동현은 지난 2월 UFC234 대회에서 신예 디본테 스미스에게 1라운드 KO로 무너지며 연승이 마감된 바 있다. 정강이 부상에서 회복한 마동현은 홀츠맨을 상대로 6개월 만에 오르는 옥타곤에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UFC UFC ON ESPN 5 콜비 코빙턴 로비 라울러 마동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