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양궁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이다. 실제로 한국은 1984년 LA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 지난 9번의 올림픽 중 무려 8번이나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국제대회 4강이나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끼리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운명의 장난' 같은 상황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단체전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이 정도로 한 나라의 독주가 계속되면 나머지 나라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질 법도 하지만 한국을 겨냥한 다른 나라들의 도전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각 나라들은 '타도 한국'을 외치며 한국인 지도자들을 영입해 한국 양궁의 선진 기술과 훈련과정을 도입하고 때로는 한국 출신 선수들을 귀화시켜 올림픽에 출전시키기도 한다. 이런 도전을 극복하고 최강의 자리를 지켜내기 때문에 한국 여자양궁이 더욱 위대하게 인정 받는 것이다.

한국 여자양궁 만큼이나 세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종목은 바로 미국 남자농구다. 미국은 프로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7번의 올림픽에서 6번이나 금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세계 최강의 미국 농구는 언제나 유럽과 호주, 캐나다 등 세계 강자들에게 거센 도전을 받는다. 오는 8월31일 중국에서 개막하는 2019 남자 농구 월드컵에서도 주력 선수들이 대거 빠진 미국 대표팀은 압도적인 전력을 장담할 수 없다.  

​​​​​​​3연패 후 동메달, 다시 3연패
 
 NBA 스타이자 이번 월드컵 출전 명단에 포함될 카일 라우리.

NBA 스타이자 이번 월드컵 출전 명단에 포함될 카일 라우리. ⓒ 연합뉴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NBA 스타들이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았을 때 미국 대표팀은 경쟁이 아닌 '경외'의 대상이었다. 마이클 조던,매직 존슨,래리 버드 등으로 구성된 '드림팀'은 대회 기간 내내 한 번도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 차이를 선보이며 상대를 압도했다. 미국을 상대한 팀들은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거나 기념촬영을 하기 바빴을 정도.

1992년의 드림팀 1기 같은 압도적인 팀은 다시 구성되지 않았지만 미국 대표팀은 여전히 막강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는 샤킬 오닐과 데이비드 로빈슨,하킴 올라주원 등 전설적인 센터들이 총출동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케빈 가넷, 빈스 카터, 레이 앨런, 게리 페이튼,제이슨 키드 같은 스타들이 총출동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올림픽 3연패 이후 NBA스타들의 올림픽 출전 기피 현상이 생기면서 미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에게 덜미를 잡혀 동메달에 머무는 수모(?)를 당했다. 미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미의 '리딤팀'을 결성했고 코비 브라이언트,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드웨인 웨이드 같은 스타들이 대거 출전한 미국은 결승에서 스페인을 꺾고 금메달을 되찾았다.

마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가솔 형제를 앞세운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 높이에 밀려 고전했다. 하지만 가드 및 포워드진의 정확한 슈팅과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골밑이 강한 스페인을 누르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2014년 농구월드컵에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플래시 브라더스'와 카이리 어빙(브루클린 네츠),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키츠) 등을 앞세워 결승에서 세르비아를 37점 차이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은 '코치K'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듀크대학교)이 이끄는 마지막 대회로 케빈 듀란트(브루클린),폴 조지(LA클리퍼스), 더마 드로잔(샌안토니오 스퍼스) 같은 스타들이 대거 참가했다. 미국은 리우 올림픽에서 조직력이 흔들리면서 조별리그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정작 결승에서는 30득점을 퍼부은 듀란트의 원맨쇼에 힘입어 세르비아를 완파하고 또 한 번의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하든-데이비스 등 슈퍼스타 대거 불참, 묘안은?

농구팬들에겐 아쉬운 일이지만 이제 올림픽 무대에서는 더 이상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드림팀'을 만날 수 없다. 2020년 도쿄올림픽부터 농구 종목의 올림픽 출전 연령이 만23세 이하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졸지에 올림픽 농구가 축구처럼 연령별 대회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최상의 전력을 꾸릴 수 있는 농구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농구월드컵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각 나라의 최정예 선수들이 모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우 올림픽이 끝난 후 미국 대표팀을 맡은 그렉 포포비치 감독(샌안토니오)은 2019 농구월드컵 예비명단에 현존하는 NBA스타들을 모두 포함시켰다. 만약 이 선수들이 함께 모여 훈련을 하다가 포포비치 감독의 구미에 맞는 12명의 정예 멤버들로 최종 엔트리를 결정한다면 미국의 전력은 다른 나라들을 압도할 수 있다. 하지만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후 미국 대표팀이 흔들렸던 것처럼 이번 대표팀 역시 준비과정부터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와 제임스, 카와이 레너드(클리퍼스) 같은 S급 슈퍼스타들이 일찌감치 출전을 고사한 가운데 포포비치 감독이 핵심 멤버로 생각했던 선수들도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하든을 비롯해 데미안 릴라드와 C.J.맥컬럼(이상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지미 버틀러(마이애미 히트), 앤서니 데이비스(레이커스), 에릭 고든(휴스턴),케빈 러브(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미국 대표팀에 남아 있는 로스터 중 NBA 올스타급 선수는 카일 라우리(토론토 랩터스)와 켐바 워커(보스턴 셀틱스), 크리스 미들턴(밀워키 벅스), 안드레 드러먼드(디트로이트 피스톤즈) 정도다. 만약 현재 미 대표팀 훈련 명단에 포함된 '보스턴 4인방' 워커, 마커스 스마트, 제일런 브라운, 제이슨 테이텀이 시즌 준비를 이유로 동시에 불참을 선언한다면 미국 대표팀의 전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2014년 농구월드컵과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세르비아는 이번 대회에서 올스타 센터 니콜라 요키치(덴버 너기츠)를 비롯해 네마냐 비엘리차, 보그단 보그다노비치(이상 세크라멘토 킹스) 같은 NBA리거들을 앞세워 우승을 노린다. 주전들의 무게감만 보면 핵심 선수들이 대거 빠진 미국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과연 '명장' 포포비치 감독은 자신의 첫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미국을 농구월드컵 3연패로 이끌 '묘안'이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NBA 농구월드컵 미국 그렉 포포비치 세르비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