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자배구 '공수 핵심'... 곤차로바(194cm·왼쪽)와 파루베츠(183cm)

러시아 여자배구 '공수 핵심'... 곤차로바(194cm·왼쪽)와 파루베츠(183cm) ⓒ 국제배구연맹

 
도쿄 올림픽 '티켓 전쟁'이 시작됐다.

러시아 여자배구 대표팀이 21일 오후 '2020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공식명칭 대륙간 예선전)' E조 대회가 열리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 입성했다.

러시아 배구협회와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수들이 칼리닌그라드 흐라브로보 공항에 들어서자 수많은 러시아 팬들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벌써부터 뜨거운 응원 열기와 긴장감이 감돌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러시아 대표팀은 24일부터 27일까지(아래 한국시간)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 E조 대회 장소인 칼리닌그라드 얀타르니(Yantarny) 경기장에서 러시아, 폴란드, 독일, 벨기에 4팀이 펼치는 '칼리닌그라드 주지사 컵' 대회에 출전한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을 준비하는 '훈련용 친선 대회'다.

한국 여자배구는 오는 8월 2일부터 5일까지 얀타르니 경기장에서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 E조 대회'에 출전한다.

E조는 세계랭킹 9위인 대한민국을 비롯 러시아(5위), 캐나다(18위), 멕시코(21위)로 구성됐다. 4팀이 풀리그를 펼친 후, 1위 팀에만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물론 캐나다, 멕시코도 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과 러시아가 대회 마지막 날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놓고 '끝장 승부'를 펼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강력 파워' 곤차로바... 어려운 볼 처리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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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러시아 대표팀에서 가장 경계하고 철저히 분석·대비해야 할 선수는 단연 곤차로바(30세·194cm)와 파루베츠(25세·183cm)다. 지난 시즌 러시아 리그에서 전체 선수 중 득점 부문 1위가 파루베츠, 2위가 곤차로바였다.

곤차로바는 2006-2007시즌부터 현재까지 무려 14년 동안 러시아 리그 소속인 '디나모 모스크바'에서 주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디나모 모스크바는 2015-2016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4년 연속 러시아 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곤차로바는 2017-2018시즌에는 러시아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고, 2018-2019시즌에는 득점 부문 2위를 기록했다. 디나모 모스크바는 러시아 대표팀 주전 센터인 페티소바(25세·190cm), 예피모바(26세·192cm)도 함께 뛰고 있다.

곤차로바는 장신의 라이트 공격수로 강력한 공격 파워를 자랑한다. 특히 라이트의 주 임무인 '어려운 볼 처리'를 잘한다. 때문에 곤차로바의 공격 코스를 블로킹이나 수비에서 어느 정도 막아주지 않으면, 다른 곳까지 뚫릴 가능성이 커져 한국에겐 힘든 경기가 될 수 있다.

다만 경기 감각 측면에서는 곤차로바가 다소 불리할 수 있다. 그가 지난 4월 30일 러시아 리그가 종료된 이후 3개월 동안 실전 대회를 치르지 않고 휴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곤차로바는 지난 5~6월에 열린 '2019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완성형 레프트' 파루베츠... 수비 핵심, 공격도 1위

파루베츠는 2013-2014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6년 동안 러시아 리그 우랄로츠카 팀에서 주전 레프트로 활약했다. 또한 곤차로바와 달리 2019 VNL 3주차 대회부터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 올렸다.

파루베츠는 '완성형 레프트'다. 공격과 수비력을 모두 갖춘 선수라는 뜻이다. 단순히 서브 리시브, 디그 등 수비에만 집중하는 '수비형 레프트'가 아니다.

사실 세계 배구가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가 대세인 상황에서 '수비형 레프트'란 표현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해당 선수에게도 결코 좋은 수식어가 아니다. 레프트의 임무가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격과 수비를 모두 완벽하게 잘하는 선수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많다. 김연경이 세계 최고의 연봉을 받는 것도 공격과 수비를 모두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잘하기 때문이다.

파루베츠는 러시아 대표팀에서 가장 수준 높은 완성형 레프트라고 할 수 있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서브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의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공격력도 막강하다. 지난 시즌 러시아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할 정도다. 파루베츠는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빠르고 강한 공격을 구사한다. 기습적인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도 위력적이다.

파루베츠는 우랄로츠카 팀에서 포지션은 라이트인데 서브 리시브에 적극 가담하는 '리시빙 라이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팀 내 서브 리시브 중 무려 50% 이상을 받아내면서 최다 득점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승패 출발점은 '범실 없는 강서브'

한국 여자배구가 러시아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곤차로바와 파루베츠를 어떤 식으로든 흔들어야 한다. 특히 공격의 출발점인 서브 리시브부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두 선수에게 좋은 볼이 올라가는 빈도수를 줄여야 한다.

때문에 한국은 강서브를 줄기차게 구사하고 범실도 적어야 한다. 이것이 '1차 저지선'이다. 강서브만 잘 들어가도 한국의 승산은 상당히 올라갈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VNL 대회에서 모든 선수들이 V리그 때보다 서브가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파루베츠가 훌륭한 선수이긴 하지만, 경기가 안 풀리는 날에는 짜증과 함께 심하게 흔들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곤차로바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에게서 짜증 섞인 반응이 나오도록 집요하게 괴롭혀야 한다.

한편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은 오는 24일 세르비아로 출국하면서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향한 일정에 본격 돌입한다. 30일까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여자배구 '세계랭킹 1위' 세르비아 대표팀과 친선 경기 등을 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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