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코> 포스터

<사다코> 포스터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포영화에 있어 '캐릭터'는 시리즈를 연장시키거나 파생 작품들이 생겨나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고전영화부터 이어져 온 드라큘라,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은 물론 처키와 애나벨 같은 인형캐릭터, 프레디나 제이슨 같은 연쇄 살인귀는 이후 시리즈의 연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캐릭터만 믿고 지나치게 시리즈를 연장시키는 건 팬들에게 큰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사다코>처럼 말이다.
 
'사다코'는 <링>에 등장하는 귀신 캐릭터다. 우리에겐 TV화면 밖으로 나오는 귀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J호러의 바이블이자 역대 최고의 공포영화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까지 된 <링>은 아직도 옛 영광을 잊지 못한 채 알게 모르게 사다코가 등장하는 영화들을 만들어 왔다. 심지어 2016년에는 <주온>의 카야코와 대결을 붙이는 <사다코 대 카야코>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관객들이 <링>은 기억하지만 그 이후 사다코가 등장한 영화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그 이유를 영화 <사다코>는 보여준다.
 
<링> 시리즈의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쥔 <사다코>는 하나부사 츠토무 감독의 <사다코> 2편과 시라이시 코지 감독의 <사다코 대 카야코>가 보여주었던 아쉬움을 달래줄 것이라 예상됐다. 원 시리즈의 감독이자 일본 공포계의 거장이 직접 사다코를 다시 한 번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사다코> 스틸컷

<사다코> 스틸컷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정신과 의사 마유는 대학을 포기하고 전문 유튜버로 돌아선 동생 카즈마 때문에 고생이다. 그런 그녀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난다. 길을 잃고 병원으로 오게 된 소녀는 기이한 능력을 선보이고 마유는 소녀의 정체에 의문을 품는다. 그러던 중 카즈마가 실종이 되고 그 실종이 최근 화재사고가 난 현장을 향한 후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된다. 마유는 카즈마가 찍은 사고 현장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고 그 영상에서 사다코를 발견하게 된다.
 
<사다코>는 <링>과 비슷한 구조를 지닌다. 원작에서의 비디오는 유튜브 영상으로 대체되고 소녀는 사다코와 비슷한 운명을 지닌 존재로 등장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공포를 주는 방식도 비슷하다. <링>이 개봉했을 당시 큰 열풍이 불었던 건 당시로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장면(TV화면 밖으로 사다코가 나오는) 때문이었다. 무려 21년 전 관객들에게 공포를 선사했던 이 장면을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다시 사용한다.
 
다시 텔레비전 화면에 우물이 등장하고 사다코가 나온다. 변형을 통한 오마주도 아닌 있는 그대로, 사다코라는 귀신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관객들이 그 어떠한 공포와 충격도 느끼지 않을 합당한 이유를 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고 무수한 패러디까지 양산했던 장면을 하이라이트라 생각하고 활용하니 관객 입장에선 공포를 느끼기 힘들다. 사다코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다. 사다코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패러디가 되었고 그 공포의 감도가 약해진 캐릭터다.
 
그렇다면 캐릭터의 외형에 변형을 주거나 독특한 방식으로 등장시켜 공포감을 유발해야 한다. 하지만 작품 어디에서도 그런 노력을 찾기 어렵다. 물론 <주온> 당시 공포를 유도하는 매체가 비디오였던 게 유튜브로 바뀌었다는 점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가장 더 아쉬운 점은 저주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공포영화의 공통된 문제라 할 수 있다. <컨저링> 시리즈가 각광받은 이유는 악령과 인간의 대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사다코> 스틸컷

<사다코> 스틸컷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근 공포영화들은 '저주'를 앞세우더라도 일정한 규칙을 정하거나 과정을 철저하게 조명해 문제 해결이나 결말 부분에서 관객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니다. 여전히 저주를 이유로 무조건 인물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모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다.
 
<사다코>는 J호러가 지닌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인 캐릭터를 살려내지 못하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수많은 귀신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관객들에게 이를 각인시켰지만 이후 비슷한 패턴으로 캐릭터를 빠르게 소비하는 과오를 범하면서 결국 공포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작품들을 계속 생산해내고 있다. J호러는 여전히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를 보여주는 증거가 <사다코>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사다코 제23회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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