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토) 오후 한국만화영상진흥원(부천) 5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베트남·프랑스 3국의 영화정책, 영화산업 토론회’

6월 29일(토) 오후 한국만화영상진흥원(부천) 5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베트남·프랑스 3국의 영화정책, 영화산업 토론회’ ⓒ 부천영화제

 
프랑스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영화정책은 부러움을 갖게 했다. 베트남의 적극적인 한국영화에 대한 구애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문화 다양성을 추구하는 프랑스, 그리고 이제 막 문화산업이 일어서고 있는 베트남의 모습은 한국영화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여러 생각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6월 29일(토) 오후 한국만화영상진흥원(부천) 5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베트남·프랑스 3국의 영화정책, 영화산업 토론회' 부천영화제와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공통 주최한 것으로 세 나라의 영화산업과 정책을 비교해 보는 자리였다.
 
한국영화산업의 고질적인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영화계가 프랑스와 베트남을 초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한국영화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한 동질감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베트남과 국제연대 모색
 
먼저 다양성을 추구하는 프랑스의 영화정책에서는 대기업이 영화산업을 주도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았다. 스크린독과점은 엄두도 낼 수 없게 만드는 프랑스 영화정책은 한국영화인들로서는 매력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베트남의 경우는 한국처럼 대기업의 영화산업 장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연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영화관계자들은 지난해 해외영화제 등에서 한국영화인들을 만나 CGV 베트남의 수익배분율 문제 등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커지고 있는 대기업의 영화산업 영향력 문제에 대해 한국 영화인들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이날 토론회의 기저에는 대기업영화산업의 규제를 위한 국제연대의 필요성이 깔려 있었다.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이 정부 차원의 영화기구 건립과 이 기구를 통한 영화인 교류 및 비즈니스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며 "영화 및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국제연대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신철 집행위원장은 "세계 각국에서 직면하고 있는 영화산업 내 이슈들에 대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다함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대표는 "오늘 이 자리가 한국·베트남·프랑스 3국의 영화발전을 위해 서로 연대해 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법으로 다양성 보장하는 프랑스
 
프랑스 영화관계자들은 프랑스 영화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국립영화영상센터(CNC)의 역할을 중심으로 자국의 영화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파스칼 모벡 프랑스국립영화센터(CNC) 영화부 배급총괄 책임은 "1946년 창설된 국립영화영상센터(CNC)는 전쟁으로 파괴된 영화산업을 재건하고 미국영화의 강력한 경쟁적 도전에 대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설립 당시부터 영화제작단계에서 배급까지 지원해 영화 공급의 다양성을 촉진하고, 영화의 특수성에 맞춘 규정을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6월 29일(토) 오후 한국만화영상진흥원(부천) 5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베트남·프랑스 3국의 영화정책, 영화산업 토론회’

6월 29일(토) 오후 한국만화영상진흥원(부천) 5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베트남·프랑스 3국의 영화정책, 영화산업 토론회’ ⓒ 부천영화제

 
프랑스의 경우 2000개 이상의 영화관과 6000개의 상영관, 연간 2억명 이상의 관객들이 찾고 있다. 또한 전체 영화관 중 절반 이상(56%)은 상영관이 하나뿐이고, 농촌에 위치해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문화적인 근접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게 특징이다. 8개 이상의 상영관을 갖춘 멀티플렉스는 226개지만 상영관의 43%와 관객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상영관의 59%가 예술과 실험영화 등급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영화영상센터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영화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가 영화나 미국 외 지역의 영화와 같은 프로그래밍의 다양성을 보상해 준다.
 
4개월의 상영을 보장해 주고 법률에 의해 ▲ 유럽영화 작품 및 거의 배급되지 않은 작품의 노출 및 홍보 장려 ▲ 다양한 배급사 구조의 유지를 촉진하여 영화배급분야의 다양성 보장 ▲ 단일 상영관 내 영화 작품 동시 상영을 제한하여 영화 작품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점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파스칼 모벡 CNC 배급총괄 책임자는 "상영되는 영화들의 다양성을 위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라며 "제작사와 극장은 수익률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그보다는 다양성에 대해 고민을 더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는 문화적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정부가 개입한다고는 해도 당사자들의 합의를 더 중요시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국가적인 철학이 영화산업에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영화에 적극 구애한 베트남
 
이에 비해 베트남 영화관계자들은 영화시장의 개방성을 강조했다. 누웬 티 투 하 베트남영화국 국장은 베트남의 경우 CGV의 상영관과 극장수가 가장 크고, 롯데시네마 등 한국 극장체인이 점유율이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극장을 보유하고 있어야 활동 폭이 넓어져 배급 등에서 유리하다"며 "2017년 WTO 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외국영화의 수입 쿼터를 정하기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수입영화가 점점 증가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기업 자본의 베트남 영화시장 장악에 대해 우려보다는 불가피함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대신 넓은 시장성을 바탕으로 국제공동제작 등에 적극성을 나타냈다. 특히 베트남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영화사들에 대해 규제가 약하다면서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베트남에 관심을 두고 있는 영화인들은 토론과정에서 베트남의 심의 제도 및 투자 등에 대해 질문을 던고, 베트남 영화국 관계자들은 반색하며 세세한 설명과 함께 행사 후 만나서 따로 이야기하자고 제안하는 등 적극성을 나타냈다.
 
베트남 관계자들은 "한국·프랑스 등 외국과의 공동제작이 활발해지기를 희망한다"면서 "베트남영화국은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토론회를 자국 영화시장에 대해 적극 홍보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프랑스와 베트남의 방향이 달랐지만 한국영화정책에 있어 필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발제자로 나섰던 영진위 김현수 기획조정본부장은 "관객 수는 프랑스와 한국이 비슷하다. 부가판권과 재정규모는 차이가 크다"며 "프랑스의 투자 프로그램 등은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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