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라이브 무대를 갖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뮤지션이 있다.

네덜란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바우터 하멜(Wouter Hamel)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특히 그는 매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 대형 재즈페스티벌에 무려 10년 동안이나 초청됐을 만큼 한국 팬들의 꾸준하면서도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우터 하멜의 모습

바우터 하멜의 모습 ⓒ 블루보이 제공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열린 다른 라이브 무대에 서기 위해 불참, 팬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지만, 바우터 하멜은 지난 5월 2일 2년 만에 새 앨범을 공개하고 이 재즈페스티벌에 다시 초청돼 지난 5월 25일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환상적인 공연을 펼친 바 있다.

뮤지션의 길을 가는 과정에서 한국은 '고마운 나라, 운명과 같은 나라'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바우터 하멜. 그가 경험한 장장 11년을 40여 분의 짧은 인터뷰 시간에 압축해 담아낼 수는 없었지만 진정성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서울을 사랑하고 한국과 한국 팬들에 대한 무한 애정을 인터뷰 내내 드러낸 아티스트. 일본으로 출국을 하루 앞두었던 5월 27일(월) 오후 3시. 바우터 하멜이 머물던 서울 시내 모처 호텔에서 단독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정리한 내용이다.   

10년째 초대... 한 재즈페스티벌의 상징 같은 뮤지션, 바우터 하멜

- 어떤 목적으로 한국에 오게 됐는지?
"지난주 주말에 열렸던 <서울재즈페스티벌 2019>에 공연이 주된 목적이었다. 토요일(25일) 무대에 섰는데 작년만 빼고 지난 11년(2009년 이후) 동안 10번 참가했다.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한국 팬들은 나를 이 페스티벌의 '마스코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웃음)

나머지 일정으로는 인터뷰를 가진 후 저녁에는 홍대에 있는 레코드숍에서 단 10명의 관객만을 위한 라이브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어제는 동대문에서 쇼핑도 했고 평소 좋아하는 비빔밥 등 한국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어 행복했다." 

- 한국에 올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드나?
"새 앨범을 발매한 후 한국 관객들을 만날 기회가 자주 있었다. 열정적이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호응과 반응에 나 역시 멋진 라이브 무대로 답해온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서울이란 도시를 너무 사랑하고 있고, 올 때마다 한국과 한국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 든다."

- 우리나라 관객들만의 특징이 있나?
"2009년 페스티벌과 단독 공연으로 한국에 왔을 때부터 팬들의 반응은 예사롭지 않았다. 2007년에 발표했던 '브리지(Breezy)'란 곡이 한국에도 알려져 큰 인기를 얻은 것이 라이브 무대를 나 역시 즐기며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관객 앞에서 공연을 펼칠 때마다 그들의 아낌없는 환호성과 박수, 그리고 함께 '떼창'하는 모습을 무대 위에서 바라보게 되면 어느 해외 뮤지션이건 한국관객들에 매료될 수밖에 없을 거다(웃음)."

-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한국 팬의 선물이 있다면?
"팬들이 주신 모든 선물들이 다 소중하다. 가장 기억에 남고 간직하고 있는 선물 중 하나가 '한복'이다. 2009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 팬이 주셨는데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5월에 내 생일(1977년 5월 19일 생)이 있어서 축하선물로 받게 돼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 그 자체였다."

생동감 있는 사운드 담은 새 앨범, 보람된 결과물    
 
 앨범 < Boystown > 커버

앨범 < Boystown > 커버 ⓒ 블루보이 제공

 
- 새 앨범을 소개해달라.
"음반 제목은 <보이스타운(Boystown)>이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이전 앨범들과는  달리 외부 음악인의 도움 없이 오롯이 내 밴드 멤버들과의 완성 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라이브 사운드를 듣는 느낌'을 음악팬들에게 전하고 싶어 한 번의 시도만으로 녹음을 마치는 '원 테이크(One Take)'방식으로 녹음작업을 진행했다."

- 전작과 음악적으로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전 앨범의 '현대적 사운드'에서 벗어나 '빈티지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음악으로 드러내려 했다. 마치 카세트테이프로 노래를 감상하는 순간을 즐기는..." 

- 재즈페스티벌에서도 새 앨범 수록곡들을 노래했나?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을 밴드 멤버들과 함께 연주·노래했다. 새 음반을 발매하고 팬들을 위해 무대에서 라이브로 들려드리는 것이 우리 팀의 당연한 일이자 일종의 원칙이다. 물론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이전 발표 곡들도 빼놓지 않고 불렀다(웃음)."

케이팝(K-Pop)은 현재를 관통하는 음악

- 함께 작업을 하고 싶은 한국 뮤지션이 있나?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어떤 아티스트와도 함께하고 싶다. 뮤지션끼리의 협업뿐만 아니라 송라이터로서 음악작업에도 참여할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을 좋아하고, 아델(Adele)의 노래를 커버해 유튜브 스타가 된 이예진씨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반해 음악 동료로서 가끔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어제 저녁에 트와이스의 콘서트를 봤는데 '왜 K-Pop이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바우터 하멜의 모습

바우터 하멜의 모습 ⓒ 블루보이 제공

 
- 뮤지션 관점에서 케이팝의 인기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 팀 모두 어제 공연을 보면서 '정말 멋있게 잘 한다!'란 감탄사를 쏟아 냈다(웃음).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가장 트렌디한 현재의 노래와 춤을 연출해 내고, 세대와 성별 구별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세련되면서도 친근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룹의 경우 멤버마다 실력과 개성이 뛰어난 것도 큰 장점인 것 같다."  

10년 넘게 사랑받는 비결은 바로 '라이브'

- 10년 넘게 한국 팬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먼저 처음 시작이 좋았고, 한국에서 발표한 앨범들이 좋은 성적을 얻었다. 무엇보다 10년 넘게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내 라이브 공연을 직접 관객들 앞에서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바우터 하멜의 음악을 좋아하는 새로운 팬들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현상 또한 내가 한국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나 콘서트에 참여하고 각종 홍보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돼 무척 기쁘다."

-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음악작업이 있다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브라질 음악을 좋아해서 포르투갈어로 노래한 앨범을 내고 싶다. 두 번째로는 밴드 피아니스트와 내 보컬로만 이루어진 듀오 음반을 발표하는 꿈이 있고, 끝으로 뮤지컬 음악 작업에 참여하고 싶다."

- 향후 앨범 활동 계획을 알려 달라.
"내일 일본 공연을 위해 출국한다. 도쿄재즈 클럽 콘서트 후 네덜란드로 돌아가 신곡 녹음을 진행하고, 독일 베를린에 가서 라이브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9월에는 네덜란드 주요 도시를 도는 투어 콘서트가 준비돼 있다. 한국에 조만간 다시 와서 라이브 무대도 갖고 친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싶다(웃음)."  
 
 바우터 하멜의 모습

바우터 하멜의 모습 ⓒ Marthe Hennink 제공

 
바우터하멜 서울재즈페스티벌 보이스타운 네덜란드 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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