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린 의뢰인> 포스터.

영화 <어린 의뢰인>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복통을 호소하다 숨진 8세 여아, 부검 당시 외력 등 학대의 흔적이 강했다. 범인은 스스로 동생을 때렸다고 진술한 그 아이의 친 언니인 걸로 알려졌다가 이후 친부와 계모가 아이를 학대한 뒤 큰 딸에게 뒤집어씌우려 했던 것임이 알려져 충격을 줬던 사건. 2013년 '칠곡 아동학대 사건'은 이후 시사 프로 등에 소개되며 오랫동안 사회적 공분을 낳았다.

그 사건을 소재로 삼은 <어린 의뢰인>이 지난 29일 언론에 선공개됐다. 배우 이동휘가 아이의 변호를 맡게 되는 정엽 역을, 유선이 학대 가해자이자 계모인 지숙 역을 맡았다. 

조심스러운 접근

<나는 왕이로소이다> 이후 7년 만에 연출을 맡은 장규성 감독은 언론 시사회 당시 조심스럽게 해당 소재에 접근했음을 강조했다. 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이고, 피해 유가족이 여전히 그 아픔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톤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착했다. 

늦깎이 법학도 정엽은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출세 지향적 인물로 묘사된다. 마음대로 취직이 안 되다가 우연히 한 아동복지센터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습적으로 가정 폭력을 당하지만 밝은 모습인 다빈(최명빈)과 민준(이주원)을 만나면서 정엽은 서서히 또 다른 가치에 눈을 뜨게 된다.

정확히는 정엽 역시 그런 주변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보통의 사람이었다. 다만 삶의 팍팍함, 먹고사는 문제로 그런 양심과 공감력이 흩어져 있던 것. <어린 의뢰인>은 이어지는 아동학대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는 이웃을 제시하며 일종의 공분을 자아낸다. 
 
 영화 <어린 의뢰인>의 한 장면.

영화 <어린 의뢰인>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어린 의뢰인>의 한 장면.

영화 <어린 의뢰인>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공분의 중심엔 지숙이 있다. 친자녀에게 무심한 채 바깥을 전전하다가 지숙을 집으로 들인 아빠 종남(원현준)의 비호 속에 지숙은 아이들에게 화를 푼다. 영화에서 학대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진 않지만, 눈빛이 변하는 지숙의 얼굴과 여러 음악이 관객들로 하여금 충분히 분노하게 한다.

소재의 현실성과 사회적 의미 사이에서 영화가 택한 방식은 드라마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배우 이동휘 등을 활용한 코믹한 요소도 담았다. 전반적으로 모난 것 없이 무난한 흐름인데 사실상 연출 방식이 세련됐다고 보긴 어렵다. 실화를 소재로 한 그간의 여러 법정극, 스릴러에서 봤을 법한 장면이 이어지며 관객에 따라서는 신선함이 부족하다 느낄 여지가 있다. 

조금 더 참신성을 고민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영화가 품은 선한 의도와 메시지는 충분히 읽힌다. 특히 실제로 한 아이의 엄마인 배우 유선이 해당 장면을 찍으며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는지 상상이 된다. 또 어린 배우들이 연기로 인해 또 다른 외상을 입지 않도록 심리 치료사와 상담사가 수시로 현장을 점검했다고 한다. 

<선생 김봉두>(2003), <이장과 군수>(2007) 등 2000년대 초반부터 특유의 코믹함을 영화적으로 녹여온 장규성 감독의 복귀가 반갑다. <바람 바람 바람>(2018)의 각본을 쓰며 감각이 건재함을 보인 그가 <어린 의뢰인>을 기점으로 한 번 더 변화의 폭을 넓혀 볼 것을 기대해 본다.

한 줄 평 : 책임지고 약속 지키는 어른의 희소성
평점 :★★★(3/5) 

 
영화 <어린 의뢰인> 관련 정보

감독 : 장규성
각본 : 민경은
출연 : 이동휘, 유선, 최명빈, 이주원
제공 및 제작 : 이스트드림시노펙스
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 한국이노베이션, 퍼니픽쳐스
크랭크인 : 2018년 10월 23일
크랭크업 : 2018년 12월 22일
러닝타임 : 114분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9년 5월 29일 예정
 
어린 의뢰인 아동학대 이동휘 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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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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