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이 뛴 어웨이 팀 FC서울이 귀중한 승점 1점을 얻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페시치의 동점골이 89분에 나왔으니 그것 만으로도 모자람 없는 축구 드라마였다. 하지만 아직 종료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예고된 후반전 추가 시간은 4분이었지만 그 시간도 거의 끝나갈 무렵 FC 서울 골문 앞에서 민감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바람에 VAR(비디오 판독 심판) 영상을 확인하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는 3분 뒤 믿기 힘든 진짜 극장 골이 나왔다. 주인공은 후반전 교체 선수 한승규였다.

모라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28일 오후 2시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원 9라운드 FC 서울과의 홈 게임에서 한승규의 극장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1위(6승 2무 1패, 18득점 6실점) 자리를 굳게 지켰다. 

 
 3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궈안과의 '2019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동국의 활약으로 승리한 전북현대 모터스.

홈구장에서 FC서울을 누른 전북현대. ⓒ 한국프로축구연맹

 
알리바예프 퇴장 변수

이 게임에서 이긴 팀이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초반부터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게임 시작 후 7분만에 어웨이 팀 FC 서울 미드필더 알리바예프에게 첫 경고 카드가 부여됐는데 이것이 게임 흐름에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전반전도 끝나기 전인 32분에 알리바예프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첫 번째 반칙은 전북 미드필더 신형민의 발목을 밟았고, 두 번째 반칙은 높은 공을 다투다가 전북 이승기의 얼굴을 팔로 심하게 밀어버렸다.

이를 계기로 전북의 공 점유율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전반 종료 직전에 첫 골을 뽑아냈다. 오른쪽 측면부터 가운데 쪽으로 '이용-이동국-이승기-문선민-이승기'의 섬세한 연결이 돋보이는 멋진 골이었다. 

후반전까지 이러한 일방적 흐름을 방치할 수 없는 어웨이 팀의 최용수 감독은 시작과 동시에 윤종규 대신 조영욱을 들여보내 아홉 명의 필드 플레이어로도 당당히 맞설 태세를 갖추었다. 그 덕분에 11 vs 10 게임이라는 생각을 잊게 만드는 명품 축구 게임이 박진감 넘치게 전개될 수 있었다.

한승규, "전주성 극장은 아직 안 끝났다"

따뜻한 봄날 전주성을 찾아온 1만5127명 축구팬들은 밑천 다 뽑은 마음으로 일요일 오후를 만끽하게 됐다. 59분, 첫 골의 주인공 이승기가 상대 골문 바로 앞으로 빠져들어가며 추가골 기회를 잡았는데 FC 서울 골키퍼 양한빈이 얼굴로 오른발 슛을 막아내는 놀라운 장면은 덤이었다.

FC 서울은 10명이 뛰면서도 후반전에 추가 골을 내주지 않는 뚝심 강한 축구를 보여주었는데 최용수 감독의 선수 교체가 더 놀라운 동점골의 밑거름이 됐다. 80분에 수비수 이웅희를 대신하여 체격 조건 좋은 공격수 박동진을 들여보낸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9분 뒤에 박동진의 헤더 패스를 받은 페시치가 기막히게 빠져들어가며 오른발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것만으로도 전주성 축구 극장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종료 휘슬이 울리기까지 어느 팀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축구였다.

대기심이 후반전 추가시간을 4분으로 알렸지만 그 시간도 다 흘러갈 때 전북 이용의 오른쪽 크로스가 FC 서울 골문 앞으로 날아왔고, 그 순간 전북 교체 선수 김신욱과 FC 서울 수비수 김원균이 뒤엉켜 넘어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잡기 반칙, 페널티킥으로 의심할 수 있는 장면이었기에 VAR 룸에서 무전이 날아왔다. 

이에 김우성 주심이 느린 영상을 확인했지만 두 선수가 함께 잡기 싸움을 펼치다가 엉켜 넘어진 것으로 판명됐다. 결국 이 시간이 추가시간의 추가시간을 만들어낸 셈이다.

90+7분, 정말로 믿기 힘든 극장골이 전주성을 뜨겁게 만들었다. 김신욱의 헤더 패스를 받은 후반전 교체 선수 한승규가 그 좁은 사이를 비집고 기막힌 왼발 돌려차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체격 조건이 훨씬 좋은 오스마르가 뒤에서 반칙성 잡기로 한승규를 방해하고 있었지만 기술이 좋은 한승규의 왼발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지난 시즌 영 플레이어상을 받은 뒤 울산을 떠나 전북으로 둥지를 옮긴 뒤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해 마음 고생이 심했던 한승규는 유니폼 상의를 훌러덩 벗어던지며 이적 후 첫 골 감격을 1만5127명 홈팬들과 나누었다.

2019 K리그 1 결과(28일 오후 2시, 전주성)

★ 전북 현대 2-1 FC 서울 [득점 : 이승기(45분,도움-문선민), 한승규(90+7분,도움-김신욱) / 페시치(89분,도움-박동진)]

◎ 전북 현대 선수들
FW : 이동국(65분↔김신욱)
AMF : 로페즈, 임선영(90+3분↔장윤호), 이승기, 문선민(68분↔한승규)
DMF : 신형민
DF : 김진수, 김민혁, 홍정호, 이용
GK : 송범근

◎ FC 서울 선수들
FW : 페시치(90+2분↔정현철), 박주영
MF : 고광민, 윤종규(46분↔조영욱), 오스마르, 알리바예프, 고요한
DF : 황현수, 김원균, 이웅희(80분↔박동진)
GK : 양한빈

◇ 2019 K리그 1 현재 순위
1 전북 현대 20점 6승 2무 1패 18득점 6실점 +12
2 울산 현대 17점 5승 2무 1패 11득점 5실점 +6
3 FC 서울 17점 5승 2무 2패 11득점 6실점 +5
4 대구 FC 16점 4승 4무 1패 14득점 5실점 +9
5 상주 상무 14점 4승 2무 3패 10득점 10실점 0
6 성남 FC 12점 3승 3무 3패 9득점 8실점 +1
7 강원 FC 10점 3승 1무 5패 8득점 12실점 -4
8 포항 스틸러스 10점 3승 1무 5패 8득점 13실점 -5
9 경남 FC 9점 2승 3무 3패 14득점 17실점 -3
10 수원 블루윙즈 9점 2승 3무 4패 10득점 13실점 -3
11 인천 유나이티드 6점 1승 3무 5패 4득점 15실점 -11
12 제주 유나이티드 4점 4무 5패 8득점 15실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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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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