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대표팀 경기 모습... 2018 네이션스 리그

여자배구 대표팀 경기 모습... 2018 네이션스 리그 ⓒ 박진철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축제의 장이 될 수 있을까. 이는 배구계 전체의 간절한 염원이기도 하다. 확실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 배구의 최대 목표이자 과제는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특히 여자배구는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전망되고, 김연경(32세·192cm)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배구계뿐만 아니라 일반 스포츠 팬들에게도 큰 관심사다.

여자배구가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하는 길은 두 가지다. 첫째는 8월 2~4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대륙간 예선전)'에서 1위를 하면 본선 출전이 확정된다. 세계랭킹 9위인 한국 여자배구는 러시아(5위), 캐나다(18위), 멕시코(21위)와 함께 E조에 편성됐다. 대회 방식은 4팀이 풀리그를 펼쳐, 1위 팀에만 본선 티켓이 부여된다.

실패할 경우에는 마지막 기회가 한 번 남아 있다. 내년(2020년) 1월 둘째 주로 예상되는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대륙별 예선전)'에서 반드시 우승을 해야만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대회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태국이 유력하다. 한국 대표팀에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우승을 못하면, 여자배구의 도쿄 올림픽 출전은 완전히 무산된다.

그런데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전도 아무나 출전할 수 없다. 오는 8월 17~25일 서울에서 열리는 '2019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8위 안에 들어야만 출전이 가능하다.

참가국들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보듯 아시아 중위권 팀들의 수준이 급성장한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올림픽 세계예선전, 물 떠놓고 기도하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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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1월 라바리니 감독을 영입했다. 한국 배구 대표팀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다. 또한 선수들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 코치, 체력 트레이너, 전력분석관 3명을 라바리니 감독이 직접 선발해서 오도록 했다. 여자배구 대표팀 코칭 스태프에 외국인만 총 4명이 된다.

여자배구의 경우 대표팀을 관리하는 대한민국배구협회, 프로배구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 그리고 프로구단들까지 한목소리로 8월 초에 열리는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총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같은 조에 속한 러시아가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앞서지만, 한국 대표팀이 전력을 다할 경우 이길 가능성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도쿄행 티켓을 따느냐, 못 따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여기에서 본선 티켓을 따면, 내년 1월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은 출전하지 않는다.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 따냈다는 큰 흥행 요소까지 추가된다. V리그 일정 조정 문제로 골머리가 아픈 KOVO나 주관 방송사 입장에서는 '초대박'이 아닐 수 없다. 프로구단들도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한결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여러 부분에서 애로 사항이 발생한다. V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한 달 가까이 팀을 떠나야 한다.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김연경의 고충은 더 크다.

때문에 대표팀 선수는 물론, KOVO와 프로구단들이 올림픽 세계예전선에서 본선 출전권이 확정되기를 더욱 염원한다. KOVO는 다음 시즌 V리그 일정 편성을 올림픽 세계예선전 이후로 미뤘다.

KOVO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2019-2020시즌 V리그 경기 일정은 8월 올림픽 세계예선전이 끝난 이후에나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따낸다면 정말 좋겠다"며 "KOVO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더 간절했다. 그는 "올림픽 세계예선전 기간 동안 물 떠놓고 기도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한국-러시아전에서 결판난다.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를 펼치도록 적극 돕겠다"고 덧붙였다.

배구협회, KOVO, 프로구단 관계자들은 서울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축제의 장이 되기 위해서도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본선 티켓 획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여자배구가 본선 티켓을 딸 경우, 곧바로 열리는 서울 아시아선수권은 배구계와 팬들이 모두 몰려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도 "여자배구의 폭발적 인기를 감안하면,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고 개선한 대표팀 선수들을 보기 위해 잠실 실내체육관에 1만 명이 넘는 구름 관중도 기대해볼 만하다"며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북한 참가할 경우... 개막전 '남북 대결' 가능성

서울 아시아선수권 대회의 흥행 변수는 하나 더 있다. 북한 여자배구 대표팀의 참가 여부다. 배구협회는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남북 단일팀은 구성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선수권에 북한이 참가해주길 바라고 있다.

실제로 배구협회는 북한 참가를 위해 고심하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1월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북한 참가 추진을 공표하기도 했다. 아시아배구연맹도 북한의 참가를 환영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참가할 경우 상징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대회 흥행과 주목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여자배구 성인 대표팀(시니어 대표팀)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북한 여자배구는 지난 2017년 9월 태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아시아지역 예선전(B조)에 출전했었다. 6년 만에 '배구 남북 대결'도 펼쳐졌다. 2017년 9월 20일 한국-북한 경기에서 한국이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북한은 이 대회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다. 베트남, 이란에 모두 3-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한국과 태국에는 0-3으로 패했다. 그러나 북한은 강호 태국전에서 접전을 펼치는 등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주 공격수 정진심(1992년생·182cm·레프트)은 전체 선수 중 압도적 '득점 1위'를 기록하며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란전에서는 혼자 32득점을 쏟아부었다. 전천후 공격수로 레프트와 라이트는 물론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았다. 모든 위치에서 빠르고 다부진 공격력을 선보였다.

북한의 전력으로 볼 때, 서울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할 경우 8강 진출과 함께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출전권 획득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북한이 참가할 경우 한국이 속한 A조에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A조만 다른 조보다 1팀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출전하면,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개막 경기가 남북 대결로 배치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개막 경기가 '남북 대결'이라면 최고의 흥행 카드가 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대회를 앞두고 전격 참가 결정을 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잠실 실내체육관, 35년 만에 '여자배구 1만 관중' 기대

이번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 대회는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과 잠실 학생체육관 2곳에서 열린다. 메인 경기장은 잠실 실내체육관이다. 한국 팀의 경기는 대부분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두 체육관을 운영하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장소 확정에 적극 협조해줬다.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상징성, 여자배구 인기·북한 참가 여부 등으로 흥행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잠실 실내체육관은 좌석수만 1만1044석이다. 최대 수용 인원도 1만5천 명에 달한다. 잠실 학생체육관도 좌석수가 6500석이다. 모두 대규모 관중이 입장할 수 있는 경기장이다.

특히 잠실 실내체육관은 1980년대 여자배구 황금기를 함께했던 상징적인 장소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팀 경기에 1만여 명의 관중이 들어찰 경우, 35년여 만에 역사적인 대기록이 탄생한다. 1980년 초반 이후 여자배구 경기장에 1만 명의 관중이 입장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관심도 높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중계권 문의와 협의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가 확실하게 축제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앞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따내는 게 가장 큰 관건이다. 북한 참가까지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 '여자배구 르네상스'를 증명하는 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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