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SBS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 SBS

 
지난 20일 SBS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가 2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분명 재미있고 통쾌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 재미와 통쾌함만이 다였던 드라마는 아니었다. <열혈사제>에는 우리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열혈사제>에서 그 누구보다도 깊은 울림의 메시지를 전한 인물들은 바로 오요한(고규필 분)과 쏭삭(안창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열혈사제>에서 많이 먹어야 잘 들린다며 성당에서도 빵을 먹는 요한, 그런 요한에게 '돼지'라며 놀리는 쏭삭의 모습 등 요한과 쏭삭이 나오는 장면은 웃음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랬기에 그 둘은 <열혈사제> 속 코믹 캐릭터처럼 보였다(물론 <열혈사제> 대부분의 캐릭터들에 코믹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요한과 쏭삭은 <열혈사제>에 나오는 그 어떤 인물들보다도 우리에게 전해주는 바가 많은 인물이다.

모두가 악당 편일 때, 정의를 위해 맞선 인물들
 
 SBS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SBS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 SBS

 
<열혈사제> 마지막 회에는 박경선(이하늬 분) 검사, 구대영(김성균 분)을 비롯한 구담 경찰서 형사들 대부분이 주인공 김해일(김남길 분) 편에 섰다. 그렇지만 극 초반에는 박경선 검사도 구대영을 비롯한 구담 경찰서 대부분의 형사들도 주인공 김해일 반대편에 서 있었다. 아니, 반대편에 서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김해일이 악의 우두머리들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려 할 때마다 박경선 검사와 구대영을 비롯한 구담 경찰서 형사들이 따라와서 김해일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놓아주지 않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정의를 위해 싸워줘야 할 경찰, 검찰도 악당들 편에 서 있을 때였다. 그때 그런 악당들과 싸우는 주인공 김해일 편에 선 인물들이 바로 요한과 쏭삭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요한과 쏭삭의 입장에서는 김해일 편에 서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SBS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SBS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 SBS

 
요한은 대학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하며 하루 하루를 힘겹게 버티는 청년이다. 비록 코믹한 캐릭터로 나오기는 하지만 대학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르바이트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20대 청춘의 삶이 마냥 즐거울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면 자신을 돌보며 사는 것만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처지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요한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김해일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악의 무리들이 운영하는 급식 회사인 왕맛 푸드에 들어가 빵을 열심히 먹어가며 청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비밀장부가 있는 곳을 알아낸다. 

태국 출신인 쏭삭은 중국집 배달 일을 하면서 번 돈을 모두 태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순박한 청년이다. 쏭삭은 사실 뛰어난 무예타이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극 초반에는 태국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동네 양아치 장룡(음문석 분)에게 매일 얻어터지고 무시를 당하며 산다. 그런 삶을 살고 있을 때 쏭삭 역시 친구 요한의 부탁으로 비밀장부를 찾는 김해일을 돕는다. 둘의 활약으로 김해일은 불량 급식 업체인 왕맛 푸드가 3년간 구담 구청에 상납한 내역을 담아놓은 비밀 장부를 손에 넣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힘'의 중요성
 
 SBS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SBS 드라마 <열혈사제>의 한 장면 ⓒ SBS

 
이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자. 얼핏 보면 이 둘의 행동은 대수롭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잘 생각해보면 이 둘의 행동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 요한은 자신의 삶의 무게에 눌려 다른 사람을 도와줄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쏭삭 역시 가족을 생각해서 자신의 무예타이 실력까지 감추면서 동네 양아치에게 맞는 삶을 살았다. 그랬기에 김해일을 돕다가 들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둘 모두 용기를 내서 김해일을 돕는다. 더구나 그 둘의 용기를 냈던 시점은 경찰과 검찰까지 악당들의 편에 서 있을 때였다. 

구청 직원들도 경찰들도 검찰까지도 악당의 힘이 너무 커서 거기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요한과 쏭삭은 거기에 순응하는 대신 김해일 편에 서서 그 악과 맞서기를 택한다. 요한과 쏭삭이 준 깊은 울림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아마도 요한과 쏭삭은 시청자들을 향해 '악의 힘이 너무 크다고 해서 지레 겁먹고 물러서지 말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요한과 쏭삭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작은 힘을 모아야만 언젠가 우리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해칠지도 모를 악을 몰아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는 것이 없다며 우리 사회 일부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그냥 가만 두고 볼 것인지, 아니면 요한과 쏭삭처럼 그런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밝히기 위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것인지 선택하는 건 이제 우리 몫으로 남겨졌다.
열혈사제 쏭삭 오요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