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를 앞두고 지난 스토브리그에는 KBO리그 최초의 삼각 트레이드가 나왔다. 키움의 고종욱이 SK로, SK의 김동엽이 삼성으로, 삼성의 이지영이 키움으로 팀을 옮기는 트레이드였다.

개막이 한 달이 다 되어가는 현재, 선수들 역시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처럼 시즌 초반의 성적을 평가받는 '중간고사' 기간을 맞이하고 있다. KBO리그 최초 삼각 트레이드의 주인공들의 중간고사 성적표는 어떨까.

키움의 이지영, 셋 중 가장 높은 타율 기록 중
 
 지난 3월 27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린 이지영

지난 3월 27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린 이지영 ⓒ 키움 히어로즈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키움 히어로즈의 이지영이다. 체력안배 및 선발 투수들과의 조합을 위해 전담포수로 나서기에 규정타석에는 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타격에서는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20경기에 나서 63타수 21안타 1홈런 5타점 7득점을 기록 중이며, 현재 타율은 0.333을 기록 중이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홈런 1개와 2루타 1개를 제외한 19개의 안타가 모두 단타라는 점이다. 그러나 파워풀한 타격을 하는 박동원과 함께 '포수 로테이션'을 돌고 있기에 그 아쉬움은 상쇄되고 있다.

지난 17일, 이지영은 포항에서 열린 친정팀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지영은 '친정팬'들의 환호와 함께 타석에 들어섰고, 그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경기 종료 후 이지영은 "마치 청백전을 하는 기분이었다"며 첫 친정 방문 소감을 밝혔다.

친정인 삼성에서는 지난 시즌 90경기에 나서 61안타 2홈런 0.343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었다. 많은 경기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1.58을 기록하며, 리그 포수 중 5위에 오르기도 했다. 강민호 영입으로 널널해진 포수 자원에 비해, 부재한 거포 타자를 얻기 위해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게 된 이지영은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다.

SK 와이번스 고종욱, 시작은 힘들었으나 지금은 '탄탄대로' 
 
 지난 12일, 인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적시 2루타를 때려낸 고종욱

지난 12일, 인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적시 2루타를 때려낸 고종욱 ⓒ SK 와이번스

 
눈에 띄는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는 SK 와이번스의 고종욱이다. 그는 6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김상수(8도루)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라있다. 누상에서의 주루뿐만 아니라 타석에서의 타격도 빛을 발하고 있다. 고종욱은 올 시즌 현재 57타수 18안타 2홈런 8타점 15득점, 0.316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고종욱의 진가는 주자가 있을 때 더욱 빛난다. 주자가 없을 때는 35타수 10안타(2홈런) 0.286의 타율에 그치는 반면, 주자가 있을 때는 22타수 8안타 0.364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더구나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 상황에는 10타수 4안타로 4할에 육박하는 타율로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고종욱의 2019시즌은 시작부터 좋지는 못했다. 지난 4일, 개막 후 8경기 만에 시즌 첫 안타를 때려낸 그는 "눈물이 날 것 같다. 야구가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그간의 맘고생을 털어놓았다.

힘들었던 시작과는 달리 고종욱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중이다. 특히 지난 18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3안타 2도루 3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을 4연패에서 구해냈다. 지난 시즌 고종욱은 자신의 부상을 틈타 등장한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주전 경쟁에서 뒤처지는 듯했다. 그러나 트레이드를 계기로 절치부심하여 올 시즌 목표를 30도루로 세우며, "도루를 그만큼 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출루를 했다는 것"이라는 의미를 전했다.

삼성 김동엽은 아직 아쉽지만... KBO 트레이드 더 활발해지기를
 
 지난 2일 대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타격 중인 김동엽

지난 2일 대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타격 중인 김동엽 ⓒ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의 김동엽은 아쉬움만을 남기고 있다. 그는 올 시즌 58타수 7안타 1타점 4득점 5볼넷 20삼진을 기록하며, 좋지 못한 출발을 하고 있다. 더구나 7개의 안타 모두 단타로, 그에게 기대하는 장타가 하나도 나오지 못했다. 이에 김한수 감독은 "자기 것을 찾아야 한다. 자꾸 쫓기는 스윙이 나온다"는 말과 함께 정비 시간을 주기 위한 2군 말소를 결정했다.

김동엽은 천안북일고 시절 '리틀 김태균'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그는 시카고 컵스와 55만 달러의 계약을 맺어 빅리그 도전을 향해 떠났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시절 어깨 관절 와순 파열로 수술을 받으며, 현재까지 그 여파로 인해 송구에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결국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기를 결심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후, 2016년 드래프트 2차 9라운드(86순위)에 지명받아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입단 후 2017시즌(22홈런)과 2018시즌(27홈런) 2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뽐냈다. 이렇듯 그의 장점인 '한 방'을 기대하며 영입한 삼성 라이온즈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과거 트레이드를 향한 시선과 선수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팬들은 물론 선수 본인마저도 '구단에 버림 받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트레이드를 생소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2010년대에만 50건이 넘는 트레이드가 이루어졌고, 140명에 육박하는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선수들에게는 버림 받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구단에게는 '약점을 보완한다'는 솔깃한 제안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에서도 최초의 삼각 트레이드가 이루어진 만큼, 더욱 활발한 트레이드가 이루어져 KBO리그의 수준이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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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9기 유형준
야구 KBO리그 트레이드 이지영 고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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