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는 시즌이 끝난 후 다음 시즌을 위한 스프링캠프에 출발하기 전까지 두 달이 넘는 충분한 기간 동안 FA 시장이 열린다. 반면에 시즌이 끝난 후 곧바로 VNL 같은 국제대회 일정이 시작되는 V리그에서는 FA 자격 선수 공시부터 계약 마무리까지 약 2주의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올해부터는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이 폐지되면서 FA기간이 더욱 줄어 들었다.

올해 V리그 FA시장은 남자부에서 25명, 여자부에서 12명이 FA 자격을 얻었고 그 중에는 현역 국가대표급 대어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각 구단의 치열한 영입 경쟁이 예상됐던 이유다. 하지만 남녀부 최대어로 불리던 정지석(대한항공 점보스)과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을 비롯한 대어들이 대부분 원소속팀에 잔류하면서 2년 전과 같은 '선수 대이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남자부에서는 보상선수 지명이 필요 없는 선수 2명(손현종, 이민욱)이 새로운 소속팀을 찾은 가운데 3명의 미계약 선수가 나왔다. 그리고 그 중에는 불과 몇 년 전까지 V리그를 대표하던 거포의 이름도 포함돼 있어 배구 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와의 재계약 협상이 불발되고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하면서 'FA 미아'가 된 미남스타 김요한이 그 주인공이다. 

V리그 정상급 토종 거포로 군림하고도 따라주지 않았던 팀 성적
 
 2007년 이후 11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던 김요한은 2017년 OK저축은행으로 트레이드됐다.

2007년 이후 11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던 김요한은 2017년 OK저축은행으로 트레이드됐다. ⓒ 한국배구연맹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전자공고를 졸업한 김요한은 배구 명문 인하대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배구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m의 큰 신장과 폭발적인 공격력, 훤칠한 외모까지 두루 갖춘 김요한은 유광우(우리카드 위비), 최귀엽(화성시청) 등과 함께 인하대의 전국대회 4관왕을 이끌었다.

당시 김요한은 한 살 어린 경기대의 문성민(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과 함께 대학배구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했다. 두 선수는 대학생 신분으로 나란히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배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준비된 스타' 김요한이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학교 동기 유광우 세터와 한양대 센터 진상헌(대한항공)을 제치고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현 KB손해보험 스타즈)에 입단한 김요한은 루키 시즌 잔 부상에 시달리며 신인왕 등극에 실패했지만 2008-2009 시즌 513득점을 퍼부으며 득점 부문 4위(국내 선수 1위)에 올랐다. 김요한은 2009-2010 시즌에도 530득점으로 두 시즌 연속 득점 4위(국내 선수 2위)에 오르며 V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공격수로 등극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서브리시브도 2008-2009 시즌 42.53%에서 2009-2010 시즌 54.73%로 상승했다.

하지만 2010-2011 시즌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며 김요한의 시련이 시작됐다. 김요한은 빠르게 재활 과정을 마치고 준플레이오프에 맞춰 복귀했지만 부상 후유증으로 3경기에서 20득점에 그치며 LIG의 탈락을 지켜봤다. 김요한은 2011-2012 시즌 외국인 선수 밀란 페피치의 부상으로 라이트로 변신해 29경기에서 671득점(5위)을 올리는 대활약을 펼쳤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던 LIG의 6위 추락을 막을 순 없었다.

2011-2012 시즌 투혼(?)을 발휘한 김요한은 무릎, 허리, 손등에 차례로 부상을 당하며 뛰어난 탄력과 순발력을 잃고 말았다. 결국 V리그 남자부 최고의 토종 거포였던 김요한은 2012-2013 시즌 312득점, 2013-2014 시즌 263득점에 그치며 '잘생겼지만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김요한과 쌍포를 형성할 거라 기대했던 이경수(목포대 감독)의 전성기가 예상보다 일찍 끝난 것도 LIG와 김요한에게는 큰 악재였다.

선수생활의 전환점이 되지 못한 트레이드, 결국 FA 미아로 전락
 
 김요한은 OK저축은행 이적 후 센터로 변신했지만 그리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김요한은 OK저축은행 이적 후 센터로 변신했지만 그리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 한국배구연맹

 
김요한은 허리 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2014-2015 시즌 474득점, 2015-2016 시즌 566득점을 올리며 LIG를 대표하는 토종 거포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LIG는 토마스 에드가, 네맥 마틴 같은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수비와 세터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며 2010-2011 시즌을 끝으로  봄 배구를 하지 못했다(이번 시즌 우리카드가 봄 배구에 진출하면서 KB손해보험은 '최다 시즌 봄 배구 실패 구단'의 자리를 물려 받았다). 

2015년 6월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KB손해보험은 2016-2017 시즌 이강원, 황두연, 황택의 세터 등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재편했다. 베테랑이 된 김요한의 팀 내 비중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고 김요한은 전 경기에 출전하고도 336득점(14위)에 그쳤다. 이는 27경기만 소화하고 퇴출된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선수 톤 밴 랭크벨트(348득점)보다도 저조한 득점이었다. 결국 김요한은 2017년 6월 트레이드를 통해 OK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

OK저축은행을 이끌던 김세진 감독은 트레이드 후 김요한을 센터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김요한은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의 주전센터로 활약하며 34경기에서 173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십수 년을 날개 공격수로 활약했던 김요한에게 센터 변신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 김요한은 이번 시즌 부상에서 돌아온 박원빈과 스피드가 좋은 한상길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조재성의 백업으로 밀려났다.

프로에서 12번째 시즌을 마친 김요한은 생애 3번째 FA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LIG와 KB소해보험의 주공격수로서 좋은 대우를 받았던 지난 두 번과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센터 변신에 실패한 김요한은 윙스파이커를 맡기기엔 수비와 서브리시브가 부족하고 아포짓 스파이커(오른쪽 공격수)로 활약하기엔 폭발력이 떨어진다. 조커 역할 정도로는 여전히 활용가치가 남아 있지만 기존 연봉(4억 원)이 높아 선뜻 영입에 나서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김요한은 FA 계약 마감시한이었던 12일까지 그 어떤 구단과도 계약하지 못해 'FA 미아'가 됐다. 이제 김요한은 2019-2020 시즌이 끝날 때까지 어떤 팀과도 계약할 수 없다. 한 시즌을 통째로 쉬어야 한다는 뜻이다. 수 년간 V리그 최고의 토종 거포로 불렸음에도 봄 배구 경험이 단 한 번 밖에 없었던 '비운의 거포' 김요한이 프로 데뷔 13년 만에 선수생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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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김요한 미계약 FA 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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