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은 신인들. 올해는 또 다른 얼굴이 이 자리에 초청받기 위해 시즌을 준비중이다.

지난해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은 신인들. 올해는 또 다른 얼굴이 이 자리에 초청받기 위해 시즌을 준비중이다. ⓒ 김현희


오는 6일이면, 전국 각지에서 2019시즌 고교야구가 개막을 알린다. 프리미어12 소화로 인하여 프로야구가 일찍 열리는 것과 달리, 고교야구는 꽃샘추위가 어느 정도 물러나고 날씨가 따뜻해지는 시기에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시즌을 일찍 시작하다보니, 프로야구 '형님'들은 크고 작은 부상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저녁으로 체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시점에서 허슬 플레이를 펼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KBO 입장에서는 향후 이러한 점을 보완하여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러한 점만 생각해 보면, 고교야구 선수들은 부상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보호를 받고 시즌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서울을 비롯하여 각 지방별로 자치 대회를 열기도 했지만, 이는 시즌 시작 전 맞이하는 전초전에 가깝기 때문에 그 결과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느 선수들이 각 학교별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지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지난해 성적과 올해 오프시즌 친선 대회를 통하여 살짝 윤곽이 보인 2019 고교야구. 어느 학교가 전국 무대에서 좋은 성적으로 야구 팬들의 관심을 받을지 예측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2019 고교야구, 덕수-장충-대구고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

2019 고교야구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주말리그 성적이 전국 본선무대(황금사자기, 청룡기 선수권, 대통령배, 봉황대기) 진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권역별로 전반기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황금사자기/청룡기 선수권에 모두 참가할 수 있고, 나머지 대회는 권역별 순위에 따라서 참가가 결정된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따라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3학년 선수들은 조금 더 다양한 방법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모든 학교가 최선을 다 하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두각을 나타낼 만한 학교로 덕수고, 장충고, 대구고를 조금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청소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발됐던 김성용 감독의 야탑고, 충청 지역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는 대전고와 천안북일고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들 학교는 기본적으로 안정된 마운드를 구축함과 동시에, 타력 역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시즌 전부터 주목을 받는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이 내년에 재계약에 성공하면, 아들과 한솥밥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장재영은 2학년 전국구 스타다.

장정석 키움 감독이 내년에 재계약에 성공하면, 아들과 한솥밥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장재영은 2학년 전국구 스타다. ⓒ 김현희


지난해 전국무대에서 크게 기지개를 펴지 못한 덕수고는 올해를 또 다른 도약의 해로 보고 있다. 장신 에이스 홍원빈(KIA)이 졸업하고 없지만, 다른 투수들이 그 공백을 충분히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좌완 에이스 정구범(3학년)과 153km의 특급 에이스, 장재영(2학년)이 있다. 미국 유학을 다녀 온 이후 지난해 실전에 투입, 안정된 제구력을 자랑하는 정구범은 이미 완성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에 KBO가 미국 유학 다녀온 1년을 유급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동기들보다 한 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1차 지명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행여 그렇지 않더라고 충분히 2차 1라운드에는 무난히 지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로 이미 지난해 보여 준 것이 많다.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의 아들로도 유명세를 탔던 에이스 장재영은 올해 전천후로 나설 예정이다. 정윤진 감독의 배려 하에 투수보다는 타자로서 더 많은 기회를 보장 받을 예정. 지난해와 같이 마무리 투수로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정윤진 감독을 만나면서 하체 쓰는 방법을 터득, 올해 그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로 한일전 승리투수로 기록된 사이드암 김동혁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팔색조 제구로 올해 처음 풀타임을 뛰게 된다. 타선에서는 2학년 때부터 4번을 쳤던 포수 노지우의 상태가 가장 좋은 가운데, 지난해 월드 파워 쇼케이스 국내 대회 우승을 차지한 기민성도 중심 타선에 버틸 예정이다. 장타력이 좋은 두 선수는 올해 내심 프로 상위 라운드 지명을 노리고 있으면서도 홈런왕 후보라는 공통 분모를 안고 있다.

장충고는 '소리 없이 강한 팀'으로 손꼽힌다. 송명기(NC)나 김현수(롯데) 모두 없지만, 저학년 선수들 위주로 엔트리를 재편했다. 이에 장충고 송민수 감독도 우승을 욕심낼 만하지만, "말로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다."라며 조용히 결의를 다지고 있다. 장충고 전력의 핵심은 전적으로 4번 타자 박주홍(3학년)이 쥐고 있다. 1학년 때부터 홈런포를 생산해 내면서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에도 목동 구장에서 만루 홈런을 기록하는 등 물오른 기량을 과시한 바 있다. 어떤 형태로든, 서울 지역 1차 지명 0순위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되려 동문 대선배인 이병규(LG)의 장충고 시절보다 낫다는 후문이다. 2019 유격수 4천왕 후보 중 하나로 손꼽히는 김병휘 역시 내야 전체를 커버할 수 있을 만큼 빼어나다. 이미 U-15 대표팀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최준우(SK)-박민석(kt)의 뒤를 잇는 장중고표 유격수 계보를 이을지 관심을 가질 만하다.
 
 지난해 3학년 형님들과 함께 한 장충고 내야수 김병휘(사진 맨 좌측). 이후석(사진 중앙)은 동국대로, 박민석(사진 우측)은 kt로 진로를 결정했다.

지난해 3학년 형님들과 함께 한 장충고 내야수 김병휘(사진 맨 좌측). 이후석(사진 중앙)은 동국대로, 박민석(사진 우측)은 kt로 진로를 결정했다. ⓒ 김현희


마운드는 주로 저학년들로 구성된다. 특히, 장충고 에이스를 역임했던 양기현(키움)의 친동생인 2학년 양수현의 상태가 가장 좋다. 아직 오프시즌인데도 최고 구속 140km를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날이 풀리면, 구속은 저절로 상승될 것으로 보인다. 신입생으로 오프시즌 내내 펄펄 날았던 최유빈은 투-타 모두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前 충주성심학교 박상수 감독의 3남인 박태강도 장충고에 진학했다. 기량 자체만 놓고 본다면, 배명고를 졸업한 장남 박태양이나 경기고를 졸업한 차남 박태산보다 낫다는 평가다. 이러한 평가에 두 형들이 오히려 더욱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대구고는 올해 내심 또 다시 다관왕을 욕심내고 있다.

대구고는 올해 내심 또 다시 다관왕을 욕심내고 있다. ⓒ 김현희


지난해 기대 이상으로 전국무대에서 다관왕을 차지했던 대구고는 그 우승 멤버들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올해 역시 내심 다관왕을 노리고 있다. 내야수 신준우가 이끄는 타선의 매서움이 상당하다. 이미 1학년 때부터 주전 3루수로 활약, 올해 본 포지션인 유격수로 돌아가 자신의 재주를 드러낼 예정이다. 형(성균관대 좌완투수 신준영)과는 달리 우타 거포로 성장한 신준우는 동문 선배인 박석민과 구자욱 못지 않은 선수가 되겠다며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안방마님 현원회는 이미 지난해 합격점을 받았던 포수 유망주. 올해 전국구로 이름을 알릴 예정이다. 이승민-여도건, 두 명의 좌완 듀오가 버틴 마운드도 탄탄한 가운데, 사이드암 한연욱도 출전 준비를 마쳤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들이 즐비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 학교에 큰 위압감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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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프로야구 박주홍 장재영 신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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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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