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대표팀 갑독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갑독 ⓒ 대한축구협회

 
빌드업 축구의 허점은 무엇 

이천수(37)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이 28일 유튜브 채널 매체를 통하여 지난 26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8경기 만에 선발 출전하여 '선방 쇼'를 펼친 조현우(28.대구 FC)에 대하여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발언의 요지는 이렇다. "기회를 잡으면 뭐 하나, 다음 경기는 분명 김승규인데"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의 이런 날 선 발언은, 곧 파울루 벤투(50, 포르투갈) 감독의 선발 선수 기용에 대한 믿음을 비판한 발언이기도 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난해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총 14차례의 경기 중 대부분을 자신이 믿는 선수만으로 선발 멤버를 꾸려 경기를 소화했다. 지도자의 이 같은 붙박이 선발 기용은 한편으로, 팀 조직력 향상이라는 면에서 바람직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의 믿음에 의한 붙박이 선발 기용으로 '설왕설래'의 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주장하고 있는 빌드업 축구 철학은 어디까지나 팀 조직력을 전제로 한, 축구 철학이 뒷받침되어야만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렇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은 총 14차례의 경기를 소화한 상태에서도, 아직까지 뚜렷한 팀 조직력 상실은 물론 그 밖의 문제점들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문제점은 바로 믿음의 붙박이 선발 기용이다. 지도자에게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팀 운영에 관한 원칙과 소신은 매우 중요하다.

지도자가 이에 소홀하다면 지도자 수명은 단명으로 끝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팀 선수들간 동기부여와, 상호 경쟁 체제를 갖출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한편으로 지도자의 지도능력으로 받아들여 진다. 지금 파울루 벤투 감독의 믿음의 붙박이 선발 기용 성향은, 그동안 경기 내용으로 볼 때 아무리 그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한다 해도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따라서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의 발언은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개선에 의한 변화의 울림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한 요소다. 아시안컵에서도 출전 시간이 많지 않던 이승우 선수가 물병을 걷어차는 장면이 포착돼 '항명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사태는 커지지 않고 사그라들었지만, 주전 선수가 고정된다면 앞으로 이런 장면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붙박이 선발 기용의 문제점 

또한 볼리비아,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선발한 백승호(22.지로나), 이강인(18.발렌시아) 또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믿음의 붙박이 선발 기용으로 단 1분도 경기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돌아갔다. 선수에게는 100번 훈련하는 것보다 1번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선수의 성장에 더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경기출전 무산에 대하여 '훈련점검'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경기 출전 무산을 합리화시키려한 것은 어떠한 명분이라도 불합리하고 또한 이해될 수 없는 모순된 축구 철학이다.

사실 백승호, 이강인 선발에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선발 의지가 얼마만큼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여론에 떠밀려 선발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선수에게 동기부여와, 더 큰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실전 경험과 함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부여해 줬어야 한다는 타당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실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에서의 항명 사태 사례를 볼 때 파울루 벤투 감독 성향상, 예정되어 있는 6월 평가전에 백승호, 이강인을 재선발 경기에 출전시킬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명분이 퇴색될 뿐 아니라 의미 또한 반감되어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 중에 하나는 덕목이다. 그 덕목에 믿음은 지도자와 선수 간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도덕적 사항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 사항에 반하는 믿음의 붙박이 선발 기용으로, 그 외의 선수들은 의욕을 잃고 더불어 사기가 저하되며 상처를 받는 경우를 초래하고 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팀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수 상호 간 경쟁의 틀이 굳건히 유지되는 가운데, 지도자는 선수들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이 현실적으로 이 같은 면에 선수와 축구 팬들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고 있는 지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는 의문부호로 남는다. 분명 파울루 벤투 감독의 믿음에 의한 붙박이 선발 기용의 축구철학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그렇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의 지도자로서 '소신'을 논하지 이전에 볼리비아전의 단순한 전술로 인한 답답한 경기력과 더불어 콜롬비아전에서 나타났듯 평가전을 단일대회 성적을 의식한 경기 같이 붙박이 선발 기용이 문제로 지적됐다. 파이브백 전술과 미드필더까지 수비에 올인하는 극단적인 수비 축구로는 선수 성장 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한국축구 발전을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한편으로 그 같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적인 축구가 볼리비아,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주장했던 변화와 개선이었다면 한국축구의 미래는 더욱 암울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총 14차례의 경기를 통해 실체를 드러낸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는, 효율성과 실효성이 결여된 채 믿음의 붙박이 선수 기용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다소 고집스러운 축구철학을 가진 지도자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다. 

따라서 파울루 벤투 감독 축구철학에 대한 파열음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이 파열음을 잠재울 수 있는 개선책과 변화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현재 한국축구는 오랜만에 열기가 한층 고조되어 '축구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스토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스토리가 대표팀이 아닌 프로축구(K리그)로 인하여 탄생되었다는데,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에 대한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한 국가의 축구로 인한 스토리는 대표팀이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상이고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이다.

'축구의 봄' 그 주인공은 누구

하지만 현재 한국축구에 찾아온 '축구의 봄'은 대표팀이 아닌 프로축구에서 탄생됐다. 이에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의 발언이야말로 시기적절했고, 또한 한국축구를 위해 당연히 누군가 했어야 할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한국축구에서 성공한 외국인 감독은, 2002년 한.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강을 견인한 거스 히딩크(73, 네덜란드) 감독뿐이었다.

그 후 움베르투 코엘류(69, 포르투갈)▶조 본프레레(73, 네덜란드)▶딕 아드보카트(72, 네덜란드)▶핌 베어벡(63, 네덜란드)▶울리 슈틸리케(65, 독일) 등. 파울루 벤투 감독 이전에 5명의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성공 신화'를 일군 지도자는 없었다. 이는 한편으로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박항서(60) 감독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특히 파울루 벤투 감독과 박항서 감독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그 중 가장 큰 차이점은 리더십이며 또한 겸손함이다.

무릇 지도자는 단지 카리스마만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선수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채찍과 당근을 모두 적절히 활용하는 언행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더불어 여기에 지도자가 갖추지 않으면 안 될 또 하나의 조건은 바로 겸손함이다. 모름지기 지도자에게 지도능력보다 앞서는 것이 겸손함이다. 만약 이를 갖추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 실로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반면교사' 대상 지도자다.

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파울루 벤투 감독과 마찬가지로 부임 약 5개월여 만에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 등 승승장구하며 '갓틸리케'라는 찬사의 애칭까지 얻었다. 이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가 한국축구에 적합하다'는 신뢰가 생겼다. 이 점은 파울루 벤투 감독 역시 대등소이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부임 후 7승 4무의 무패 행진으로 빌드업 축구는 한국축구 발전 등식과 비례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렇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축구는 59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2019 AFC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이라는 결과로 마침표를 찍으며 충격을 안겨줬다.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아부다비 참사'였고 당연히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의 무능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실패의 문제점은 명확히 드러났다.

선수 관리 실패, 빌드업만 강조한 단순한 전략, 작전의 실효성 미흡, 로테이션 없는 선발 기용, 타이밍과 적절성을 상실한 선수 교체, 선수 혹사, 무기력한 경기력과 결정력 부족 등등. 하지만 이러한 처참한 실패 영향에 파울루 벤투 감독은 볼리비아,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반전을 위한 변화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그 변화는 단지 포메이션 변화에 그쳤고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문제점 개선에 의한 변화는 엿보이지 않은 채, 콜롬비아와의 대전에서는 오히려 승리에 의한 자신의 안위만을 의식한 파이브백 전술로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구사하여 실망감을 안겨줬다. 

선 사명과 과제, 후 벤투 축구 철학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 스타일이 '못 이기는 축구'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왜 자신의 전술, 전략, 지략이 실효성 있는 경기력으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지 통렬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빌드업 축구의 모순점에 대한 합당한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 개선에 의한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축구는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리며 강력한 존재감을 뽐냈지만 이는 1970~1980년대까지의 이야기다.

이후 한국축구는 2002 한일 FIFA월드컵 4강 성과 후 혼돈에 빠지며 위기를 맡기도 했다. 지금 한국축구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함께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임한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 FIFA월드컵까지(본선 진출 시) 대표팀을 이끌기로 되어 있다. 이로 인하여 지휘봉을 잡은 지 약 7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파울루 벤투 감독을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실패와 비전이 엿보이지 않는 빌드업 축구 때문에 경질을 논하는 것은 분명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달라질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 철학과 믿음에 의한 붙박이 선발 기용의 변화로 달라질 대표팀을 기대해 본다. 만약 파울루 벤투 감독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벤투호는 답이 없고 한국축구는 자칫 발전에 발목을 잡히며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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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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