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의 첫 앨범 < 강민경 1집 >은 솔직한 자기 고백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강민경의 첫 앨범 < 강민경 1집 >은 솔직한 자기 고백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 스톤뮤직 엔터테인먼트


지난 2월 말, 새로 나온 음악들을 쭉 들어보다가 재미있는 앨범 제목을 발견했다. 앨범 제목이 '강민경 1집'이다. 심지어 CD에는 '걍 민경'(그냥 민경)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간결하고도 직관적인 제목이다. 강민경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다비치에게는 '1'을 쓸 수 없지만, 강민경에게는 '1'을 쓸 수 있다. 그래서 '1'이라는 숫자가 크게 다가왔다"며 이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했다.
 
다비치의 노래를 줄곧 들어온 사람들이라면, 강민경이 가진 기량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는 말에 동의할 것이다. 다비치 데뷔 초, '얼짱'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에 노래보다 외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혼의 파트너) 이해리가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맡을 때, 강민경은 중저음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목소리는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 했다.
 
그러나 활동을 지속하면서 강민경은 다비치의 음악 속에서 자신의 지분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 Love Delight >의 타이틀곡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는 강민경과 이해리의 호흡이 가장 빛을 발한 곡 중 하나다. 그 뿐 아니라 '비밀' 등 자작곡을 만들면서 뮤지션으로서의 욕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MBC <복면가왕> 등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솔로 가수로서 무대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첫 솔로 앨범 '강민경 1집'은 강민경이 지난 11년간 부지런히 쌓아온 가수로서의 공력을 녹여낸 작품이다.
 
솔로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강민경은 '자신의 경험'을 강조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앨범의 단순한 제목은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다섯 곡 중 한 곡을 제외한 모든 수록곡에 강민경이 작사가,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다섯 곡이 실린 EP에서, 강민경은 다양한 감성들을 표현하고자 애썼다. 타이틀곡 '사랑해서 그래'는 수록곡들 중 가장 익숙하게 들릴만한, 정석적인 발라드다. 음악적으로 기존의 다비치표 발라드와 닮아 있다.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것은 다소 안전한 선택일 수 있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말해봐요'와 브라더수가 작곡한 '너여서(My Youth)'는 계절감이 완연한 사랑 노래다. 한편 알앤비의 영향이 느껴지는 'SELFISH'에서는 자신의 고단했던(?) 연애 경험을 노래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 가장 자전적인 곡은 첫번째 노래 '스물 끝에'다. 강민경은 올해로 한국 나이 서른을 맞았다. 성공한 가수로서 얻은 것도 많았겠지만 포기한 것도 많았을 것이다. 스물 끝과 서른 즈음의 사이에 있는 강민경 자신,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어느 때보다 진정성 있게 들린다. '서른 즈음에'의 원곡자 강승원 작곡가에게 직접 동의를 구해, '매일을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구절을 빌려 왔다.
 
김광석이 '서른 즈음에'를 발표했을 때의 '서른'과 지금의 '서른'은 분명히 다르다. 서른이 되어도 자신을 어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럼에도 바뀐 숫자가 주는 중압감은 여전하다. 지금까지 무언가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강박을 무시할 수 없다. 강민경의 노래를 들으면 '나도 그렇다'며 어깨를 다독여주는 친구를 만난 듯하다. 노래의 힘이다.

"매일을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안녕 오랜 꿈들아 안녕 나의 스물 끝
나는 많은 걸 비우고 노래할 거야 영원히"

- '스물 끝에' 중에서.
강민경 사랑해서 그래 스물 끝에 강민경 1집 강민경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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