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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겠단 건 다시 돌아오겠단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굳이 여행까지 가서 글을 쓰겠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이 여행기의 의미는 어느 졸업예정자, 취준생, 여자, 집순이, '혼행러', 그리고 채식주의자가 먹방부터 감성까지 여행에서의 모든 것을 꾹꾹 눌러 담아 돌아오겠단 거창한 선언에 있다. - 기자말

"한국인은 매운 맛!"

매운 맛을 사랑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여행에 가서 꼭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아, 매운 거 먹고 싶다.' 물론 외국엔 칠리소스나 핫소스가 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칼칼하게 매운 감칠맛 말이다. 그래선지 어떤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갈 때 고추장을 챙겨 가기도 한다. 매운 맛이 당길 때 어디에든 첨가해 먹기 위해서다.

스리랑카의 빨간 맛

여기, 한국만큼이나 매운 맛을 좋아하는 나라가 있다. 한국과 세 시간 반의 시차가 나는 먼 나라, 스리랑카다. 실론의 왕국, 차의 나라에서 매운 맛이라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치를 빼고 한국인의 밥상을 논할 수 없듯, 스리랑카 밥상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칠리 삼볼(chilli sambol)'이라는 반찬이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이것은 일반 음식점은 물론이고 중국집에도, 심지어 맥도널드에도 있다.
 
 스리랑카의 '빨간 맛'. 치킨 커리와 칠리 삼볼
 스리랑카의 "빨간 맛". 치킨 커리와 칠리 삼볼
ⓒ 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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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리 삼볼'은 고춧가루와 칠리 소스 등을 무친 반찬이다. 빵, 밥, 면 할 것 없이 어디에든 올려 먹을 수 있기에 '소스'라는 말이 더 적합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 모양새를 보면 반찬이란 말이 조금 더 어울릴 듯싶다. 이것을 음식에 올려 먹으면 피자에 핫소스를 뿌려 먹는 서양식의 '빨간 맛'과는 다른, '바삭한 고추장'을 먹는 기분이 든다. 확실히 서양보다는 한국식 매운 맛에 가까운 반찬이다.

스리랑카 여행 다섯째 날, 중국 음식이 당겨 중국식당에 갔다. 그런데 웬걸, 칠리 삼볼을 같이 주는 것이었다. 삼볼을 보자마자 언제나 김치와 고춧가루가 준비되어 있는 한국 중식당이 떠오르며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하나 더, 스리랑카에선 케첩도 매콤하다. 매콤한 케첩이라니 뭔가 어색한 조합이다. 하지만 스리랑카에서 감자튀김이나 프라이드칩을 먹을 기회가 있다면 꼭 케첩과 함께 먹어보시라. 매운 맛을 좋아한다면 이 달큰한 맛 역시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팁

한편 채식주의자라면 삼볼은 주의해야 할 음식이다. 한눈에 봐서는 그저 고추와 양파 등 야채로만 이뤄진 것 같지만 멸치나 새우 가루가 소량 들어가기 때문이다. 극소량이더라도 어찌 되었든 어류가 함유된 음식이니 어류를 허용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는 먹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칠리 삼볼'과 함께 또 자주 나오는 음식이 있다. '치킨 커리'라는 소스다. 식당에서 '로티(스리랑카 빵)'나 볶음밥/면을 주문하면 간혹 나오는 이 소스는 커리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핫소스같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게 뭐냐고 물으면 그저 '핫소스', '칠리소스'라고 답하는 현지인들도 많다. 때문에 '그냥 소스인가 보다' 하고 먹기 쉽지만, 실상은 닭 육수로 만든 음식이다.

칠리 삼볼도, 치킨 커리도 한국이었다면 일단 의심하고 봤겠지만 '불교 국가 스리랑카니까 다 괜찮을 거야'라며 다소 마음을 놓은 것이 아차 싶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 역시 '빨간 맛'을 맛볼 수 있다. 채식당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채식 메뉴가 식당마다 있지만, 채식 전문식당을 가면 더 마음 편히 스리랑카의 맛을 즐길 수 있을 테다.

빵에도 고추와 양파를 끼워 넣을 만큼 어디서든 매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스리랑카의 음식은 적도의 태양 빛을 닮아 있다. 강렬하고 알싸한 음식들의 향연이다. 그러니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음 여행지로 스리랑카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과 다르지만 어딘가 비슷한 이 맛은 분명 즐거운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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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되 날카로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지금은 여행 중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