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저스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동시에 2017년과 2018년에는 2년 연속 리그 우승까지 꿰찼다. 6년 동안 다저스의 에이스 투수 클레이튼 커쇼가 시즌의 막을 올렸다.

커쇼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 연속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 등판을 맡았다. 장염으로 조기 강판되었던 2012년을 제외한 나머지 7경기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별다른 이변만 없으면 2019년 시즌에도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투수는 커쇼가 맡을 것이 유력하다. 그러나 스프링 캠프부터 커쇼의 컨디션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게 문제다.

허리가 아팠던 커쇼, 이번엔 어깨 통증

커쇼는 2014년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Disabled List)에 올랐다. 당시 호주에서 원정 개막을 치르느라 컨디션을 너무 일찍 끌어올렸던 커쇼는 개막전에서 승리는 했지만 왼쪽 어깨 염좌로 생애 첫 DL을 경험했다. 이후 미국 본토에서의 첫 경기 선발을 류현진에게 양보해야 했다. 커쇼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몸을 회복했고, 비록 200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2014년에 21승을 거두며 만장일치 사이 영 상과 리그 MVP까지 독식했다. 단일 시즌 300탈삼진을 달성했던 2015년에는 건강하게 풀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커쇼는 2016년부터 꾸준히 허리 문제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그 해 7월에 허리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이 발견되며 60일 부상자 명단에서 쉬다가 겨우 포스트 시즌 직전에 돌아왔다. 2017년에도 허리 염좌, 2018년에도 허리 불편을 호소하며 DL에 올랐다. 커쇼가 허리 문제로 DL에 오른 시점은 모두 시즌을 어느 정도 치르며 체력이 소모되기 시작하는 여름이었다. 게다가 2018년에는 허리 통증으로 DL에 오르기 전에 이두근 건염으로 한 차례 DL에 또 다녀오기도 했다.

2019년에는 스프링 캠프를 시작한 뒤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12일(한국 시각)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불펜에서 공을 던졌을 정도다. 당시 20구를 던지며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시범경기에 3번이나 등판한 류현진에 비하면 개막전까지 몸을 만들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커쇼가 어깨에 통증을 호소한 점도 심상치 않다. 류현진이 어깨 부상으로 인해 2015년을 통째로 날리고 2016년도 1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던 점을 기억하고 있다면 어깨 부상이 투수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다. 일단 다시 공을 던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류현진의 부상 때와는 다르겠지만 예의주시는 필요하다.

건강한 류현진, 시범경기 3경기 연속 무실점

어깨 부상에서 회복한 류현진은 복귀 이후 2017년과 2018년 2시즌을 치렀다. 2017년에는 다저스의 선발 자원이 많았던 덕분에 10일 부상자 명단 등으로 등판 간격을 조절하면서 풀 타임 시즌을 치렀고, 2018년에는 사타구니 내전근 부상으로 인해 시즌 중반을 걸렀다.

사타구니 내전근은 예상치 못했던 부상이었고, 일단 류현진의 어깨와 팔꿈치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받았던 부위가 건강해진 류현진은 그동안 겨울마다 재활 훈련을 도왔던 김용일 코치를 정식 개인 트레이닝 코치로 계약했다. 올해에는 김용일 코치가 정규 시즌 내내 류현진과 동행하며 그의 시즌을 돕는다.

건강하게 몸을 만든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서 다저스 선발투수 중 시즌을 준비하는 페이스가 가장 빠르다. 이미 3경기에 선발로 등판했고, 6이닝 동안 4피안타 6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이닝당 출루 허용(WHIP)은 0.67에 불과하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매체인 < LA 스포츠허브 >는 다저스 스프링 캠프의 승자 중 1명으로 류현진을 지목하며 "올해 올스타에 선정되거나 사이 영 상 투표에서 1표라도 받을 경우 놀라지 말 것"이라고 했다. 그 정도로 류현진은 다저스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페이스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경기 당 이닝은 평균 2~3이닝 정도였고, 이제 류현진은 슬슬 투구수를 늘려가면서 경기 당 투구수를 100구 안팎까지 올리는 단계로 돌입한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면 실제로 100구 이상을 던지는 경기는 많지 않겠지만 선발투수로서 1경기를 책임지기 위해서는 보통 100구 안팎의 투구수는 필요하다.

남은 시범경기 15경기, 아직 등판하지 않은 커쇼와 뷸러

12일까지 다저스는 시범경기를 절반 정도 치렀다. 16경기를 치렀으며 15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제 슬슬 각 포지션 경쟁에서 살아남는 선수들을 로스터에 남겨두고 나머지를 마이너리그 캠프로 보낼 시간이다.

류현진(좌), 리치 힐(좌), 마에다 겐타(우), 로스 스트리플링(우), 훌리오 유리아스(좌) 등 다른 선발투수 자원들은 시범경기에서 조금씩 몸을 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커쇼(좌)와 워커 뷸러(우)는 시범경기에서 정식으로 등판한 적이 없다.

커쇼는 앞에서 언급했던 대로 어깨 통증이 있어서 이제 겨우 불펜 피칭을 했다. 뷸러의 경우는 루키 시절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했던 이력이 있는 데다가 지난 해에 급격하게 이닝이 늘었다.

게다가 뷸러는 지난 해에 타이 브레이커와 포스트 시즌 선발 등판까지 신참으로서는 부담이 갈 수도 있는 경기들을 많이 소화했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뷸러의 이닝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고 보호하기 위한 차원으로 시범경기에서 뷸러가 공을 최대한 늦게 던지게 할 계획이다.

몸을 늦게 풀고 있기 때문에 커쇼와 뷸러는 개막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더라도 시즌 초반에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뷸러가 크게 아픈 곳은 없고, 커쇼도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다저스의 남은 시범경기 15경기에서 후반에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아직 확실하진 않은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투수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다저스의 올 시즌 개막전 선발 투수는 확실하지 않아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다저스가 올 시즌 개막전에 커쇼를 등판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다저스의 코칭 스태프들은 커쇼의 개막전 등판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는 걸 이번 불펜 피칭을 통해 드러냈다.

다만 커쇼가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다. 커쇼의 몸 상태를 봐 가면서 결정할 문제이며, 설사 개막전 선발로 등판하더라도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할 정도로 많은 공을 던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커쇼가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할 경우 다저스는 커쇼에게 5회까지만 맡기고 6회부터 길게 던질 수 있는 2번째 투수를 대기시킬 수도 있다. 커쇼가 개막전까지 몸을 만들지 못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커쇼와 뷸러가 몸이 늦게 풀릴 경우 선발 로테이션의 첫 바퀴는 빠질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류현진 등 몸 상태가 앞서있는 투수들이 개막전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에서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했던 이력은 박찬호가 유일하다. 박찬호는 2001년 다저스에서,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개막전 선발로 등판했다. 당시 전성기였던 2001년에는 무실점 승리를 거뒀지만 각종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한 2002년에는 이적 첫 등판에서 패전을 기록했다.

당시 다저스에는 케빈 브라운이라는 베테랑 선발투수가 있었다. 다만 2001년에 브라운 역시 개막전 선발을 놓치며 박찬호가 등판했던 사례가 있었듯이 이번에도 비슷한 경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저스 역시 커쇼의 개막전 선발 등판을 바라지만 시즌을 길게 바라보고 그의 몸 상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류현진이 박찬호의 뒤를 이어 한국인 선수 2번째로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할 수 있게될지 다저스의 결정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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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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