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만 놓고 본다면 수원 삼성 블루윙즈(아래 수원)의 변칙 작전은 실패였다. 하지만 후반전 그들이 보여준 경기 운영은 이후 경기에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1일(금)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19 1라운드 울산현대축구단(아래 울산)과 수원의 맞대결에서는 울산이 승리했다. 전반 12분 주니오의 선제골과 후반 10분 김인성의 추가골을 엮어낸 울산이 후반 17분 타가트의 만회골에 그친 수원을 2-1로 꺾었다.

이날 원정팀 수원의 선발 포메이션은 파격적이었다. 지난 시즌 3-4-3 혹은 4-2-3-1을 주로 사용해온 수원이지만, 이번 경기는 4-4-2로 출발했다. 라인업 또한 예상치 못했다. 올 시즌 이적해온 김다솔이 선발 골키퍼 장갑을 꼈고, 홍철-양상민-김태환-구대영이 포백을 형성했다. 송진규와 박형진이 중앙 미드필더를, 임상협과 바그닝요가 좌·우 윙어를 맡았다. 염기훈과 데얀이 최전방에서 울산의 골문을 노렸다.

이임생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었다. 우선 주로 왼쪽 수비수로 출전했던 박형진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공격진의 다양한 공격 패턴을 위해 박형진의 정확한 킥력을 십분 이용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염기훈의 위치 이동도 눈에 띄었다. 지난 시즌 이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포지션 변경을 경험했던 염기훈은 겨울 전지훈련 동안 쉐도우 스트라이커 혹은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이밖에도 송진규와 김태환 등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시킨 점도 특이점이었다.

아직 불안한 이임생 표 압박 축구

수원은 높은 위치에서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이임생 감독은 전지훈련 동안 수비 체질 개선에 나섰다. 뒤로 물러서 수비하는 대신 전방 압박을 통해 빠른 역습을 이어가고자 했다. 수원은 경기 내내 이러한 수비 전술을 유지했다. 수원 선수들은 공을 뺏기자마자 울산 수비수들에게 2~3명이 달라붙으며 빠르게 공격권을 탈취했다.

문제는 뒷공간 노출이었다. 수비수들이 라인을 올려 수비에 나서다 보니 후방에 많은 공간이 나기 시작했다. 울산 선수들은 원터치 패스로 빠르게 수원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전반 12분 선제골도 이러한 과정에서 실점했다. 주니오와 김보경이 중원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받았고, 구대영이 돌파해 들어가는 김보경에게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내줬다. 이를 주니오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수원은 이른 시간 실점을 허용했다.

실점 이후에도 수원의 수비는 불안했다. 김태환과 양상민의 수비라인은 울산의 공격수들을 놓치기 일쑤였다. 2대1 패스 이후 침투해 들어가는 주니오에게 여러 차례 슈팅 기회를 내줬다. 선제 실점의 빌미가 된 구대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내준 페널티킥을 만회하기 위해 의욕적인 플레이를 펼쳤으나, 이는 오히려 독이 됐다. 후반 10분 마킹 실수를 범해 김인성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그는 후반 13분 교체 아웃되며 아쉬운 수원 데뷔전을 마쳤다.

3선에서 1차 저지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탓도 있었다. 수원은 공격에 많은 힘을 싣기 위해 이번 경기에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대신 박형진과 송진규를 내세웠다. 물론 이번 이적 시장에서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기존 선수들의 부상으로 선택지 자체가 많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 두 선수가 보여준 것은 많지 않았다. 송진규는 전반전 경기에 적응이 되지 않은 듯 터치가 자연스럽지 못했다. 박형진도 후반전 풀백으로 위치를 변경하기 전까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만을 가져갔다.

'염기훈 시프트'+선수교체로 반전 만들어낸 수원의 후반

다행히 수원은 후반전 전술 변화와 선수 교체로 반전을 만들어갔다. 이날 경기에서 데얀 아래서 프리롤을 수행했던 염기훈은 전반전 울산 수비에 막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그만큼 전진 패스가 부족했고, 공격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가 힘들었다. 그는 후반전부터 미드필더 아래 라인으로 내려왔다. 크로스와 패스에 강점을 보이는 그가 허리에서 조율을 담당하니 막혔던 수원의 공격이 뚫리기 시작했다.

교체 투입된 전세진과 타가트도 힘을 더했다. 후반 13분 구대영과 교체되어 들어온 전세진은 팀의 활력소 역할을 담당했다.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왕성한 활동량으로 단단했던 울산 수비벽에 균열을 냈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팀에 합류한 타가트는 호주 A리그 득점왕 출신답게 골문 앞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들의 공격은 후반 17분 결실을 거뒀다. 염기훈이 중앙에서 올린 크로스를 데얀이 헤딩으로 떨어뜨려주고, 타가트가 간결한 슈팅으로 추격골을 만들어냈다.

이후부터는 수원의 완전한 흐름이었다. 공격수들이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만들어가면서 득점 찬스들을 만들어갔고,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전 불안했던 수비도 점차 안정감을 찾아갔다. 후반 막판까지 울산의 몇 차례 위협적인 역습 장면이 있었으나, 빠른 수비 커버와 김다솔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로 위기를 벗어났다.

수원은 후반 추가시간까지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며 동점을 노려봤지만, 거기까지였다. 1골 차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울산이 라인을 내려 수비에 집중한 탓에 득점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수원은 이번 경기에서 득과 실 모두를 맛봤다. 아직 어설프지만 짜임새 있는 축구였다. 이임생 감독의 확고한 철학 아래, 수비 안정과 세부 전술만 다소 조정된다면 수원은 이후 경기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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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울산현대축구단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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