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파라다이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235는 UFC 상반기 최고의 빅 이벤트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먼저 메인 이벤트에서는 '자타공인 UFC 최고의 문제아'지만 실력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가 타이틀을 탈환한 지 3개월 만에 3연속 피니시 승리를 거둔 앤서니 스미스를 상대로 1차 방어전을 치른다.

코메인이벤트로 열리는 타이론 우들리와 카마루 우스만의 웰터급 타이틀전 역시 메인이벤트로 배치됐다 하더라도 충분한 빅매치다. 잠정 챔피언이었던 콜비 코빙턴과의 타이틀전이 연기되며 코빙턴이 아닌 우스만과 방어전을 치르게 된 우들리는 5차 방어전을 통해 자신의 건재를 알려야 한다. UFC 진출 후 9연승을 달리고 있는 도전자 우스만은 우들리를 상대로 10연승을 완성하며 웰터급 타이틀을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두 타이틀전 외에도 격투팬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경기는 바로 메인카드 3번째로 열리는 로비 라울러와 벤 아스크렌의 웰터급 경기다. 물론 2017년12월 하파엘 도스 안요스전 판정패 이후 1년 3개월 만에 경기를 갖는 전 챔피언 라울러의 재기여부도 큰 관심거리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격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파이터는 옥타곤 데뷔전을 치르는 '재야의 최강자' 아스크렌이다.

4년 연속 올아메리칸에 선정된 올림픽 레슬러, 벨라토르-ONE FC 접수

아마추어 레슬러 출신이 많은 종합격투기에서 '올 아메리칸'이라 불리는 북미 대학 레슬링 올스타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UFC에서도 뛰어난 레슬링 실력을 갖춘 선수로 인정 받는다. 아스크렌은 미주리 대학교에 입학한 2004년부터 졸업반이었던 2007년까지 4년 연속 올 아메리칸에 선정됐다. 재학 기간 내내 북미 대학 최고 수준의 레슬러로 군림했다는 뜻이다. 

미국 레슬링 국가대표로 선발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참가했던 아스크렌은 16강에서 쿠바 선수에게 패한 후 2009년부터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했다. 중소단체에서 3연속 피니시 승리를 거둔 아스크렌은 2010년 북미 2위 단체 벨라토르 MMA와 계약했다. 아스크렌은 곧바로 벨라토르의 웰터급 토너먼트에 참가해 벨라토르 이적 6개월 만에 라이먼 굿을 판정으로 꺾고 웰터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압도적인 레슬링 실력을 자랑하는 아스크렌은 챔피언이 된 후에도 4번의 방어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며 '재야의 고수'로 떠올랐다. 마침 그 시절 UFC에서는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의 시대가 2000일 넘게 이어지고 있었고 격투팬들은 벨라토르 챔피언 아스크렌이 옥타곤에 등장하면서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2013년11월 벨라토르와의 계약기간이 끝난 아스크렌의 선택은 UFC가 아닌 ONE 챔피언십(현 ONE FC)이었다.

최근 추성훈과 드미트리우스 존슨, 에디 알바레즈 등을 영입하며 화제가 된 ONE FC는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아시아 최대규모의 종합격투기 단체다. 하지만 ONE FC에도 아스크렌의 상대가 될 만한 선수는 없었다. 아시아 무대 데뷔전에서 서브미션 승리를 거둔 아스크렌은 2014년 8월 두바이 대회에서 일본의 스즈키 노부타츠를 84초 만에 KO로 꺾고 벨라토르에 이어 ONE FC 웰터급 타이틀도 석권했다.

아스크렌은 루이스 산토스와의 1차 방어전에서 눈을 찌르는 반칙을 저질러 무효 경기가 됐지만 이후 세 번의 피니쉬 승리를 포함해 4번의 방어전에서 승리하며 ONE FC에서도 6연승 행진을 달렸다. 특히 2017년 11월에는 드림과 ONE FC에서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냈던 일본의 격투스타 아오키 신야를 57초 만에 KO로 제압하기도 했다. 사실 아스크렌이 활동하기에 ONE FC는 너무 '좁은 물'이었다.

'광폭한 타격가' 라울러 상대로 옥타곤에서 실력 검증 받는 아스크렌

아스크렌이 ONE FC의 웰터급을 평정하던 시기, UFC에서는 드미트리우스 존슨의 독주로 인기가 떨어진 플라이급의 폐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러던 지난해 8월 UFC 역대 최다 방어 기록(11차)을 세운 존슨이 12차 방어전에서 헨리 세후도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6년 만에 타이틀을 잃었다. UFC에서는 세후도와 밴텀급 챔피언 T.J.딜라쇼의 새로운 대립관계를 만들었고 플라이급을 호령하던 존슨은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그렇게 ONE FC의 아스크렌과 UFC의 존슨이 마땅한 상대가 없던 지난해 10월, 격투팬들을 놀라게 하는 소식이 들려 왔다. 바로 아스크렌과 존슨의 맞트레이드였다. 계약 기간이 끝나거나 기존 단체에서 퇴출된 선수들이 다른 단체로 이적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단체 간 선수 맞트레이드는 종합격투기 역사상 최초였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아스크렌과 존슨도 트레이드에 큰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UFC에 입성한 아스크렌은 아직 옥타곤 데뷔전도 치르지 않았지만 벨라토르와 ONE FC에서 무적의 챔피언으로 군림했던 만큼 UFC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 18승1무효로 무패의 전적을 가진 아스크렌 역시 웰터급의 상위권 파이터들은 물론, 같은 무패 전적을 가진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까지 도발하며 옥타곤 적응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아스크렌의 옥타곤 데뷔전 상대는 웰터급 전 챔피언 라울러로 결정됐다. 라울러는 타이틀을 잃었던 우들리전을 포함해 최근 3경기에서 2패를 당하고 있지만 통산 28승 중 20번의 KO승리를 자랑하는 웰터급의 대표적인 타격가다. 아스크렌이 '극강'으로 인정 받는 레슬링에 비해 아직 타격에서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평가 받는 만큼 아스크렌의 종합적인 실력을 가늠하기에 라울러는 꽤나 적합한 상대로 꼽힌다.

지난 2013년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으로 UFC에 입성하자마자 타이틀전으로 직행했던 길버트 멜렌데즈는 옥타곤 데뷔 후 6경기에서 5패를 당하며 UFC 레벨에서 한계를 실감했다. 지금은 '재야의 최강자'로 인정 받고 있지만 아스크렌 역시 옥타곤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멜렌데즈처럼 추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3개 단체 챔피언에 도전하는 아스크렌의 옥타곤 데뷔전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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