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말컹 '골, 골' 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1' 경남 FC와 상주 상무의 경기. 경남 FC 말컹이 2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경남 FC에서 활약한 말컹의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축구팬들을 지난 2년 간 크게 놀라게 했던 골잡이 말컹이 중국 프로축구 허베이 화샤 싱푸로 떠난 뒤 후유증이 클 것 같았던 경남 FC가 더 신나게 새 시즌을 시작했다. 말컹의 존재감을 잊게 만들 정도로 외국인 선수들을 알차게 구성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종부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남 FC가 1일 오후 4시 창원축구센터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원 1라운드 성남 FC와의 홈 개막전에서 울산 현대에서 데려온 공격수 김승준의 1득점 1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후반전, '조던 머치' 등장으로 뜨거워진 창원

지난 해 전북 현대에 이어 2위 자격으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따내며 돌풍을 일으킨 경남의 김종부 감독은 말컹의 빈 자리가 조금도 걱정스럽지 않다는 듯 김승준과 김효기를 공격수로 올려세우고 쿠니모토를 중앙 미드필더로 뛰게 했다. 

쿠니모토의 역할이 지난 해와는 조금 달라서 보는 이들이 낯설게 느꼈지만 경남의 리빌딩을 주도한 김종부 감독의 뜻이 분명했기에 점점 상대 팀을 압도하는 컬러가 선명해졌다.

네게바는 여전히 측면에서 빠르고 위협적인 드리블 실력을 뽐냈고 쿠니모토는 지난 해에 비해 라인을 조금 더 내려서 살림꾼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2부리그에서 올라온 성남 FC의 조직력도 탄탄했지만 효율성 면에서 경남 FC가 승점 3점에 더 가까웠다. 
 
경남 FC 조던 머치 2019년 2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경남 FC 조던 머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경남 FC 조던 머치 2019년 2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경남 FC 조던 머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큰 차이는 외국인 선수들에게서 드러났다. 특히, 경남 FC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조던 머치를 들여보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탈 팰리스의 살림꾼 역할을 해낸 것으로도 널리 알려진 선수이기에 창원축구센터 관중석 응원 열기가 달아올랐다. 

김종부 감독은 이것도 모자라 62분에 배기종 대신 룩 카스타이노스를 들여보냈다. 룩은 네덜란드 출신의 공격수로 조던 머치보다 덜 알려진 인물이지만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활용하려는 계획을 알 수 있었다.

복덩이 '김승준' 1득점 1도움

이처럼 경남 FC는 후반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조던 머치 효과로 쿠니모토와 함께 더블 플레이 메이커 전술을 든든하게 내세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성남 FC 선수들은 수비하느라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61분에 멋진 선취골이 나왔다. 조던 머치에게 상대 선수가 몰리는 틈을 타 더 자유롭게 공간을 휘젓게 된 쿠니모토가 왼쪽 풀백 최재수와 기막힌 원 투 패스를 주고받은 것이 먹혀들었다. 그리고 최재수의 얼리 크로스가 골문 바로 앞으로 빠져들어가는 김승준을 빛냈다. 김승준의 발리슛은 힘 들이지 않고 방향만 바꿔 성남 골문을 시원하게 열어버린 것이다. 

경남 FC 선수들은 그로부터 14분 후에 반대쪽으로 기막힌 역습 속도를 자랑했다. 김효기의 전진 패스를 받은 선취골 주인공 김승준이 빠져들어가며 오른발로 크로스를 낮게 깔아주었고 반대쪽에서 달려든 쿠니모토가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기회에서 왼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히 밀어넣은 것이다.

경남의 이 추가골 상황에서 성남 FC 선수들은 어느 누구도 따라붙지 못하고 그냥 쳐다볼 뿐이었다. 역습 패스의 속도와 정확도, 그리고 공간 침투의 효율성이 반짝반짝 빛나는 장면이었다. 이 경쾌한 골 장면을 보고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치거나 벌떡 일어나지 않는 관중들은 없을 정도였다.

84분에 성남 FC도 후반전 교체 선수 둘이 만회골을 합작했지만 경남 FC 입장에서 남은 시간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네게바와 쿠니모토가 왼쪽 측면을 휘저으며 효율적으로 시간을 흘러보내는 개인 기술을 맘껏 자랑했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시간 끌기 장면이 어느 측면에서는 흉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경남 FC의 네게바와 쿠니모토, 최재수, 조던 머치가 어우러져 좁은 공간에서 공을 지켜내며 패스하고 빠르게 빠져나가는 순간들은 눈에 거슬리지 않고 경쾌했다. 트래핑, 드리블 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이 얼마나 축구에서 중요한가를 가르쳐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렇게 개막전 승리 선물을 신나게 만들어 홈팬들에게 나눠준 경남 FC는 오는 5일(화) 오후 7시 30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샨동 루넝 FC(중국)와의 홈 게임을 준비하게 된다.

2019 K리그 1 결과(1일 오후 4시, 창원축구센터)

★ 경남 FC 2-1 성남 FC [득점 : 김승준(61분,도움-최재수), 쿠니모토(75분,도움-김승준) / 김민혁(84분,도움-공민현)]

◎ 경남 FC 선수들
FW : 김승준, 김효기(76분↔박기동)
MF : 네게바, 쿠니모토, 김준범(46분↔조던 머치), 배기종(62분↔룩 카스타이노스)
DF : 최재수, 송주훈, 이광선, 박광일
GK : 이범수

◎ 성남 FC 선수들
FW : 마티아스(62분↔에델), 이현일(73분↔공민현), 문상윤
MF : 문지환, 김정현, 김동현(50분↔김민혁)
DF : 서보민, 안영규, 연제운, 최오백
GK : 김동준

◇ 2019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경남 FC 3점 1승 2득점 1실점 +1
1 울산 현대 3점 1승 2득점 1실점 +1
3 전북 현대 1점 1무 1득점 1실점 0
3 대구 FC 1점 1무 1득점 1실점 0
5 성남 FC 0점 1패 1득점 2실점 -1
5 수원 블루윙즈 0점 1패 1득점 2실점 -1
6 인천 유나이티드 FC
6 제주 유나이티드
6 강원 FC
6 상주 상무
6 포항 스틸러스
6 FC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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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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