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가 사는 세상>의 포스터.

영화 <내가 사는 세상>의 포스터. ⓒ 최창환

 

클럽에서 공연하는 남자와 미술 학원에서 입시반을 맡은 여자의 삶이 위태롭다. 친하다는 이유로 덜컥 손을 잡았지만, 이들을 고용한 이들은 같은 이유로 돈과 시간을 담보로 잡는다. 21일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공개된 영화 <내가 사는 세상>이 그린 건 바로 청춘들의 일상이었다. 

출발은 노동 문제였다. 그간 단편 <호명선생> <그림자도 없다>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최창환 감독은 전태일 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첫 장편을 찍게 됐다. "원래 누아르 영화를 준비 중이었는데 같이 일했던 피디의 제안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감독은 "이전까진 나이가 좀 있는 공장 노동자들을 다뤘는데 청춘의 노동 이야기는 장편을 한다고 했을 때 꼭 하고 싶었던 소재였다"고 말했다.

예산과 시간의 제약으로 단 4회차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어려움을 전하며 최창환 감독은 "클럽이나 미술학원 등 촬영 장소가 다 제가 일하거나 아는 장소라 (예산과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며 영화에 얽힌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언급했다.

"IMF 이후 노동 환경은 더 나빠지는 것 같다. 당하는 사람들은 항상 생긴다. 돈의 그늘에서 사는 시스템이 문제인 것 같다. 저는 영화로 (노동문제에) 연대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도 함께 자기 영역에서 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최창환 감독) 

청춘을 통해 바라본 노동 문제
 
 영화 <내가 사는 세상>의 한 장면.

영화 <내가 사는 세상>의 한 장면. ⓒ 최창환

  
 영화 <내가 사는 세상>의 한 장면.

영화 <내가 사는 세상>의 한 장면. ⓒ 최창환

 
노동 문제라는 무거운 화두가 있었지만 정작 영화 자체는 적절한 유머와 신선함이 담겨 있었다. 극 중 오랜 연인 민규, 시은 역을 맡은 곽민규와 김시은의 호연 덕이 커 보였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기 전엔 노동 영화를 찍던 감독님이라는 말에 단순하고 재미가 있진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던 김시은은 "감독님의 단편 두 작품을 봤는데 단순하지 않고 역발상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감독님이 그간 연령대 높은 분들을 다루시다가 청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 공감이 됐다. 영화에서 시은은 학원 원장이나, 민규가 일하던 클럽 사장에게 비겁하다며 계약서를 써 달라고 말하는데 정확하고 멋있게 쏘아붙이진 못한다. 저 역시 현실에서 아니다 싶은 게 있으면 관계 등을 생각하며 그냥 넘어가는 편이었다. 

근데 영화를 보고 나서 불편한 상황이라도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관계가 오히려 좋은 것임을 깨달았다. 시은이가 사랑과 직장 관계에서 지쳐 있어 보였다. 연기하면서 시은이 자신을 찾는 여정을 가길 원했다. 이 영화 역시 많은 청춘들, 그리고 소중한 재능과 시간을 갖고 있는 모든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김시은)

 
상대 역의 곽민규 역시 의문점이 있을 때 감독에게 적극적으로 물어가며 연기했다. "친한 사이일수록 계약서 작성, 임금 지불 이야기가 편하게 나올 수 있는 게 더 좋은 세상 아닌가 생각했다"며 그는 "아무래도 제가 배우 일을 하다보니 역할을 하면서 제 현실에서 끌어오는 것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민규는 겁이 좀 많다. 그래서 비겁했던 것 같다. 영화를 하기 전엔 관계가 중요하기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지금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좀 참자는 생각을 했다. 근데 당당하게 부당함을 말했을 때 사람 관계도 나빠지지 않고 당당하게 예술을 할 수 있게 되는 게 더 건강한 것 같다. 이 영화를 저처럼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하는 분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곽민규)

<내가 사는 세상>엔 두 배우뿐 아니라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김용삼, 유지영 감독 등 최창환 감독의 지인들이 대거 출연했다. 영화는 오는 3월 7일 개봉한다.
내가 사는 세상 김시은 곽민규 예술 노동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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