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53 하프타임 쇼를 꾸민 인기 밴드 마룬 파이브의 퍼포먼스는 기대에 못 미치는 공연이었다는 평이 다수다.

슈퍼볼 53 하프타임 쇼를 꾸민 인기 밴드 마룬 파이브의 퍼포먼스는 기대에 못 미치는 공연이었다는 평이 다수다. ⓒ NFL

 
한국 시각 2월 4일 열린 미국 프로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 53은 여러모로 지루한 경기였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지리한 수비 대결 끝에 로스엔젤레스 램스를 13-3으로 물리치고 21세기 6번째 우승 반지를 획득한 결과가 그나마 인상적이었을 뿐이다. 무기력한 경기 내용에 현지 해설가들조차 지루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슈퍼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하프타임 쇼조차 최악이었다. 헤드라이너로 나선 인기 밴드 마룬파이브는 힘겨운 보컬 컨디션과 애매한 선곡으로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으며, 게스트 래퍼 트래비스 스캇과 빅보이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쇼 시작 전 인기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의 수록곡 'Sweet Victory'를 활용한다는 소문이 돌아 그나마의 활기가 생겼는데, 실제 쇼에선 고작 7초가량의 오프닝으로만 영상을 활용하며 스폰지밥 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음악 애호가들은 미식축구 룰을 몰라도 하프타임 쇼 때문에 슈퍼볼을 챙겨 본다. 입이 벌어지는 엄청난 무대와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아티스트들의 열정은 한 해 최고의 공연 중 하나로 뽑을 만하다. 아무나 설 수 없는 증명과 성공의 무대, 마룬파이브의 아쉬움을 날려줄 역대 최고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 퍼포먼스를 소개해본다.

마이클 잭슨 / 1993년 슈퍼볼 27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출발이자 영원한 상징. 하프타임 쇼 최초의 단독 퍼포머가 된 마이클 잭슨의 10여 분은 미국 TV 방송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유명한 'Dangerous' 포즈로부터 출발하며 'Jam' 'Billy jean', 'Black and white'의 연타석 히트가 작렬한다. 그 후의 5분간은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감동의 물결이다. 관중석의 카드 섹션과 지구촌 합창단의 'We are the world'와 'Heal the world'는 백 번 설명보다 한 번 영상을 추천한다. 마이클 잭슨은 영원한 황제다. 

엔싱크, 에어로스미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넬리, 메리 제이 블라이지 / 2001년 슈퍼볼 35
 

1991년 뉴 키즈 온 더 블록 이후 최초의 아이돌 퍼포먼스. 틴 팝이 시장을 장악했던 그 시절 최고의 스타 엔싱크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출연은 기정사실이었다. 여기에 당시 최고의 랩퍼 메리 제이 블라이지와 넬리도 더해졌지만, 정점을 찍은 것은 영화 < 아마겟돈 > OST 'I don't want to miss a thing'으로 시장에서 부활에 성공한 아메리칸 하드록의 전설 에어로스미스였다. 최첨단 리스트에 경륜이 더해진 성대한 축제는 모두가 어우러진 'Walk this way'로 역사에 그 모습을 새겼다. 

U2 / 2002년 슈퍼볼 36
 

9/11 테러 참사가 미국을 삼켰던 2002년, 2000년과 2001년 그래미를 2년 연속 수상한 U2는 음악으로 멍든 미국의 마음을 치유했다. 끝없이 올라가는 테러 희생자들의 명단과 함께 울려 퍼지는 'MLK',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에서 보노는 가슴에 하트를 그리며 'Love'를 외친다. 성조기가 그려진 재킷 안을 들어 보이며 끝을 맺는 장면은 미국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을 합당하게 받아들일 만큼 거대한 것이었다. 

폴 매카트니, 롤링 스톤즈, 더 후 / 2005년, 2006년, 2010년 슈퍼볼 39, 40, 44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는 종종 엄청난 전설들이 등장해 음악의 역사를 그대로 증명하곤 한다. 그리고 이는 미국 본토가 아닌 1960년대 '브리티시 인베이전' 시대에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2005년 폴 매카트니로 비틀즈를 소환해내더니 2006년에는 롤링 스톤즈를 불러냈고, 2010년에는 피트 타운젠트와 로저 달트리의 더 후를 역사 속에서 끄집어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역사의 기록으로도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 이 스트리트 밴드 / 2009년 슈퍼볼 43
 

미국의 상징, 더 보스(The Boss),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그의 이 스트리트 밴드(E-Street Band)보다 슈퍼볼에 어울리는 아티스트는 없다. 화려한 퍼포먼스 팀 대신 관중들과의 소통을 택한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그야말로 무대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늘 그러하듯 최고의 라이브를 선보였다. 모두가 하나 되어 합창했던 'Born to run'과 'Working on a dream'의 임팩트와 'Glory days'의 무아지경 공연을 보고 나면 곡 중간의 'It's Boss Time!'이라는 외침이 이보다 더 선명할 수 없다. 

프린스 / 2007년 슈퍼볼 41
 

프린스의 라이브는 언제나 전설로 회자한다. 41회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도 그는 유감없이 명불허전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 유명한 'We will rock you'의 짧은 커버를 시작으로 프린스는 'Let's go crazy', 'Baby I'm a star'의 히트곡 속으로 달려든다. 특히 CCR의 'Proud mary', 밥 딜런의 'All along the watchtower', 푸 파이터스의 'Best of you' 등 타 아티스트의 곡을 커버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자신에게도 '생애 최다 관중들' 앞에서였던 공연은, 정말로 비에 젖은 그라운드에서 거대한 실루엣과 함께 영원한 프린스의 상징 'Purple rain'으로 끝을 맺었다. '가장 위대한 퍼포먼스'라는 찬사를 가장 많이 받는 하프타임 공연이며, 작년 슈퍼볼 52회에서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보랏빛 물결의 도시와 함께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비욘세 & 데스티니스 차일드 / 2013년 슈퍼볼 47
 

음악으로는 < Beyonce >였지만 진정한 비욘세의 월드 팝 여왕 대관식은 2013년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였다. 'Love on top', 'Crazy in love', 'Halo' 등 이름만 들어도 척척의 히트곡 퍼레이드의 향연과 눈부신 퍼포먼스, 여기에 구(舊) 데스티니스 차일드 멤버들의 등장으로 자신의 음악 인생을 자축했다. 이들과 함께한 'Bootylicious', 그리고 'Single ladies'는 그야말로 압권. 비욘세에게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전설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었다.

케이티 페리 / 2015년 슈퍼볼 49 


'이것이 엔터테인먼트다!' 거대한 사자 모형을 타고 등장한 케이티 페리의 무대는 속칭 '천조국의 위엄'을 여실히 보여준 12분이었다. 2010년대 초반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던 'Roar', 'Teenage dream', 'Dark horse' 등 주옥같은 히트곡과 함게 압도적인 무대 연출과 그래픽 활용이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혜성 와이어 장치를 타고 휘황찬란한 불꽃놀이 속을 날아다니는 피날레 곡 'Firework'는 말 그대로의 장관.

이날의 공연에서 제일 화제가 된 건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이 고안한 'California gurls'의 깜찍한 코스튬이었다. 케이티 페리 뒤에서 춤을 춘 양쪽의 상어 백댄서 중 너무 열심히(?) 춤을 춘 레프트샤크(Leftshark)는 인터넷 스타가 되어 '비공식 MVP'라는 영예를 얻게 됐다. 

콜드플레이 & 비욘세 & 브루노 마스 / 2016년 슈퍼볼 50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21세기 가장 성공한 밴드 중 하나다. 2016년 슈퍼볼의 무대를 밟게 된 이들은 특유의 오색찬란한 무대와 'Viva la vida', 'Paradise' 등의 히트곡을 선보이며 '최고의 라이브 밴드'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 'Fix you', 'Up & up'을 통해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장면도 아름다운 광경. 

그러나 이 날의 핵심은 스테이지 서쪽에서 블랙 코스튬 백댄서들과 함께 등장한 비욘세의 'Formation'이었다. 화려한 폭죽과 화염을 등에 지고 검정 코스튬의 백댄서들과 절도있는 군무를 선보인 비욘세의 무대는 1965년 흑인민권단체 '흑표당(Black Panther Party)'의 환생과도 같은 경험을 선사했다. 'Uptown funk'의 브루노 마스와 함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무대. 

레이디 가가 / 2017년 슈퍼볼 51
 

원래 슈퍼볼 51 하프타임 쇼의 유력한 후보는 아델(Adele)이었다. 그러나 아델 본인이 '나는 댄스 가수가 아니다'며 기회를 고사했고 이 영예는 퍼포먼스 제왕 레이디 가가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레이디 가가는 표현 그대로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뒤집어 놓았다.'

300여개의 드론 비행으로 하늘에 새긴 미국 국기를 뒤로 하고 스타디움으로 뛰어내리는 가가는 'Poker face', 'Born this way', 'Telephone', 'Bad romance' 등의 히트곡으로 한 시절을 풍미한 스타임을 증명했다. 열정적인 퍼포먼스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언급 역시 용감하고 거침없었다. 압도적인 무대를 선보인 가가에게 이 날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주춤하던 인기를 다시 되살린 '신의 한 수' 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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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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