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쌘돌이 손흥민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손흥민이 드리블하고 있다.

▲ 날쌘돌이 손흥민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손흥민이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이 속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FC에게 1월 마지막주에 열린 왓포드 FC와의 24라운드 홈 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카라바오컵과 FA컵에서 나란히 탈락한 토트넘은 리그 순위 경쟁에서도 첼시FC와 아스날FC, 그리고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부임 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주력 선수, 특히 공격수들의 잇따른 이탈이다. 토트넘은 지난 14일 맨유와의 경기에서 부동의 원톱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발목 부상을 당했다. 전치 6주 판정을 받은 케인은 빨라야 3월 초에 팀 훈련에 복귀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윙포워드 델리 알리마저 지난 21일 풀럼과의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여기에 손흥민이 아시안컵에 참가하면서 토트넘이 자랑하던 D.E.S.K 라인이 사실상 붕괴됐다.

이처럼 악재가 많았기에 31일 왓포드전의 2-1 역전승은 토트넘에게 매우 귀중한 승리가 됐다. 24라운드에서는 맨시티와 첼시가 나란히 패배를 당했고 선두 리버풀FC와 맨유도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했다. 따라서 토트넘은 이번 승리로 2위 맨시티와의 승점 차이를 2점으로 좁히고 첼시와의 승점 차이는 7점으로 벌렸다. 그리고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왓포드를 사냥한 선수는 역시 '양봉업자' 손흥민이었다.

토트넘에서의 활약과는 전혀 달랐던 아시안컵 부진

손흥민은 작년 12월 한 달 동안 챔피언스리그와 카라바오컵을 포함해 총 9경기(선발 8회)에 출전해 7골3도움으로 정확히 10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2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경기만 4회에 달했고 두 번의 맨 오브 더 매치 선정과 유럽 통산 100호골(12월6일 사우스햄튼전) 같은 인상적인 기록들도 있었다. 비록 이달의 선수상은 리버풀의 센터백 버질 판 데이크에게 돌아갔지만 손흥민의 12월 활약은 그야말로 '월드클래스'였다.

손흥민은 새해 들어서도 카디프시티FC와의 리그 경기와 트랜머 로버스FC와의 FA컵 64강에서 2개 이상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갔다. 그 시기 한국의 축구팬들은 맨유와의 리그 경기를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할 손흥민이 59년 묵은 한국 축구 아시안컵 무관의 역사를 날려 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실제로 아시아의 언론 대다수가 한국을 우승후보로 분류하며 그 이유로 프리미어리그 스타 손흥민의 존재를 꼽았다.

손흥민은 14일 맨유전이 끝난 후 곧바로 아시안컵이 열리는 아랍에미리트로 날아갔다. 그리고 비행시간을 포함해 48시간도 채 쉬지 못하고 16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출전했다.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손흥민은 중국전에서 도움 한 개와 결승골 페널티킥 유도를 통해 빅리거의 위엄을 뽐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손흥민도 결국엔 인간이었다. 11월 A매치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아시안컵에 합류하기 전까지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무려 15경기를 소화했던 손흥민의 체력은 토너먼트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바레인과의 16강전과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각각 한 개의 슈팅 밖에 때리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물론 한국 대표팀에는 토트넘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처럼 손흥민의 입맛에 딱 맞는 정확한 킬패스를 찔러줄 확실한 플레이메이커가 없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의 손흥민은 에릭센이 아니라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나 전성기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비셀 고베)와 함께 뛰었더라도 큰 활약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의 움직임은 토트넘 팬들을 열광시키던 손흥민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손흥민 앞에서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왓포드의 치명적인 실수

카타르에게 0-1로 지면서 한국축구는 2004년 중국대회 이후 15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하는 불만족스런 성적을 올렸다.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손흥민도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일부 축구팬들은 작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문제가 해결된 손흥민이 태업을 한 게 아니냐는 근거 없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손흥민이 정말 아시안컵을 소홀히 했다면 애초에 부상 등을 핑계로 출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상보다 일찍 아시안컵 일정이 끝난 손흥민은 곧바로 영국으로 돌아가 토트넘 선수단에 합류했다. 손흥민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배려(?)로 지난 28일 크리스탈 팰리스 FC와의 FA컵 32강에서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DESK 라인이 모두 결장(에릭센도 이날 휴식을 취했다)한 토트넘은 리그 15위 크리스탈 팰리스에게 0-2로 무기력하게 패하며 FA컵에서 탈락했다.

토트넘 합류 후 약간의 휴식과 회복의 시간을 가진 손흥민은 31일 왓포드와의 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손흥민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시절부터 노란 유니폼을 입은 팀에게 강했고 아시안컵에 차출되기 전 활약이 좋았기 때문에 왓포드와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예상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체력적인 부담이 워낙 컸던지라 복귀전에서 바로 골을 넣을 거라 예상한 사람은 썩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손흥민의 양봉업자 본능은 살아 있었다. 페르난도 요렌테, 에릭센과 함께 토트넘의 공격진을 형성한 손흥민은 날카로운 돌파와 기습적인 슈팅으로 우려와 달리 경쾌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렇게 부지런히 왓포드의 골문을 두드리던 손흥민은 0-1로 뒤진 후반 34분, 요렌테가 문전에서 두 세 차례 터치한 공을 빼앗아(?) 강력한 왼발슈팅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의 리그 9호골이자 시즌 13번째 골이었다.

현재 토트넘은 케인,알리 등 주전 공격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져 있다. 요렌테, 에릭 라멜라 등 대체 요원의 컨디션도 썩 좋지 않다. 치열한 상위권 경쟁에서 골을 터트릴 수 있는 선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의 복귀전 골은 포체티노 감독과 토트넘 구단, 그리고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다. 비록 한국 대표팀의 캡틴은 아시안컵에서 부진했지만 '토트넘의 쏘니'는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수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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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2018-2019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FC 손흥민 양봉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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