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선동열 감독)'이 진 자리에 '달(김경문 감독)'이 떠올랐다.

한국야구위원회의 정운찬 총재는 28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공석이었던 야구 대표팀 전임 감독에 전 NC다이노스의 사령탑이었던 김경문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6월 NC 감독에서 물러난 지 7개월 만에 다시 대표팀의 수장으로 현역에 복귀했다.
 
소감 말하는 김경문 신임 감독 김경문 야구 국가대표 신임 감독이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열린 국가대표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소감 말하는 김경문 신임 감독 김경문 야구 국가대표 신임 감독이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열린 국가대표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7년 7월 최초의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선임된 선동열 감독은 2017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준우승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논란으로 선동열 감독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선 감독은 지난해 11월 감독직에서 사퇴했다. 그리고 선 감독의 고려대 선배이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견인했던 김경문 감독이 '독이 든 성배'를 물려 받았다.

두산에서 세 번의 준우승과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끈 명장

1991년 현역 생활을 끝내고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에서 배터리코치로 활동하던 김경문 감독은 지난 2004년 김인식 감독을 이어 두산의 7대 감독에 선임됐다. 김경문 감독은 부임 2년째이던 2005년 두산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며 일찌감치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은 2007년부터 두산을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만들었다.

외국인 투수 리오스와 맷 랜들, 켈빈 히메네스를 앞세운 두산은 2007, 2008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2009, 2010년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두 번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모두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김경문 감독은 선발 원투펀치를 외국인 투수에게 맡기고 고창성, 임태훈, 이재우, 이용찬으로 이어지는 이른 바 'KILL라인'을 구성해 안정된 불펜진을 구성했다('포크의 달인' 정재훈도 마무리에서 셋업맨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김경문 감독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역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김성근 감독과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현역 감독들이 고사한 상태에서 대표팀을 이끈 김경문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으로 한국의 '퍼펙트 금메달'을 이끌었다. 특히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좌완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좌타자 김현수(LG트윈스)를 대타로 기용하거나 이승엽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통해 준결승과 결승전 결승홈런을 이끈 작전으로 '작두경문'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야구대표팀 사령탑에 김경문 감독 정운찬 KBO 총재가 28일 "2020년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사령탑에 김경문 전 NC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잡은 건,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2008년 8월 이후 10년 5개월 만이다.

한국 야구 최초의 국가대표 전임 감독이었던 선동열 전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선수 선발 등으로 불거진 논란 탓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11월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에 참가하는 국가대표팀과 상비군의 연습경기에서 김경문 감독(오른쪽)과 선동열 당시 수석코치.

▲ 야구대표팀 사령탑에 김경문 감독 정운찬 KBO 총재가 28일 "2020년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사령탑에 김경문 전 NC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잡은 건,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2008년 8월 이후 10년 5개월 만이다. 한국 야구 최초의 국가대표 전임 감독이었던 선동열 전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선수 선발 등으로 불거진 논란 탓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11월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에 참가하는 국가대표팀과 상비군의 연습경기에서 김경문 감독(오른쪽)과 선동열 당시 수석코치. ⓒ 연합뉴스

 
하지만 두산을 이끄는 7년 동안 세 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과 6번의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두고도 김경문 감독은 '2인자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야신'으로 불리던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왕조시대의 SK와이번스가 번번이 김경문 감독의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승승장구하던 두산은 2011 시즌 7위까지 추락하며 흔들렸고 김경문 감독은 그 해 6월 스스로 팀을 떠났다.

감독 사퇴 후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던 김경문 감독은 2011년 8월31일 신생구단 NC의 창단 감독에 선임됐다. 두산 감독 사퇴부터 NC감독 선임까지 공백이 3개월이 채 되지 않았을 정도로 야구계에서는 김경문 감독을 마냥 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에서 이루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NC라는 신생팀에서 말 그대로 '백지 상태'에서 재도전을 하게 된 셈이다.

NC에서도 끝내 이루지 못한 우승, 이제 대표팀 감독으로

2012년 퓨처스리그를 평정한 NC는 2013년 1군 첫 시즌에 7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와 두산 시절의 제자인 FA 이종욱, 손시헌이 합류한 2014년 NC는 1군 합류 2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김경문 감독은 테스트를 통해 입단한 김진성을 마무리로, 롯데 자이언츠 시절 '전국구 에이스'라 불리던 베테랑 손민한을 필승조로 활용하며 NC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다.

NC의 상승세는 외국인 선수 쿼터가 한 명 줄어든 2015년에도 그치지 않았다. 테임즈가 40-40클럽을 달성했고 에릭 해커가 19승으로 다승왕에 올랐으며 임창민이라는 새 마무리 투수를 발굴한 NC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했다. 김경문 감독은 201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테임즈의 역수출로 전력이 약해졌다고 평가 받은 2017년 시즌에도 NC를 플레이오프까지 이끌며 신생구단 NC를 신흥명문으로 키워냈다.
 
 지난 8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포스트시즌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연장 승부 끝에 9대 2로 승리를 거둔 NC 김경문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NC 시절 당시 김경문 감독의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두산 시절 3년 연속(2007~2009년) 가을야구에서 SK에게 패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달하지 못했던 김경문 감독은 NC에서도 가을야구에서 특정팀 징크스에 시달렸다. 바로 친정팀 두산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플레이오프에서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한 차례 두산을 만나 모두 패하고 말았다. 가을야구에서 두산과의 상대전적은 3승 10패에 불과했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대만 출신의 외국인 투수 왕웨이중을 영입하는 등 선수단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NC는 시즌 초반부터 박민우, 박석민, 자비어 스크럭스, 권희동 등 주력 타자들의 부진과 부상, 마무리 임창민의 팔꿈치 수술에 따른 불펜진의 붕괴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결국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6월, 6년 9개월 만에 NC의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선장을 잃은 다이노스호는 2018년 창단 후 첫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 15년을 현장에서 쉼없이 달려온 김경문 감독은 2019년 '안식년'을 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역시 야구계는 검증된 지도자 김경문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직을 맡기며 그의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달성하고도 물러났던 점을 고려하면 김경문 감독 역시 엄청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당장 올해 연말에 열리는 제2회 프리미어12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도쿄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따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대표팀 감독이라는 직책이 얼마나 부담스럽고 큰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자리인지는 김경문 감독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훗날 자신에게 엄청난 비난이 돌아올 것을 감수하면서 대표팀 수장 자리를 받아 들였다. 사실 하마평에 올랐던 감독 후보들 중 김경문 감독보다 나은 카드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야구의 두 번째 전임감독은 부디 잡음 없이 내년 도쿄 올림픽까지 대표팀을 잘 이끌어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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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김경문 감독 전임 감독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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