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가 선두 현대캐피탈을 꺾고 창단 첫 봄 배구 진출 확률을 더욱 높였다.

신영철 감독이 이끄는 우리카드 위비는 2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현대키피탈 스카이워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22, 25-20)으로 승리했다. 새해 들어 2경기 연속 풀세트 패배 후 4경기 연속 3-0 승리를 따낸 우리카드는 승점 50점 고지를 밟으며 대한항공 점보스(48점)를 제치고 2위로 뛰어 올랐다(16승10패).

우리카드는 주포 리버맨 아가메즈가 10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14득점으로 부진했지만 나경복이 블로킹 5개를 포함해 17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노장 센터 윤봉우도 4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중앙을 든든히 지킨 가운데 최근 우리카드의 상승세에는 이 선수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프로 2년 차를 맞는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의 윙스파이커 한성정이 그 주인공이다.

대학배구를 평정했던 197cm의 장신 레프트 유망주  
 한성정의 프로 조기 진출은 가족의 생계 부양이라는 현실적인 사정도 있었다.

한성정의 프로 조기 진출은 가족의 생계 부양이라는 현실적인 사정도 있었다. ⓒ 한국배구연맹


우리카드는 남자부 7개 구단 가운데 봄 배구 경험이 없는 유일한 팀이다. 지난 시즌에도 득점 1위(966점)에 오른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현대캐피탈)를 앞세워 창단 첫 봄 배구 진출을 노렸지만 승점 46점으로 6위에 그쳤다. 우리카드는 2012-2013 시즌과 2013-2014 시즌 두 시즌 연속 4위에 오른 것이 팀 창단 후 최고 성적이다(당시엔 3위와 승점 차이가 3점 이상으로 벌어져 준플레이오프가 열리지 않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우리카드의 전력을 높게 평가하는 배구팬들은 썩 많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세계적인 공격수 아가메즈를 지명했지만 30대 중반을 향하는 아가메즈에게 20대 시절의 활약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주전 리베로 정민수(KB손해보험 스타즈)마저 팀을 떠났고 지난 시즌 풀타임을 소화한 베테랑 유광우의 백업 역할을 할 세터도 마땅치 않았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부터 약점으로 지적되던 중앙을 보강하기 위해 작년 10월 한국전력 빅스톰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마운틴 블로커' 윤봉우를 영입했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시즌 개막 후 7경기에서 2승5패로 부진했다. 외국인 선수 문제가 터지면서 개막 15연패를 당한 한국전력을 제외하면 남자부에서 가장 불안한 출발이었다. '혹시나' 했던 우리카드 팬들의 기대는 이번 시즌에도 '역시나'로 흘러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지난 11월10일 한국전력과 또 한 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노재욱 세터를 영입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문제는 지난 2011년 우리카드 입단 후 꾸준히 팀 내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던 최홍석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었다. 신영철 감독은 루키 황경민과 베테랑 김정환에게 기회를 주다가 작년 연말부터 2년 차 한성정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카드는 한성정이 주전으로 나선 후 9경기에서 7승을 수확했다.

현역 시절 '월드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김세진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감독의 중,고등학교 직속 후배이기도 한 한상정은 중학 시절부터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선정된 뛰어난 유망주였다. 홍익대 진학 후 2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한 한상정은 3학년 시절이던 2017년, 홍익대의 대학배구리그 전승 우승을 이끌었다. 2017년 대학배구리그 최우수 선수 역시 대학배구 최고의 거포 한선정의 몫이었다.

한성정 주전 투입 후 9경기 7승, 우리카드 맞춤형 '제3 옵션'
 
 한성정은 팀 내 나경복이라는 토종 거포 선배가 있기에 마음껏 코트를 누빌 수 있다.

한성정은 팀 내 나경복이라는 토종 거포 선배가 있기에 마음껏 코트를 누빌 수 있다. ⓒ 한국배구연맹

 
3학년 때 이미 대학 무대를 평정한 한성정은 3학년을 마친 후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일찍 프로에 들어가 성인배구를 평정하고 싶은 포부도 있었겠지만 한성정에게는 조금 더 현실적인 사정이 있었다. 한성정은 불편한 몸에도 자신을 훌륭한 선수로 키워주신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 하루 빨리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프로에 진출해야 했다. 

한성정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카드에 지명됐고 당시 우리카드를 이끌던 김상우 감독 역시 한성정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 지명 후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발목을 다친 한성정은 3라운드 KB손해보험전을 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한성정은 6라운드에 다시 팀에 합류했지만 한국전력의 이호건 세터에게 밀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 수상이 좌절됐다.

이번 시즌에도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한성정은 작년 12월 20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교체 선수로 투입돼 11득점을 올리며 신영철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신영철 감독은 12월23일 KB손해보험전부터 높이 보강을 위해 197cm의 한성정을 나경복의 파트너로 투입했고 우리카드는 한성정이 주전으로 출전한 9경기에서 7승을 따내며 변화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실 아가메즈와 나경복이라는 좌우쌍포를 거느린 우리카드에서 한상정은 많은 공격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 그저 쌍포에게 블로킹이 집중됐을 때 기습적인 공격으로 수비와 블로킹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주면 되는데 한성정은 이번 시즌 54.33%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한성정은 27일 현대캐피탈전에서도 블로킹 2개를 포함해 57.89%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13득점을 올리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한성정은 197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장신 레프트 공격수임에도 175cm의 '슈퍼땅콩' 여오현 리베로(현대캐피탈)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그만큼 공격만 잘하는 반쪽 짜리 선수가 아니라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선수로 활약하고 싶다는 뜻이다. 아직 수비나 서브리시브에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한성정이 정지석(대한항공)이나 전광인(현대캐피탈)처럼 공수를 겸비한 만능 선수로 성장한다면 우리카드는 봄 배구 단골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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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우리카드 위비 한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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