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토르 헤비급 정상에 도전했던 불혹의 '얼음황제'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전 프라이드FC 헤비급 챔피언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는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더포럼에서 열린 벨라토르 214 헤비급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라이언 베이더에게 35초 만에 KO로 패했다. 이로써 작년 1월부터 진행됐던 벨라토르의 헤비급 그랑프리 토너먼트는 킹 모와 맷 미트리온, 그리고 표도르를 차례로 꺾은 베이더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017년6월 UFC에서 벨라토르로 자리를 옮긴 베이더는 첫 경기에서 필 데이비스를 2-1 판정으로 꺾고 벨라토르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을 차지했다. 린튼 바셀을 제압하며 1차 방어에 성공한 베이더는 '아르바이트'나 다름 없었던 헤비급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벨라토르 중량급의 최강자로 등극했다.
 
 불혹의 표도르가 감당하기에 베이더는 너무 빠르고 강한 상대였다.

불혹의 표도르가 감당하기에 베이더는 너무 빠르고 강한 상대였다. ⓒ 벨라토르 홈페이지 화면캡처

 
커리어 첫 3연패 당한 후 은퇴 소동 끝에 벨라토르와 계약

표도르는 프라이드가 몰락한 2009년, 북미 2위 단체였던 스트라이크 포스와 계약했다. 표도르는 스트라이크 포스 무대 첫 경기에서 브렛 로저스를 KO로 꺾었지만 2010년 6월 파브리시우 베우둠에게 69초 만에 서브미션으로 패했다. 링스 시절부터 이어오던 표도르의 종합격투기 27연승 행진이 허무하게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 순간의 방심 속에 당한 패배라고 여겼을 뿐, 여전히 대부분의 격투팬들은 표도르의 기량을 의심하지 않았다.
 
계속된 선수영입을 통해 헤비급의 선수층이 두꺼워진 스트라이크 포스는 2011년 헤비급 토머너먼트를 개최했고 표도르는 8강에서 안토니오 실바와 격돌했다. 하지만 표도르는 실바의 타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2라운드 종료 닥터스톱 KO패를 당했다. 표도르는 그 해 7월에 열린 댄 헨더슨과의 경기에서도 1라운드 KO패로 무너지며 격투기 데뷔 후 처음으로 3연패를 당했다.

3연패 후 스트라이크 포스를 떠나 러시아 무대로 복귀한 표도르는 2012년6월 페드로 히조를 KO로 꺾은 후 은퇴를 선언했다. 불혹을 바라보는 표도르의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프라이드 해체 후 미국 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의 은퇴를 아쉽게 여기는 격투팬들이 많았다. 표도르는 은퇴 후에도 끊임없이 복귀설이 나왔고 은퇴선언 3년 만에 현역 복귀를 선언했다.

표도르가 떠나있던 3년 동안 종합격투기는 발전을 거듭했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격투황제의 복귀는 여전히 격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표도르의 복귀 무대는 UFC의 옥타곤이 아닌 일본의 신생단체 라이진이었고 표도르는 복귀전에서 MMA전적 2전에 불과한 싱 자이딥을 1라운드 KO로 가볍게 꺾었다. 표도르는 2016년 6월 러시아의 EFN 50에서 파비오 말도나도를 판정으로 꺾은 후 11월 미국의 2위 단체 벨라토르와 계약했다.

미어, 소넨 연파했지만 결승에서 베이더에게 35초 KO패

표도르는 2017년6월 미국무대 복귀전에서 UFC출신의 미트리온에게 74초 만에 KO로 무너졌다. 물론 갑작스런 한 방에 당한 KO패였다곤 하지만 미트리온이 UFC 전적 4승4패에 불과했던 평범한 파이터였다는 점에서 표도르의 패배는 격투팬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헤비급에선 최상위권이라고 자부하던 표도르의 핸드 스피드가 UFC에서 퇴출된 파이터에게조차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꽤나 큰 충격이다.

표도르는 2018년부터 1년 간 진행된 벨라토르의 헤비급 토너먼트에 참가했다. 표도르 외에도 퀸튼 잭슨,로이 넬슨, 킹 모, 프랭크 미어, 차엘 소넨 등 UFC 출신의 쟁쟁한 파이터들이 대거 출전했다. 특히 미어와 잭슨의 경우 과거 UFC 헤비급과 라이트 헤비급의 챔피언 벨트까지 차지했던 강자였다. 하지만 표도르는 8강에서 미어를 48초 만에 KO로 제압한 후 4강에서도 소넨을 1라운드 KO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2004년과 2006년 전미 대학 레슬링 올 아메리칸 출신의 베이더로 결정됐다. 8강에서 킹 모를 KO, 4강에서는 미트리온을 판정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한 베이더는 뛰어난 레슬링을 바탕으로 그라운드 싸움에 능한 파이터다. 하지만 UFC 무대에서는 존 존스, 료토 마치다, 글로버 테셰이라, 앤서니 존슨 같은 정상급 파이터들에게 번번이 무너지며 정상의 문턱에서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표도르는 경기 전부터 열세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베이더의 레슬링에 당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는 전망과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표도르 앞에 닥친 현실은 잔인했다. 경기 초반 베이더의 테이크다운을 경계하던 표도르는 베이더가 휘두른 왼손 펀치를 맞고 그대로 다운됐고 파운딩 한 방을 더 얻어 맞으며 그대로 KO로 패했다. 경기 시작부터 종료까지 걸린 시간은 단 35초였다.

표도르는 올해 한국나이로 44세가 됐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열정을 가지고 케이지에 오르는 자세는 분명 존경 받아 마땅하지만 이제 표도르가 벨라토르 헤비급에서 경쟁을 하기엔 명분도 실리도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2000년대를 호령하며 격투팬들을 열광시켰던 '얼음황제'의 파란만장했던 종합 격투기 커리어도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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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격투기 벨라토르 헤비급 토너먼트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라이언 베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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