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서 8강에 오르는 목표는 이뤘지만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유효 슛 기록은 단 2개에 그쳤다. 크로스 성공률은 8.6%밖에 안 됐다. 35개의 크로스 중에서 원하는 동료에게 날아간 크로스가 겨우 3개뿐이었다는 뜻이다. 연장전에 주세종의 중거리슛이 골대에 맞고 나왔지만 그것 말고는 중거리슛이 모두 바레인 골문을 벗어나고 말았다. 이처럼 부정확한 공격력으로는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없다는 점을 우리 선수들이 명심해야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 22일 오후 10시(한국 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16강에서 연장전까지 뛰어야 하는 부담을 안았지만 마지막 교체 선수 김진수의 다이빙 헤더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이기고 8강에 올랐다.

전진 패스는 '황인범-손흥민' 조합, 크로스는 '이용-황의조' 조합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전에서 전반 황희찬이 첫골을 황인범과 손가락으로 기성용의 등번호(16)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19.1.23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전에서 전반 황희찬이 첫골을 황인범과 손가락으로 기성용의 등번호(16)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19.1.23 ⓒ 연합뉴스

 
한국 축구 중원의 살림꾼 기성용이 근육 부상이 낫지 않아 소속 팀(뉴캐슬 유나이티드)으로 돌아간 뒤 그 무거운 짐은 '정우영-황인범-주세종'에게 고스란히 남겨졌다. 

이 중에서도 특히 황인범의 공격적 활용 여부는 벤투 감독의 전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정우영이 센터백과 나란히 서서 후방 빌드 업을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황인범은 그 앞에서 공격으로의 연결 고리 역할을 맡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미드필더가 중심이 되어 전반전에 공격을 어떻게 풀어나갔는가 하는 점을 곱씹으며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면 59년만에 우승 위업을 이루겠다는 목표는 단순히 구호에 그칠 것이다. 

먼저 공격 지역 전진 패스 조합부터 살펴보면, 황인범이 손흥민을 겨냥한 패스가 가장 두드러졌다. 세 번은 정확성이 모자랐지만 두 차례는 정확하게 이어져 그 다음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귀중한 전반전 선취골 과정에서 맞아떨어진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다음으로 크로스 조합을 보면 왼쪽의 홍철에 비해 오른쪽 이용의 크로스가 좀 더 성공률이 높았고, 횟수도 두 배에 가까운 7개(전반전 기록)가 나왔다. 이용의 크로스는 주로 믿을만한 골잡이 황의조를 겨냥했고 그 중에서 황의조에게 이어진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가 역시 전반전 선취골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전반전을 끝내기 전(43분)에 골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은 전진 패스 두 개가 좋은 타이밍에 정확하게 이어진 덕분이었고 아울러 오른쪽 측면 얼리 크로스가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뻗어갔기 때문이었다. 

먼저 황인범이 손흥민을 향한 전진 패스가 정확하게 이어졌고, 이 공을 받은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으로 돌아 들어가는 풀백 이용 앞에 또 하나의 정확한 오픈 패스를 넣어준 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이용의 얼리 크로스가 골문 앞으로 달려들어가는 황희찬을 향해 낮게 깔려 정확하게 뻗어나갔다. 여기서 바레인 골키퍼와 수비수 몸에 맞고 흘러나온 공을 황희찬이 가볍게 오른발로 밀어넣은 것이다. 

이처럼 골 하나가 터지기까지 전진 패스와 크로스의 정확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장전 결승골, 정확한 크로스의 가치 재확인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 연장전. 골을 성공한 김진수가 환호하고 있다. 2-1 한국 승리. 2019.1.23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 연장전. 골을 성공한 김진수가 환호하고 있다. 2-1 한국 승리. 2019.1.23 ⓒ 연합뉴스

 
기분 좋은 전반전 종료 직전 선취골 덕분에 여유를 찾은 한국 선수들은 후반전에 패스 성공률을 침착하게 끌어올리며 바레인을 더 압도할 수 있었지만 추가골의 가치를 소홀한 나머지 90분 안에 8강행을 결정하지 못했다. 

77분에 바레인의 역습 한 방을 얻어맞고 동점골을 내준 것이다. 오른쪽 옆줄 가까이에 황희찬이 쓰러져 있었지만 바레인 선수들은 공을 밖으로 걷어내주지 않고 공격을 계속하여 뜻을 이룬 것이다. 1차 유효 슛을 홍철이 골 라인 바로 앞에서 걷어내기는 했지만 바로 앞으로 굴러가 골잡이 모하메드 알 로마이히에게 왼발 골을 내줬다. 

이미 한국 수비수들은 실점 7분 전에도 아찔한 순간을 겪어야 했다. 바레인에 왼발을 잘 쓰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험 지역에서 쉽게 거리를 내주는 바람에 자말 라세드의 위력적인 왼발 감아차기를 허용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골키퍼 김승규가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손끝으로 쳐냈기에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할 수 있었다. 

반면에 우리 선수들의 중거리슛은 시도조차 많지 않았고 정확성 또한 떨어졌다. 에이스 손흥민도 중거리슛 타이밍을 놓칠 때가 많았고 선취골을 넣은 황희찬도 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슛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공을 끌고다니기만 했다.

벤투 감독이 79분에 황희찬을 빼고 지동원을 들여보냈지만 아직도 날카로움보다는 투박함이 더 눈에 띄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바레인 수비수 알 하얌의 결정적인 백 패스 실수를 틈타 황의조가 상대 골키퍼 수바르 알라위와 1: 1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지만 오른발 휘어차기가 회전수 부족으로 골문 오른쪽으로 굴러나가고 말았다. 

연장전이 시작되고 6분만에 한 장 더 쓸 수 있는 마지막 교체 카드를 김진수가 들고 나왔다. 왼쪽 풀백 홍철 대신 바로 그 자리에 들어와 더 높은 위치에서 공격에 가담하라는 특명을 받은 것이다. 

거짓말처럼 김진수의 짜릿한 결승골이 터졌다. 연장 전반 추가 시간 2분에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이용의 크로스를 받아서 김진수가 몸 날려 헤더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연장전에 바꿔 들어온 바레인 골키퍼 압둘카림 파르단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김진수 이마에 정확하게 맞은 공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결국 한국 선수들을 연장전에서라도 웃게 만든 것은 또 하나의 정확한 크로스 덕분이었다. 하지만 결승전 그 이상의 성과를 끝내 이루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기록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20분 게임을 치르며 한국의 유효 슛 기록은 단 2개였다. 유효 슛 2개로 2골을 넣었다며 실리를 챙겼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16개의 슛 기록을 감안하여 12.5%에 그친 유효 슛 적중률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크로스 성공률도 8.6%에 그쳤다. 바레인의 크로스 숫자 2배가 넘는 35개의 크로스를 골문 앞으로 날려보냈지만 단 3개만 원하는 동료에게 배달된 셈이다. 그 하나가 연장전 결승골로 이어졌다고 자랑할 일만은 아니다.

특히, 바레인 페널티 지역 밖에서 때린 10개의 슛이 하나도 골문 안으로 날아가지 않았다는 것 또한 반성해야 한다. 중거리슛 정확도를 높이지 못하면 결코 더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 선수들은 짧은 휴식을 보내면서 오는 25일 오후 10시 아부다비에 있는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8강(vs. 카타르)을 대비해야 한다.

2019 AFC 아시안컵 16강 결과(22일 오후 10시, 라시드 스타디움-두바이)

★ 한국 2-1 바레인 [득점 : 황희찬(43분), 김진수(연장15+2분,도움-이용) / 모하메드 알 로마이히(77분)]

◎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
AMF : 손흥민, 이청용(67분↔주세종), 황희찬(79분↔지동원)
DMF : 정우영, 황인범(89분↔이승우)
DF : 홍철(연장6분↔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이용
GK : 김승규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70.5%, 바레인 29.5%
유효 슛 : 한국 2개, 바레인 4개
슛 : 한국 16개(박스 안 6개), 바레인 17개(박스 안 2개)
패스 : 한국 865개, 바레인 361개
롱 패스 : 한국 103개, 바레인 83개
패스 성공률 : 한국 84.9%, 바레인 64.3%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한국 79.6%, 바레인 56.1%
크로스 : 한국 35개, 바레인 17개
크로스 성공률 : 한국 8.6%, 바레인 11.8%
가로채기 : 한국 11개, 바레인 17개
오프 사이드 : 한국 1개, 바레인 2개
코너킥 : 한국 7개, 바레인 6개
태클 : 한국 13개, 바레인 23개
파울 : 한국 11개, 바레인 18개
경고 : 한국 0, 바레인 2장(알리 마단, 사이드 레드하)

◇ 토너먼트 대진표
37번 게임 ★ 베트남 1-1(승부차기 4-2) 요르단
38번 게임 ★ 중국 2-1 태국
39번 게임 ★ 이란 2-0 오만
40번 게임 ★ 일본 1-0 사우디 아라비아
41번 게임 ★ 호주 0-0(승부차기 4-2) 우즈베키스탄
42번 게임 ★ 아랍에미리트 3-2 키르기스스탄
43번 게임 ★ 한국 2-1 바레인
44번 게임 ★
카타르 1-0 이라크

45번(8강) ☆ 베트남 vs 일본(24일 오후 10시, 알 막툼-두바이)
46번(8강) ☆ 중국 vs 이란(25일 오전 1시, 모하메드 빈 자예드-아부다비)
47번(8강) ☆ 한국 vs 카타르(25일 오후 10시, 자예드 스포츠 시티-아부다비)
48번(8강) ☆ 호주 - 아랍에미리트(26일 오전 1시, 하자 빈 자예드-알 아인)

49번(4강) ☆ 45번 승리 팀 - 46번 승리 팀(28일 오후 11시, 하자 빈 자예드-알 아인)
50번(4강) ☆ 47번 승리 팀 - 48번 승리 팀(29일 오후 11시, 모하메드 빈 자예드-아부다비)

51번(결승전) ☆ 49번 승리 팀 - 50번 승리 팀
(2월 1일 오후 11시,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아부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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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시안컵 파울루 벤투 황희찬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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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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