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씨 워싱턴 가다> 포스터

<스미스씨 워싱턴 가다> 포스터 ⓒ Columbia Pictures Corpor

  
예천군의회 공무국외연수 나흘째인 지난 2018년 12월 23일 오후 6시 14분쯤(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예천군의회 박 예천군 의원이 버스 안에서 가이드 ㄱ씨의 얼굴 등을 주먹으로 때려 부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건 당시 박 군의원은 '손톱에 긁힌 것뿐'이라고 변명하였지만 명백히 폭행을 가하는 CCTV 영상이 공개되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지방 자치를 구성하는 군의원이 소위 말하는 '갑질'을 휘둘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심화되었다.

기사들을 보자면 '정치하는 사람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옛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는 실망을 했다고 포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우리의 삶 전체가 정치와 연관되어 있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정책부터 노후 정책까지 모두 정치인들의 성향과 선택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유권자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아야 되며, 실망과 포기가 아닌 희망을 품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정치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고전 영화 <스미스씨 워싱톤 가다>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잭슨시를 대표하던 상원의원이 임기 중 숨을 거두자 주지사는 후임자 물색에 들어간다. 상원의원인 조셉 페인과 후원자 짐 테일러는 이권이 걸린 댐 건설을 반대하지 않을 인물을 모색하고 소년단 지도자인 제퍼슨 스미스를 상원의원으로 지목한다. 스미스는 그의 선행이 신문에 실릴 만큼 착하고 순수한 시골 청년이다. 스미스는 자신이 상원의원이 되자 상원의원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겠다는 의지로 워싱턴으로 향한다.
  
정치에 실망한 스미스, 그러나...
 
 <스미스씨 워싱턴 가다> 스틸컷

<스미스씨 워싱턴 가다> 스틸컷 ⓒ Columbia Pictures Corpor

 
하지만 스미스를 제외한 모두는 그가 꼭두각시라는 걸 알고 있다. 스미스의 비서인 베테랑 손더스는 특히 더하다. 그녀는 수많은 정치계 인사들을 만나왔고 그들에게 환멸을 느낀다. 그녀는 괜한 정의감과 사명감을 지닌 스미스를 무시한다. 자신의 신세도 모르는 순박한 청년이 무지하다고 느낀 것이다. 스미스를 정계로 끌어들인 조셉 페인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한때 의로운 일에 힘써왔으나 부패한 재력가 테일러를 만나며 '정치란 돈 놀음'이라는 걸 배운 인물이다.

스미스는 자신을 조롱하는 기자들의 모습에 손수 법안을 마련한다. 바로 고향의 소년단들을 위한 캠프를 만들겠다는 것. 손더스는 스미스를 도와 법안을 만들며 그의 순수함과 선함에 반하게 된다. 그가 지닌 진심과 열정이 그녀에게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캠프의 위치는 하필 댐 공사 현장이었고 이에 페인과 테일러는 스미스를 회유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결국 페인은 스미스가 댐 공사 현장 인근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거짓 발표를 하고 스미스는 제명될 위기에 처한다.
   
극 중 스미스는 '현실 정치'의 모습에 실망한다. 자신의 이권과 돈을 위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에 말이다. 특히 아버지의 친구이자 자신의 멘토가 되어준 페인의 부패한 모습은 스미스로 하여금 정치에 대한 염증을 품게 만든다. 이에 스미스는 의원직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내려가고자 한다. 이런 스미스에게 손더스는 말한다.
  
 <스미스씨 워싱턴 가다> 스틸컷

<스미스씨 워싱턴 가다> 스틸컷 ⓒ Columbia Pictures Corpor

 
"링컨도 그런 고초를 겪었어요.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으레 진통을 치러야 하는 거라고요. 업신여김 당하고 짓밟히면서도 오직 신념 하나로 밀고 나가야 그 열매가 값진 거예요. 세상에는 테일러나 페인 같은 구렁이들만 있는 게 아니에요. 진실을 존중하는 사람들도 그들 못지않게 많고요. 그래서 우리나라가 바르게 커나가는 것 아니겠어요?"

스미스가 처음 워싱턴에 와서 본 건 링컨 대통령과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동상이었다. 두 대통령은 미국의 '정신'을 의미한다. 미국은 '권리'를 위해 싸워왔다.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전쟁을 벌였고 그들이 아메리카 대륙의 이민자인 것처럼 모든 이민자들의 권리를 위해 남북전쟁을 벌였다.

미국의 정치는 가진 자가 아닌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위한 갈등과 투쟁의 연속이었다. 이에 스미스는 자신의 누명을 벗고 댐 공사를 막기 위해 장장 24시간의 필리버스터(의회 등에서 여러가지 방법을 써서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것)를 진행한다.
  
감독이 영화에 '민주적 이상' 실현하려는 모습 담은 이유
 
 <스미스씨 워싱턴 가다> 스틸컷

<스미스씨 워싱턴 가다> 스틸컷 ⓒ Columbia Pictures Corpor

 
'미국의 마음(Heart Of America)'이라고 불리며 인간에 대한 따스한 믿음을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어 왔던 프랭크 카프라 감독에게 <스미스씨 워싱톤 가다>는 위험한 모험이었다. 영화가 제작되던 1930년대 말은 2차 대전이 시작되던 격동기였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정치권의 부패를 고발하는 내용의 작품은 반감을 샀다. 시나리오는 2번이나 사전검열에서 통과하지 못해 수정을 거쳐야 했고 상원의원이 포함된 시사회 당시 상원의원들이 분노를 표출하며 상영 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하였다.

당시 주영 미국 대사였던 조셉 케네디는 '이 영화가 유럽에서 미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게 될까봐 두렵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감독과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에 프랭크 카프라 감독은 이리 답했다고 한다.
 
"점점 더 세상은 불확실의 시대로 접어들고 힘들게 쟁취한 자유는 변화의 바람 속에 산산이 흩어져만 갑니다. 그러한 시대에 미국의 민주적 이상은 한층 중요합니다. 우리 영화의 영혼은 링컨 대통령의 모습에 담겨 있습니다. 제퍼슨 스미스는 말하자면 젊은 링컨으로, 링컨의 우직함과 연민, 이상, 유머, 그리고 압박 속에서도 굳은 도덕적 용기를 지닌 인물입니다."
 
어떤 면에서 정치는 실망과 한숨의 연속이다. 믿었던 정치인의 배신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일원인 지방의원까지 부정과 부패를 일삼는 모습을 보면 염증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에 있어 끝없는 관심과 감시를 보내야 한다. 자유와 권리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쟁취하고 지켜야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스미스는 정치에 대한 염증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어떤 고통과 역경 속에서도 '민주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 링컨의 정신처럼 자신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통해 투쟁하고자 결심한다. <스미스씨 워싱톤 가다>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정치를 향한 국민들의 자세를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립니다.
스미스씨워싱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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