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 '빅5'가 모두 첫 경기를 마쳤다. 그 중 두 팀(이란, 사우디 아라비아)은 시원한 골 잔치를 펼치며 대승을 거뒀고, 나머지 세 팀은 예상을 뒤엎고 휘청거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1골 차로 겨우 이겼고 호주는 유일하게 패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못지 않게 아시안컵도 흥미진진했다. 각국의 축구 팬들이 초록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일본 축구 대표팀은 9일 오후 8시(한국 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있는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F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첫 경기에서 3-2로 아찔한 역전승을 거두며 첫 고비를 넘었다.

전반전 '벼락골'에 휘청거린 일본... 우연이 아니었다
 
 일본 대표팀이 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에 3-2로 승리했다.

일본 대표팀이 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에 3-2로 승리했다. ⓒ AP/연합뉴스

 
태국, 예멘, 북한을 제외하면 각 조별 리그 첫 라운드에서 어느 한 팀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 아시안컵의 특별한 점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일본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8강까지만 경험하고 집으로 돌아간 이후 칼을 갈고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 때문에 첫 상대인 투르크메니스탄은 일본 대표팀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실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었다. 경기 시작 후 26분 만에 투르크메니스탄 주장 아마노프가 왼쪽 측면에서 공을 몰다가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선취골을 터뜨린 것이다. 아마노프의 오른쪽 발등에 제대로 얹힌 공은 묵직하게 날아가 크로스바 아래로 뚝 떨어지며 그물을 흔들었다. 일본 골키퍼 곤다가 방향을 잡느라고 몸을 날렸지만 무회전으로 흔들리는 공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 중거리슛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10분 뒤에도 투르크메니스탄은 가운데 미드필더 아타예프가 공간을 파고들며 왼발 슛으로 추가골까지 노렸다. 그만큼 일본 필드 플레이어들이 쉽게 돌파 당하며 공간을 내줬다는 뜻이다. 골키퍼 슈이치 곤다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가까스로 쳐냈기에 일본은 후반전 뒤집기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후반전 교체 1명으로 뒤집기 성공한 일본

전반전 흐름을 그대로 유지했다가는 일본도 호주처럼 망신을 당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하라구치 겐키에게 왼쪽 측면에서 좀 더 간결한 연계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련한 왼쪽 풀백 나카토모가 뒤를 받치고 있기에 그쪽에서 공격의 물꼬를 터야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어설픈 드리블로 상대를 유인하는 것보다 반 박자 빠른 패스나 크로스를 선택한 것이 일본의 역전승을 이끌어냈다고 봐야 할 것이다. 56분에 하라구치 겐키가 왼쪽 측면에서 기습적으로 찔러준 공을 받은 골잡이 오사코 유야가 부드럽게 방향을 바꾸는 드리블로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리고 오른발 슛을 골문 오른쪽 구석에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그리고 4분 뒤에 역시 왼쪽 측면에서 훌륭한 연계 플레이로 완벽한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하라구치 겐키의 헤더 패스가 빛났고 왼쪽 끝줄 바로 위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어간 나카토모 유토가 오른발 아웃사이드 어시스트를 골문 바로 앞 무주공산의 오사코 유야에게 넘겨준 것이다. 전반전까지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던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일본은 상대 수비 조직력이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내친김에 한 골을 더 집어넣었다. 71분에 도안 리츠가 동료 공격형 미드필더 미나미노의 패스를 받아 자신감 넘치는 왼발 슛으로 골문을 흔든 것이다.

이쯤이면 이란이나 사우디 아라비아가 그랬듯 더 많은 골이 터지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수비 조직력이 흔들리는 것을 정확하게 간파한 것이다. 

78분에 아타예프의 전진 패스를 받은 후반전 교체 선수 안나두르디예프가 빠져들어가면서 일본 골키퍼 곤다까지 따돌린 것. 노련한 센터백 요시다 마야가 버티고 있는 일본 수비 라인이 허망하게 위험 지역을 쉽게 열어준 것이 화근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 골키퍼 곤다가 안나두르디예프를 덮치며 쓰러뜨리는 바람에 알리레자 파가니(이란)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플레이 메이커 아타예프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왼발 슛을 오른쪽 구석으로 강하게 차 넣었다. 10분 이상 남은 시간이 있었기에 일본 입장에서는 다시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

이 위기 상황에서도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73분에 기타가와 고야를 미나미노 대신 들여보낸 것 말고는 더이상 선수 교체를 지시하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교체 카드 2장을 사용하지 않고 1골 차 승리를 지켜낸 것이다. 그만큼 베스트 11의 조직력을 믿고 준비시켰다는 뜻이리라.

여기까지 아시아 축구의 빅5로 불리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들이 모두 1라운드를 끝냈다. 호주만 빼고 네 팀 모두가 승점 3점을 챙겼지만 이란과 사우디 아라비아 말고는 만족할만한 게임을 펼쳤다고 자랑하기에는 좀 모자랐다.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와 세 번째 경기까지 자신들이 자랑하는 경기력을 든든히 유지하며 분위기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들이 또 엇갈리게 될 토너먼트까지 감안하면 더 밤잠을 설쳐야 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아시안컵이다.

2019 AFC 아시안컵 F조 결과(9일 오후 8시, 알 나얀 스타디움-아부다비)

★ 일본 3-2 투르크메니스탄 [득점 : 오사코 유야(56분,도움-하라구치 겐키), 오사코 유야(60분,도움-나가토모 유토), 도안 리츠(71분,도움-미나미노) / 아마노프(26분,도움-밍가조프), 아타예프(79분,PK)]

◎ 일본 선수들
FW : 오사코 유야 
AMF : 하라구치 겐키, 타쿠미 미나미노(73분↔기타가와 고야), 도안 리츠
DMF : 시바사키 가쿠, 다케히로 도미야스
DF : 나가토모 유토, 토모아키 마키노, 요시다 마야, 사카이 히로키
GK : 슈이치 곤다

◎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
FW : 오라즈사헤도프(59분↔안나두르디예프)
MF : 바티로프, 아마노프(69분↔미라트 야그쉬예프), 아타예프, 호야예프, 밍가조프(85분↔미하일 티토프), 아나오라조프
DF : 일야소프 베지르겔디, 자파르 바바야노프, 메칸 사파로프,
GK : 오라즈무하메도프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일본 69.9%, 투르크메니스탄 30.1%
유효 슛 : 일본 6개, 투르크메니스탄 4개
슛 : 일본 21개(박스 안 13개), 투르크메니스탄 9개(박스 안 5개)
패스 : 일본 673개, 투르크메니스탄 286개
롱 패스 : 일본 64개, 투르크메니스탄 70개
패스 성공률 : 일본 88%, 투르크메니스탄 66.4%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일본 82.1%, 투르크메니스탄 45.1%
크로스 : 일본 23개, 투르크메니스탄 11개
크로스 성공률 : 일본 39.1%, 투르크메니스탄 9.1%
코너킥 : 일본 5개, 투르크메니스탄 2개
가로채기 : 일본 10개, 투르크메니스탄 13개
오프 사이드 : 일본 1개, 투르크메니스탄 0개
태클 : 일본 12개, 투르크메니스탄 14개
파울 : 일본 10개, 투르크메니스탄 6개
경고 : 일본 2장(사카이 히로키, 슈이치 곤다), 투르크메니스탄 1장(일야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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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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