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갑자와 띠를 따지는 한국에서는 12년에 한 번씩 자신의 띠와 일치하는 해가 돌아온다. 한국 나이로 13세, 25세, 37세, 49세, 61세, 73세가 되는 해다. 물론 예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1년이라고 무심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해가 돌아오면 의미 있는 1년을 보내기 위해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다.

2019년 황금 돼지해가 밝았다. 각 분야에서 많은 돼지띠들이 201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1983년생과 1995년생 선수들이 돼지띠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물론 선수 생명이 긴 일부 종목에서는 1971년생 현역 선수도 종종 있고 2007년생 스포츠 꿈나무들은 훗날 프로 선수나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꾸고 있다).

KBO리그에서도 돼지띠 선수들이 많이 있다. 물론 한국 나이로 37세가 된 1983년생 선수들은 팀 내에서 노장으로 분류되고 이미 은퇴한 선수들도 적지 않다. 25세가 된 1995년생 중에서도 아직 학창 시절에 보여준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키지 못한 선수가 더 많다. 하지만 돼지띠를 맞는 선수들은 저마다 기해년을 부활(혹은 건재)과 도약의 해로 만들기 위한 의지가 대단하다.

입지 탄탄한 최형우와 송광민, 장원삼-권혁-박희수는 부활 도전
 
3루 진루한 최형우 13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2회말 무사 2루 상황에서 KIA 최형우가 3루까지 진루하고 호흡을 가다둠고 있다. 2018.3.13

▲ 3루 진루한 최형우 13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2회말 무사 2루 상황에서 KIA 최형우가 3루까지 진루하고 호흡을 가다둠고 있다. 2018.3.13 ⓒ 연합뉴스

 
1983년생 선수들 중 2019년 가장 입지가 탄탄한 선수는 역시 KIA 타이거즈의 4번타자 최형우다. 2018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역대 최초로 'FA 100억 시대'를 열며 KIA로 이적한 최형우는 2017시즌 타율 .342 26홈런 120타점 98득점을 기록하며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최형우는 작년에도 타율 .339 25홈런 103타점으로 건재를 과시했고 올해도 KIA의 붙박이 4번 타자로 좋은 활약이 예상된다.

FA자격을 얻은 송광민도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돼지띠 스타 중 한 명이다. 송광민은 작년 시즌 타율 .297로 3년 연속 3할 타율이 좌절됐지만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8홈런을 기록하며 한화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아직 FA 계약을 맺지 못했지만 원소속팀 한화 이글스에 송광민을 대체할 만한 3루수 요원이 마땅치 않다. 송광민 역시 한화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재계약만 마친다면 올해도 송광민은 독수리군단의 핫코너를 지킬 확률이 매우 높다.

프로 통산 121승에 빛나는 좌완 장원삼(LG트윈스)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삼성 라이온즈를 떠나 LG로 이적했다. 장원삼은 2015년 10승 이후 지난 3년 동안 12승에 그쳤을 정도로 하락세가 완연하다. 하지만 전성기 시절에도 구위보다는 정교한 제구력과 노련한 수싸움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투수였던 만큼 충분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재도약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우선 스프링캠프를 통해 류중일 감독에게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2015년과 2016년 한화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불꽃남자' 권혁은 지난 2년 동안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하며 42.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권혁의 부재로 한화 불펜은 작년 마무리 정우람을 제외하곤 우완 일색으로 쏠려 있어 균형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에서 이미 5번의 우승을 경험했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권혁이 기해년 한화 불펜에 힘을 실어준다면 작년 최강으로 불리던 한화 불펜은 올해 더욱 강해질 것이다.

불과 2년 전까지 SK와이번스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좌완 박희수도 1983년생 돼지띠 선수 중 한 명이다. 박희수는 작년 시즌 1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3.27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소화이닝이 33이닝에 불과했고 결국 가을야구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작년 '개띠 선수' 신재웅이 무술년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것처럼 박희수도 2019 시즌을 통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2대 평화왕' 노리는 김하성, '리틀 류현진' 꿈꾸는 김범수
 
김하성, 트로피와 키스 14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올스타전에서'미스터 올스타'로 선정된 나눔 올스타 김하성이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 김하성, 트로피와 키스 14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올스타전에서'미스터 올스타'로 선정된 나눔 올스타 김하성이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 연합뉴스

 
노장들이 많은 1983년생 중 가장 입지가 탄탄한 선수가 KIA의 최형우라면 유망주가 많은 1995년생 돼지띠의 최고 스타는 역시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키움 히어로즈)이다. 이미 2015년부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뒤를 이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유격수로 성장한 김하성은 작년 타율 .288 20홈런 84타점으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일찌감치 병역문제도 해결한 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비록 김하성과의 유격수 경쟁에서 밀려 외야로 변신했지만 임병욱 역시 프로 데뷔 5년 만에 히어로즈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했다. 임병욱은 작년 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293 13홈런 60타점 16도루를 기록하며 하위 타선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18년을 도약의 해로 삼았던 임병욱은 2019년을 통해 키움의 주전 중견수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힐 예정이다.

작년 시즌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한화의 가장 큰 아쉬움은 바로 토종 선발 투수의 부재였다. 하지만 올해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돼지띠 좌완 김범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작년 시즌 4승을 따내며 가능성을 보인 김범수는 올 시즌 풀타임 선발 투수에 도전한다. 한화팬들은 벌써부터 류현진(LA다저스)의 뒤를 이을 좌완 선발 투수의 등장을 꿈꾸고 있다.

프로 데뷔 첫 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하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kt 위즈의 우완 주권도 1995년생 돼지띠 선수다. 2016년 6승을 거두며 kt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던 주권은 이후 2년 동안 승수는 점점 줄어들고 평균자책점은 점점 올라가는 실망스런 활약을 펼쳤다. 2년 차를 맞는 김민이 성장하고 이대은이 합류하는 2019년 주권이 kt의 1군에서 확실한 보직을 얻기 위해서는 더 큰 분발이 필요하다.

2017년 12승6패 ERA 3.68의 성적을 기록한 박세웅은 고 최동원과 염종석 이후 롯데 자이언츠의 3대 '안경 에이스'로 불리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작년 시즌 팔꿈치 부상에 시달린 박세웅은 1승 5패 ERA 9.92로 끔찍한 추락을 경험했다. 작년 11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박세웅은 현실적으로 2019시즌 초반 복귀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박세웅이 조금 늦더라도 다시 건강하게 마운드에 오른다면 롯데의 마운드도 그만큼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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