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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27일 열린 선거제도개혁 시민대토론회에서 발표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합의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여야 5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 합의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합의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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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검토'의 의미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간의 합의문이 발표됐다. 합의문 1항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그 다음날부터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이라는 두 거대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왜곡된 얘기들을 퍼뜨리거나 '적극 방해'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합의'가 아니라 '적극 검토'라는 문구가 사용되었다고 해도, '적극 검토'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적극 검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일부에서 얘기해왔던 중·대선거구제는 합의문에서 아예 언급되지 않았으므로, 현행 선거제도에 대한 대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단일 대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후에 '적극 검토'가 아니라 '적극 방해' '적극 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이런 행태야말로 정치불신을 낳는 근본 원인이다. 정치 신의 따위는 당리당략 앞에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다는 이런 식의 행태로 어떻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적극 검토'라고 합의문에 썼으면 최소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논의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비례대표제냐 아니냐, 연동형이냐 아니냐가 논점이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 대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불꽃집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 대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불꽃집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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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은 간단하다. 그리고 선택의 문제다.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인 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냐,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이 배분되는 비례대표제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문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병립형이냐 연동형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문제이다.

병립형(paralel system)은 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에 가까운 제도다. 지역구에서 대부분을 선출하고 일부 비례대표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지역구 따로, 비례대표 따로 뽑는다고 해서 병립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결국에는 다수대표제와 비슷한 효과를 낳는다고 해서 혼합형 다수제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연동형은 지역구 선거를 하더라도, 전체 국회의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결국 비례대표제와 같은 효과를 낳으므로 혼합형 비례대표제(Mixed Member Propotional representation, MMP)라고도 불린다.

이 방식에서도 유권자들은 지역구 1표, 정당 1표를 투표한다. 그런데 의석배분방식이 병립형과 다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전체 의석은 우선 정당이 받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배분된다. 그다음, 각 정당은 자신이 배분받은 의석내에서 지역구 당선자부터 먼저 채우고, 모자라는 부분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가령, 전체 국회의석이 300석이고, A당이 30%의 정당지지를 받았다면 A당에게는 무조건 90석이 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A당이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70명을 배출했다면 모자라는 20명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 연동형 방식이다. 만약 A당이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50명밖에 배출하지 못했다면 배정된 90석에서 지역구 당선자 50명을 뺀 40명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 '연동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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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립형과 연동형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병립형에서는 40~50%대 득표율로도 지역구를 싹쓸이하면 특정정당이 2/3 이상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당 지배가 가능해진다. 민주주의에 반(反)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연동형에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

병립형의 문제점은 이웃 일본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7년 10월 22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속한 자민당이 얻은 득표율은 33.28%에 불과했다. 연립파트너인 공명당이 얻은 득표율 12.51%까지 합쳐도 정당득표율은 45.29%에 불과했다. 과반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인 것이다.

그런데 자민당-공명당이 얻은 국회 의석은 465석중에 313석으로, 전체 의석의 67.31%에 달했다. 절반에 못 미치는 득표율로 3분의 2를 훌쩍 넘는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반면에 야당인 입헌민주당, 희망의 당, 일본공산당, 일본유신회는 득표율에 비해 훨씬 적은 의석을 얻었다. 표의 가치는 동등해야 한다는 '표의 등가성'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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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에는 지역구에서 289명의 국회의원을 뽑고, 비례대표가 176명이다. 비례대표 의석 비중이 대한민국에 비해 훨씬 높지만 소용이 없다. 어차피 지역구에서 싹쓸이하면, 득표율에 비해 훨씬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립형 제도를 유지해서는 민심이 그대로 반영될 수 없다. 정당득표율과 전체 의석비율을 일치시키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선거제도는 없다. 그러나 더 나은 선거제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더 나은 선거제도가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고, 국민들의 살기에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OECD국가 36개국 중에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택한 국가가 24개국이고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택한 국가까지 합치면 26개국에 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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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OECD 국가 중에 순수한 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를 택한 나라는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정도이고, 병립형을 택하고 있는 국가들은 일본, 한국, 헝가리, 리투아니아, 멕시코 정도다.

그런데 호주는 하원은 소선거구제에 가깝지만, 상원의 경우에는 비례대표제에 가까운 선거제도이고, 캐나다는 소선거구제를 다른 선거제도로 개혁하는 것이 2015년 총선에서 트뤼도 총리의 공약이었을 정도로 선거제도 개혁이 국가적 과제로 돼 있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비례대표 의석을 새로 만드는 정치개혁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승자독식의 선거제도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폭넓게 퍼져있다.

다수대표제를 비례대표제로 바꾸려는 시도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가짜뉴스와 논점 흩트리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 대화하는 나경원-김병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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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하기로 합의했으면 최소한 가짜뉴스와 오해를 퍼뜨리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 말을 복잡하게 하면서 논점을 흩트리는 행태도 중단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거대양당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논점을 복잡하게 만드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한 발언이 대표적인 가짜뉴스라고 할 수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관해 언급하면서 "사표를 방지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지역선거구 제도를 부정할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를 하면서도 전체 의석이 정당득표율대로 배분되게 하는 독일식 제도이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지역선거구 제도를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맥락에 맞지 않는 얘기다.

또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정당간 야합이 있을 수 있다"라며 "한 정당은 지역구 후보만 내 지역구 의원 당선에 몰입하고, 다른 정당은 일부러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아 타 정당의 지역구 후보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경원 원내대표가 언급한 '야합'의 대표적인 사례는 연동형이 아니라 병립형 제도를 택하고 있는 일본이다. 일본의 자민-공명당 연립여당은 선거 때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하고 있다. 공명당은 지역구 후보는 최소한으로만 내어 자민당을 밀어주는 대신 권역별 비례대표 정당투표는 공명당으로 찍게 유도해서 비례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지역구 따로, 비례대표 따로 뽑는 병립형에서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다. 오히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이렇게 하기가 더 어렵다. 연동형이 되면 정당지지율대로 전체 의석이 배분되므로 각 정당은 정당득표율에서는 양보없이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되고, 정당득표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지역구 후보도 경쟁적으로 출마시켜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선거 전이 아니라 선거 후에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이뤄진다. 지금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유사한 제도를 택하고 있는 독일, 뉴질랜드의 정치가 그렇다. 선거 때에는 정책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정당득표율을 올리기 위한 경쟁을 하고, 선거 후에는 치열한 정책협상을 통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건강한 정치협상이고 정치연합이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선거때에 정당간 야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에 불과하다. 이처럼 거대정당의 원내대표가 선거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을 때 의원정수가 무한정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라고도 말했는데,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더라도 총 의석을 고정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가 그런 방식으로 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술적인 부분은 얼마든지 제도설계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12월 20일 발언은 총체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무지에 근거한 발언이고, 이런 발언은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것이다.

또한 논점 흩트리기도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얘기하고 있는 '준연동형'이니 '복합연동형'이니 하는 얘기들도 단순한 문제를 복잡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논점 흩트리기에 불과하다.

논점은 단순하다. 다수대표제냐 비례대표제냐, 병립형이냐 연동형이냐는 선택의 문제이다. 그런데 이상한 신조어들을 만들어내면서 논의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제도개혁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또한 지금 민주당에서 얘기하는 준연동형이니 복합연동형 하는 단어들은 위헌 소지가 많으므로 실현가능하지도 않다.

이런 가짜뉴스와 논점흩트리기는 선거제도 개혁을 방해하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언론들이 이를 여과없이 보도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오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바로가기 클릭.)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하승수씨는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입니다.


태그:#연동형비례대표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선거제도, #정개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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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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