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새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

두산 베어스 새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 ⓒ UPI/연합뉴스

 
두산의 2019 시즌 새 외국인 타자 선택의 최우선 기준은 역시 '타격'이었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9 시즌에 함께 할 새 외국인 타자로 쿠바 출신의 우투좌타 내야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총액 70만 달러(계약금 5만, 연봉 30만, 인센티브 35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두산은 외국인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와 재계약한 데 이어 외국인 타자 영입까지 마무리하면서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쿠바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페르난데스는 2015년 아이티로 망명해 2017년 LA다저스에 입단하며 미국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작년 다저스에서 빅리그 입성에 실패한 페르난데스는 올해 LA 에인절스에서 36경기에 출전해 타율 .267 2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트리플A에서 2년 연속 3할 타율에 1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페르난데스의 '타격 능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4년 동안 5명의 외국인 타자, 에반스 제외하곤 전부...

두산은 2015년 외국인 타자 잭 루츠와 데이빈슨 로메로가 13홈런 53타점을 합작하는데 그치며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물론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 등 '90라인'의 활약에 힘입어 외국인 타자의 활약 없이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의 부재는 2015년 두산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두산은 2016 시즌을 앞두고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방출됐던 닉 에반스를 영입했다. 에반스는 2016 시즌 개막 후 18경기에서 타율 .164 1홈런 5타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고 팬들은 '젝 루츠 시즌2'라며 에반스를 비난했다. 하지만 열흘 동안 2군에 다녀온 에반스는 몰라보게 달라진 타격으로 성적을 쭉쭉 끌어 올렸고 타율 .308 24홈런 81타점으로 2016년 두산의 통합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에반스는 작년 시즌에도 타율 .296 27홈런 90타점으로 외국인 타자로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냈다. 규모가 큰 잠실구장에서 30개 가까운 홈런을 치며 충분히 재계약이 가능할 거라 예상됐지만 두산은 에반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에반스의 재계약 불발 이유는 팔꿈치 통증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산은 2018년 에반스를 쉽게(?) 포기한 대가를 호되게 치르고 말았다.

두산이 2018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외국인 타자는 지미 파레디스였다. 코너 외야와 1루, 2루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스위치 히터로 알려진 파레디스는 21경기에서 타율 .138 1홈런 4타점을 기록한 후 퇴출됐다. 21경기에서 때린 안타가 단 9개였는데 같은 기간 무려 17개의 삼진을 당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파레디스가 두산 스카우트에게 수년 전부터 타깃이 됐던 선수라는 점이다.

파레디스 없이 시즌을 치르던 두산은 지난 6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의 옛 동료 스캇 반 슬라이크를 영입했다. 빅리그 6년 동안 355경기에 출전한 반 슬라이크는 2014년에 뛰었던 호르헤 칸투 이후 가장 이름값이 높은 외국인 타자였다. 하지만 반 슬라이크는 단 12경기에서 타율 .128 1홈런 4타점을 기록한 채 쓸쓸히 한국을 떠났다. 결국 두산은 외국인 타자 없이 치른 한국시리즈에서 SK와이번스에게 2승 4패로 패했다.

트리플A 타율 .333의 페르난데스... 두산 외국인 타자 잔혹사 끊을까

두산의 한국시리즈 패인이 외국인 타자의 부재만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두산은 올해 국인 타자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음에도 정규 시즌에서 팀 타율(.309), 득점(944점), 안타(1601개), 타점(898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같은 큰 무대에서 무게감 있는 외국인 타자의 부재는 예상보다 더욱 큰 악재로 다가왔다. 특히 4번타자 김재환이 빠진 3차전 이후엔 외국인 타자의 부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두산이 원하는 이상적인 외국인 타자의 유형은 장타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코너 외야와 1루 수비가 가능한 '거포형 멀티 플레이어'다. 굳이 KBO리그에서 찾자면 SK의 제이미 로맥 같은 유형이다. 하지만 외야와 1루 수비가 가능하고 잠실 야구장에서 장타 본능을 뽐낼 수 있는 외국인 타자를 이적료 포함 100만 달러 이내에 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두산은 다른 조건들을 대거 포기한 채 오직 '타격'에만 초점을 맞췄다.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6경기에 출전해 타율 .267 2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빅리그 성적 만으로는 페르난데스의 타격능력을 예측하기에 표본이 너무 적다. 하지만 KBO리그와 수준이 비슷하거나 근소하게 더 높다고 평가 받는 트리플A에선 좀 더 확실한 데이터가 있다.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에인절스의 트리플A에서 91경기에 출전해 타율 .333 17홈런 59타점 66득점 OPS(출루율+장타율) .931을 기록했다.

물론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긴 힘들지만 마이너리그 성적만 보면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릭 테임즈의 트리플A 성적을 능가한다. 게다가 페르난데스는 쿠바를 탈출하기 전 쿠바 국가대표로서 국제 경기에서 활약한 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지난 2013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쿠바 대표팀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6경기에서 타율 .524(21타수 11안타) 6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페르난데스의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페르난데스가 빅리그에서 2루수와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경기는 각각 1경기에 불과하다. 오재원, 허경민, 류지혁 등 내야수가 풍부한 두산에서도 페르난데스가 굳이 2루와 3루 글러브를 낄 필요는 없다. 트리플A에서 검증된 타격 능력을 보고 페르난데스를 영입한 두산은 그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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