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추락했던 NC가 통 큰 투자를 했다.

NC 다이노스 구단은 1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 포수 양의지와 4년 125억 원(계약금 60억+연봉65억)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의지는 NC 구단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을 선택하게 되었다.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기회를 주신 NC 구단에 감사 드린다. 또한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신 두산 구단과 김태형 감독님, 동료 선수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6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2010년부터 1군 주전 포수로 활약한 양의지는 통산 1066경기에 출전해 타율 .299 125홈런 549타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타격뿐 아니라 투수리드와 송구 등 포수로서 갖춰야 할 능력을 모두 갖춘 리그 최고의 포수로 꼽힌다. 이로써 NC는 안방 고민을 단숨에 해결하면서 내년 시즌 도약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반면에 졸지에 절대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던 최고의 포수를 잃은 두산은 주전 포수를 다시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

두산에게 2년 연속 우승 안긴 하위 라운드 지명의 신화
 
 10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포수 부문을 수상한 두산 양의지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8.12.10

10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포수 부문을 수상한 두산 양의지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8.12.10 ⓒ 연합뉴스

 
진흥고 시절 정확한 송구능력과 장타 잠재력을 인정 받았던 양의지는 대부분의 포수들처럼 스피드가 느리다는 약점 때문에 또래의 이재원(SK와이번스)이나 정범모(NC), 이해창(kt위즈)처럼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양의지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홍성흔의 후계자를 찾던 두산에 2차 8라운드(전체 59순위)로 지명돼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지명순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입단 당시 양의지는 전혀 대단한 유망주가 아니었다.

양의지는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1군에서 단 1경기만 출전하고 병역 의무를 마치기 위해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두산 입장에서도 당장 홍성흔이라는 걸출한 포수가 있는 마당에 약점이 많은 유망주 포수를 급하게 쓸 이유는 없었다. 양의지는 경찰야구단에서 자신의 야구인생을 바꿔 놓은 유승안 감독을 만나 기량이 급성장했다. 실제로 오늘의 양의지를 있게 한 간결하고 부드러운 스윙은 유승안 감독의 현역 시절과 매우 흡사하다.

군복무를 마친 2010년, 최승환과 용덕한의 백업으로 시즌을 출발한 양의지는 3월30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선발 출전해 홈런 2개를 터트리면서 야구 인생이 뒤바뀌게 된다. 순식간에 두산의 주전 포수를 차지한 양의지는 2010년 타율 .267 20홈런 68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신인왕 자격을 갖춘 포수가 20홈런을 때려낸 것은 KBO리그 역사에서 양의지가 처음이었다.

2011년 3할 타율을 기록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로 자리잡은 양의지는 2012년 5홈런 27타점 2013년 타율 .248에 그치며 성장통을 겪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 양의지는 132경기에 출전해 타율 .326 20홈런 93타점으로 '몬스터 시즌'을 보내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양의지는 발가락 미세 골절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도 포스트시즌과 프리미어12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양의지는 2016년에도 타율 .319 22홈런 66타점의 뛰어난 타격성적에 '판타스틱4'를 이끄는 탁월한 투수리드로 두산의 백투백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NC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438 1홈런 4타점의 성적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포수 포지션의 선수가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것은 1991년 해태 타이거즈의 장채근 이후 25년 만이었다. 2014년부터 이어진 3년 연속 골든글러브는 양의지에게 '작은 전리품'에 불과했다.

양의지 영입으로 단숨에 해결한 NC의 안방 약점
 
쐐기포 쏘는 양의지 1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회초 무사 상황에서 두산 양의지가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 쐐기포 쏘는 양의지 1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회초 무사 상황에서 두산 양의지가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양의지는 작년 시즌에도 전반기에만 타율 .323 9홈런 44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안방을 이끌었다. 하지만 6월2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사구를 맞아 손가락 미세골절 부상을 당했고 후반기 타율 .217라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결국 양의지는 타율 .277 14홈런67타점으로 2013년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양의지는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16타수2안타(타율 .125) 2타점의 빈타에 시달렸고 두산은 한국시리즈 3연패가 좌절됐다.

2018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 양의지는 작년 시즌 다소 부진했음에도 올해 '예비FA 프리미엄'을 누리며 25%가 인상된 6억 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 양의지 정도의 경력을 가진 포수라면 올 시즌 소위 '평타'만 쳐도 FA대박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의지가 노리고 있는 고지는 평범한 야구팬들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었다.

양의지는 올 시즌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358 23홈런 77타점 84득점을 기록하며 2015년과 2016년을 뛰어넘는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작년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가져갔던 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되찾아 왔음은 물론이다. FA시장에서 독보적인 최대어로 꼽힌 양의지는 SK의 최정과 이재원이 각각 6년 106억, 4년69억 원에 계약하며 이들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계약이 예고돼 있었다.

결국 양의지 영입 전의 승자는 내년 시즌 새 구장으로 이사를 가면서 성적 반등이 필요했던 NC였다. NC는 김태군(경찰) 입대 후 올해 무려 7명의 포수를 1군에서 실험했지만 타율 2할을 넘긴 선수조차 없었다. 결국 NC는 2016년의 박석민 이후 또 한 번의 초대형 투자를 통해 팀의 최대 약점이었던 안방 보강에 성공했다. 양의지의 계약 규모는 이대호가 롯데 자이언츠와 맺었던 4년 150억 원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반면에 졸지에 양의지를 잃은 두산은 비상이 걸렸다. 두산이 올 시즌까지 '포수왕국'으로 불리며 다른 구단의 부러움을 살 수 있었던 비결은 '주전 포수 양의지'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내년 시즌부터 두산은 자신들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양의지를 적으로 상대해야 한다. 이제 두산은 내년 시즌 풀타임 주전 경력이 없는 박세혁과 이흥련으로 안방을 꾸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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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양의지 FA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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