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전 밴텀급 챔피언 도미닉 크루즈는 독보적인 스텝과 탁월한 거리 싸움, 강력한 체력을 자랑하는 UFC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2010년 3월 브라이언 보울스를 2라운드 KO로 꺾고 WEC 밴텀급 챔피언에 오른 크루즈는 조셉 비나비데즈와 유라이아 페이버, 드미트리우스 존슨 같은 쟁쟁한 파이터들을 차례로 꺾고 밴텀급을 완전히 평정했다.

하지만 크루즈는 2011년 10월 존슨과의 4차 방어전을 끝으로 옥타곤에서 자취를 감췄다. 무릎전방십자인대 부상 때문이었다. 무릎 수술을 받은 크루즈는 수술이 잘못돼 재수술을 받았고 그 사이 밴텀급은 타이틀전 없이 큰 혼란에 빠졌다. 결국 격투 팬들에게 '사이버 챔피언'이란 비아냥거림을 듣던 크루즈는 3년 넘게 옥타곤에 오르지 못하다가 2014년 1월 타이틀을 박탈 당했다.

크루즈의 사례가 생겨나면서 UFC에서는 1년 이상 방어전을 치르지 못하면 타이틀을 박탈하는 암묵적인 룰이 생겼다. 타이틀전을 거부하다가 벨트를 빼앗긴 코너 맥그리거도 비슷한 예.

작년 12월 1차 방어전 이후 1년 넘게 옥타곤에 오르지 못한 페더급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는 오는 9일(이하 한국시각) 토론토의 스코티아나뱅크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231에서 '무패의 도전자' 브라이언 오르테가를 상대로 372일 만에 2차 방어전을 치른다.

맥그리거전 패배를 끝으로 파죽의 11연승 달리며 페더급 챔피언 등극

하와이 태생의 할러웨이는 아마추어 레슬링을 하는 다른 파이터들과 달리 킥복싱과 무에타이, 주짓수를 배우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종합격투기를 가깝게 접하던 할러웨이는 2010년 9월 만 19세의 나이로 하와이의 작은 단체 X-1을 통해 프로 파이터로 데뷔했다. 데뷔 3경기 만에 X-1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른 할러웨이는 4전 전승의 전적으로 UFC와 계약했고 페더급으로 체급을 내려 옥타곤 데뷔전을 가졌다.

하지만 할러웨이는 UFC 데뷔전에서 4연승을 달리고 있던 신예 더스틴 포이리에를 만나 1라운드 트라이앵글 암바로 패하며 옥타곤의 높은 수준을 경험했다. 할러웨이는 데뷔전 패배 후 3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지만 베테랑 데니스 버뮤데즈와 한창 상승세를 타던 맥그리거에게 나란히 패하며 격투기 데뷔 후 처음으로 연패를 당했다. 그때까지 할러웨이의 UFC 전적은 3승 3패로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3년 8월에 당한 맥그리거전 패배는 현재까지 할러웨이가 옥타곤에서 당한 마지막 패배가 됐다. 할러웨이는 윌 초프와 안드레 필리, 글레이 콜라드, 아키라 코라사니, 콜 밀러, 컵 스완슨, 찰스 올리베이라, 제레미 스티븐스, 리카르도 라마스를 차례로 꺾고 파죽의 9연승을 내달렸다. 할러웨이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4경기를 소화했을 정도로 UFC에서 가장 부지런한 파이터 중 한 명이었다.

할러웨이가 UFC 페더급의 신성으로 떠올랐을 당시 맥그리거는 조제 알도를 13초 KO로 꺾고 페더급 왕좌에 오른 후 네이트 디아즈와의 슈퍼 파이트에 열중했다. 맥그리거가 디아즈와 두 번의 대결 이후 라이트급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에게 도전하자 UFC에서는 할러웨이와 앤서니 페티스의 페더급 잠정 타이틀전을 추진했다. 할러웨이는 체중을 맞추지 못한 페티스를 3라운드 종료 10초를 남기고 KO로 제압하며 페더급 잠정 챔피언에 등극했다.

맥그리거가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르면서 챔피언 벨트는 다시 알도에게로 돌아갔고 작년 6월 드디어 알도와 할러웨이의 타이틀전이 열렸다. 알도는 한때 페더급에서 '폭군'으로 불리던 절대강자였지만 1991년생의 젊은 피 할러웨이는 강한 체력과 유연한 공수전환으로 알도를 지치게 했다. 결국 할러웨이는 3라운드 체력이 떨어진 알도를 무섭게 몰아 붙이면서 펀치에 의한 KO승으로 페더급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두 번의 부상 끝에 1년 만에 나서는 2차 방어전, 최강 도전자 넘을까

만 26세의 나이로 챔피언에 등극한 할러웨이는 작년 12월 프랭키 에드가와 1차 방어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에드가가 부상으로 아웃되면서 6개월 만에 알도와의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장소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로에서 미국의 디트로이트로 바뀌었지만 재대결 결과는 1차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할러웨이는 알도의 약한 체력을 공략해 3라운드 강한 압박으로 KO승을 거두며 1차 방어에 성공했다.

할러웨이는 올해 3월 에드가와 2차 방어전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다리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고 대신 출전한 오르테가가 에드가에게 생애 첫 KO패를 안기며 랭킹 1위로 올라섰다. 할러웨이와 오르테가는 7월 UFC 226에서 타이틀전이 추진됐지만 할러웨이가 경기 3일을 남겨두고 갑작스런 뇌진탕 증세를 보이며 대회에서 빠졌다. 오매불망 타이틀전을 기다린 오르테가 입장에서는 상당히 화가 날 만한 상황.

오르테가는 다른 경기를 치르지 않고 챔피언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고 결국 두 선수의 타이틀전은 UFC231 메인이벤트로 다시 성사됐다. 이미 한 차례 할러웨이의 부상으로 경기가 무산됐던 만큼 이번엔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자타가 공인하는 페더급의 최강 도전자 오르테가를 제압한다면 할러웨이는 더욱 굳건한 페더급의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다.

180cm의 신장을 가진 할러웨이는 178cm의 오르테가보다 조금 더 크지만 팔길이는 오르테가(188cm)가 할러웨이(175cm)보다 월등히 우세하다. 게다가 오르테가는 최근 6경기에서 3KO와 3서브미션 승리를 거뒀을 만큼 타격과 그라운드의 균형이 매우 뛰어나다. 한 방으로 경기를 끝내는 하드 펀처와는 거리가 있는 할러웨이가 스탠딩 상황에서 오르테가를 압도하지 못한다면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한편 할러웨이와 오르테가의 경기에 앞서 열리는 코메인이벤트에서는 발렌티나 셰브첸코와 요안나 예드제칙의 여성 플라이급 타이틀전이 열린다. 여성 플라이급은 TUF26에서 우승한 니코 몬타뇨가 초대 챔피언에 올랐지만 몬타뇨는 셰브첸코와의 1차 방어전을 앞두고 감량 도중 쓰려지며 타이틀을 박탈 당했다. 전 여성 스트로급 챔피언 예드제칙은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여성부 최초이자 UFC 사상 6번째로 두 체급 챔피언의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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