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 댄싱'의 포스터

영화 '해피 댄싱'의 포스터 ⓒ (주)씨네룩스


가끔 일상에 우연찮게 끼어드는 이야기들이 인생에 큰 울림을 선사하기도 한다. 영화가 보고 싶다는 동생의 말에 제목도 모른 채 관람하러 갔던 <해피 댄싱>(원제 'finding your feet')이 그러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해리포터> 시리즈, <킹스 스피치>, <미 비포유>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던 친숙한 배우들이 이번에는 영화 <해피 댄싱>에서 발을 맞췄다. 동생은 스크린을 가리키며 조용히 물었다. "저 분 해리포터에서 론이 키우는 쥐 아녜요?" 응? 론 할아버지도 아니고 론이 키우던 쥐?

그것은 사실이었다. <해리포터>에서 론이 키우던 애완 쥐로 둔갑한 피터 페티그루 역할을 맡았던 배우 티모시 스폴이 영화 속 '찰리' 역으로 출연한 것이다. 살이 너무 빠져 못 알아볼 정도였는데 용케도 알아본 동생이 신기했다.
 
 영화 '해피 댄싱'의 찰리(티모시 스폴)와 산드라(이멜다 스턴톤)

영화 '해피 댄싱'의 찰리(티모시 스폴)와 산드라(이멜다 스턴톤) ⓒ ㈜씨네룩스

  
<해피 댄싱>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스텝을 밟느라 잃어버린 진정한 내 방향을 찾아 나서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한평생 남편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던 '산드라'(이멜다 스턴톤)는 남편의 은퇴파티에서 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친한 친구와 바람이 난 그와 더 이상 한 집에서 살 수 없었던 산드라는 10년 만에 언니 '비프'(셀리아 임리)의 집을 찾아온다. 그녀는 언니와 발맞추어 춤을 배우면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고, 그녀의 모습 그대로를 아껴주는 새로운 사랑도 만나게 된다.

영화는 고통이 오더라도 삶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산드라에게 비프는 죽을 것 같은 고통도 돌이켜보면 고맙게 느껴지는 날이 올 거라고 말해준다. 비프의 말대로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남편으로 인해 자신을 잃어가던 산드라는 그에게서 벗어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삶을 향해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때로 아픔과 시련의 과정이 인생을 180도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놓기도 한다. 몇 십년간 꼬여버린 산드라의 스텝도 그녀가 짐을 싸서 언니의 집에 가면서부터 점차 제자리를 되찾기 시작했다.
 
 영화 '해피 댄싱'의 산드라(이멜다 스턴톤)와 그의 언니 비프(셀리아 임리)

영화 '해피 댄싱'의 산드라(이멜다 스턴톤)와 그의 언니 비프(셀리아 임리) ⓒ ㈜씨네룩스

 
어른이 된다고 해서 아픔이 무뎌지는 것도 눈물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 영화 속 노년을 맞이한 캐릭터들은 저마다 감당하지 못 할 아픔에 부딪혀 눈물을 흘린다. 어른이 된다는 건 슬픔과 고통에 무뎌지는 게 아니라, 그것이 언제든 내게 찾아올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그 고통 안에서도 발을 맞추며 춤을 추는 과정이다. 아프더라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 끊임없이 행복을 찾아 춤을 추는 것. 그것이 해피댄싱이 그려내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다. 슬픔 속에서도 발을 움직여 내 힘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내가 나를 믿고 믿음의 점프를 해야만 하는 때가 반드시 온다. 사랑에 배신당한 뒤 다시 누군가를 믿을 수 있을지 두려워하는 산드라에게 언니 비프는 "남을 믿을 수 없다면 네 자신을 믿고 믿음의 점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다시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이 후회된다는 비프의 대사가 마음에 깊이 파고들었다. 그것이 사랑이든 무엇이든 겁이 나더라도 나를 믿고 크게 도약해야 하는 때가 있다. 설령 과정이 두렵더라도 내가 원하는 결말에 도착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용기를 내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영화 '해피 댄싱'의 한 장면

영화 '해피 댄싱'의 한 장면 ⓒ ㈜씨네룩스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 춤을 배워볼지 아니면 비프처럼 머리에 브릿지를 넣어볼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왠지 그런 조그마한 시도들이 내 엉켜버린 스텝을 바로잡는 시작점이 되어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Finding your feet, '제자리를 잡다', '적응하다'라는 뜻이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잃고 자꾸 스텝이 꼬일 때 제자리로 돌아와 나를 되찾고 싶다면 일단은 신나게 춤을 춰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마음이 다시 일어나 걸음을 움직이는 그 순간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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