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승강 준플레이오프 대전시티즌vs 광주FC 경기에서 대전 키쭈 선수가 득점에 성공한 뒤 골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2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승강 준플레이오프 대전시티즌vs 광주FC 경기에서 대전 키쭈 선수가 득점에 성공한 뒤 골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아찔한 부상 순간이 나올 정도로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싸움이었다. 몹시 이른 시간(3분)에 광주 미드필더 이승모가 쓰러졌다. 상대 미드필더와 높은 공을 다투다가 목 부분이 꺾이면서 잘못 떨어진 것이다. 응급 심폐소생술을 펼치며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목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에 그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만큼 이들의 축구는 승리가 절실했다. 결국 후반전에 한 골로 운명이 갈라지고 말았다. 

고종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전 시티즌이 28일 오후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2 준플레이오프 광주 FC와의 홈 경기에서 골잡이 키쭈가 터뜨린 후반전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며 1-0으로 이겨 부산 아이파크와의 플레이오프(12월 1일 오후 4시, 부산 구덕운동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불행 중 다행 '이승모'

차디찬 겨울이 시작됐지만 K리그 그라운드는 아직 뜨겁다. 1년 농사의 결실을 마지막까지 간절하게 지켜봐야 할 가장 치열한 경기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첫판의 대결 준플레이오프가 열렸다. 

많은 축구팬과 아산 시민들, 그리고 의무 복무중인 선수 당사자들의 기대를 외면하고 경찰청에서 더이상 팀(아산무궁화) 운영에 손을 떼겠다는 결정을 내린 바람에 1부리그 K리그1으로의 승격을 꿈꾸는 팀들이 더욱 쓸쓸하게 맞붙어야 했다. 플레이오프 행 티켓을 걸고 K리그 투 4위 대전과 5위 광주가 단판 대결을 펼친 것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경기 양상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일찍부터 뜨거웠다. 경기 시작 후 3분 만에 어웨이 팀 광주 FC의 미드필더 이승모가 목뼈를 다쳐 구급차에 실려 응급 후송되는 일도 벌어질 정도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승모의 의식은 빠른 대처 덕분에 그라운드 위에서 돌아왔지만 목뼈에 실금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아야 했다.

반드시 이겨야 그 다음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광주 FC로서는 이승모의 빈 자리도 악재였다. 그 이전에 광주 FC는 벤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 팀에도 불려가 활약했던 골잡이 나상호를 뛰게 할 수가 없었다. 경고 누적 징계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상호가 받은 마지막 경고(11월 11일 vs. 안산 그리너스)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재심 과정에서 오심으로 판명됐기에 이 경기를 뛰지 못하게 된 것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재심 과정에서 퇴장 판정이 오심으로 인정될 경우 감면될 수 있지만 경고 판정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모순된 규정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1골이 절실했던 광주 FC는 키다리 골잡이 펠리페가 맨 앞에서 대전 수비수들과 치열하게 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왼발잡이 미드필더 두아르테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펠리페에게 여러 차례 보내주었지만 대전 수비수들이 펠리페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키쭈의 짜릿한 결승골

후반전이 시작된 이후에도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지만 홈 팀 대전 시티즌은 급할 필요가 없었다. 정규리그 순위가 한 계단 앞서 있는 팀이 연장전이나 승부차기 필요 없이 비겨도 플레이오프에 올라간다는 어드밴티지 규정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69분에 효율적인 역습으로 천금의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골잡이 키쭈가 왼쪽 측면으로 빠져나간 미드필더 박수일에게 오픈 패스를 주었고 그것이 곧바로 낮게 깔리는 얼리 크로스로 넘어왔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골문 안으로 밀어넣은 것이다. 키쭈의 집중력이 대전의 퍼플 아레나를 더 뜨겁게 만든 것이다. 

이 골로 순위 한 계단 아래의 광주 FC는 2골을 연거푸 넣어야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됐다. 마음이 급한 광주 FC 골키퍼 윤평국은 88분에 무리한 동작으로 역습을 전개하려다가 김희곤 주심에게 퇴장 판정을 받는 날벼락을 맞았다. 대전 골잡이 박인혁이 일부러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 윤평국을 가로막았기 때문에 자신의 왼손으로 박인혁의 목 부위를 밀치고 공을 방출하려 한 것이었다. 김희곤 주심의 이 성급한 판정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의 조언에 따라 경고 판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페널티킥 선언까지 뒤집을 수는 없었다. 

광주 FC로서는 후반전 추가 시간에 쐐기골을 얻어맞게 된 셈이었다. 하지만 윤평국 골키퍼의 놀라운 순발력은 대전 골의 주인공 키쭈의 왼발 킥을 향해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그 공을 쳐냈다.

광주 FC는 윤평국 골키퍼 덕분에 일단 급한 불을 끈 셈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시간이 짧았다. 추가 시간이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5분 이상 흘러갔지만 대전 시티즌의 겹수비 전술을 허물지는 못한 것이다. 광주 벤치를 맡고 있는 박진섭 감독은 나상호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보였을 경기였다. 

이로써 K리그 투 4위 팀 대전 시티즌은 12월 1일 오후 4시 부산 구덕운동장으로 찾아가서 3위 부산 아이파크와 플레이오프 어웨이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대표팀 일정에 따라갔다가 가벼운 부상을 당한 미드필더 황인범을 이 경기에 내보내지 않고 휴식을 취하게 한 것이 플레이오프를 겨냥한 큰 그림으로 보였다.

2018 K리그 2 준플레이오프 결과(28일 오후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

★ 대전 시티즌 1-0 광주 FC [득점 : 키쭈(69분,도움-박수일)]

◎ 대전 시티즌 선수들
FW : 박인혁, 키쭈
MF : 강윤성(61분↔가도에프), 박수일, 윤경보, 뚜르스노프(82분↔이지솔)
DF : 황재훈, 윤신영, 고명석, 박재우(46분↔신학영)
GK : 박준혁

◎ 광주 FC 선수들
FW : 펠리페
MF : 두아르테, 이승모(8분↔임민혁), 김동현, 여름(80분↔최준혁), 김정환(71분↔김민규)
DF : 정준연, 안영규, 이한도, 박요한
GK : 윤평국

◇ 주요 경기 기록 비교
점유율 : 대전 시티즌 51%, 광주 FC 49%
유효 슛 : 대전 시티즌 7개, 광주 FC 7개
슛 : 대전 시티즌 8개, 광주 FC 12개
코너킥 : 대전 시티즌 5개, 광주 FC 1개
프리킥 : 대전 시티즌 20개, 광주 FC 17개
오프사이드 : 대전 시티즌 1개, 광주 FC 2개
파울 : 대전 시티즌 19개, 광주 FC 15개
경고 : 대전 시티즌 2장(26분 박재우, 90+5분 신학영), 광주 FC 1장(90+1분 윤평국)

◇ K리그 2 플레이오프 일정(12월 1일 오후 4시, 부산 구덕운동장)
☆ 부산 아이파크 - 대전 시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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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대전 시티즌 황인범 나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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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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