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FA 자격을 승인 받은 선수들에 대한 소식이 며칠 동안 없다가 드디어 계약 소식이 들려왔다. 첫 계약의 주인공은 NC 다이노스의 베테랑 내야수 모창민이었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모창민 1명이었던 NC(단장 김종문)는 내부 FA 선수를 우선 잡고 다른 시장의 상황을 지켜보게 됐다.

모창민이 NC와 체결한 재계약 규모는 3년 17억 원이다. 이 중 계약금이 8억 원이며, 매년 3억 원씩의 연봉이 보장됐다. 계약에 포함된 옵션을 충족할 경우 매년 1억 원씩 최대 20억 원까지 챙길 수 있다.

NC의 첫 안타 기록한 모창민, 팀 내 최장 기간 등록 선수 유지
 
 NC 모창민

NC 모창민 ⓒ NC 다이노스

 
모창민은 야구선수들을 많이 배출한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출신이었지만, 졸업 당시 드래프트에서 KBO리그 팀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했다. 대학에서의 활약을 통해 모창민은 2008 드래프트에서 2차 지명 1순위로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모창민은 타격이나 수비력 등에서 기존 선수들에게 밀리며 유틸리티로 여러 포지션을 돌다가 2010 시즌을 마치고 상무 피닉스로 입대했다. 2012년 가을에 전역한 이후 모창민은 포스트 시즌까지 출전했지만 한국 시리즈가 끝난 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모창민의 진로가 불투명해진 상황이었지만, 이 상황은 오히려 모창민에게 기회가 됐다. 2012년부터 KBO리그에 정식으로 참가하게 된 NC가 전력보강 차원에서 모창민을 지명하여 데려간 것이다.

새롭게 리그에 참가하는 NC에서 모창민은 처음으로 풀 타임 기회를 얻게 됐다. 그리고 2013년 4월 2일, 모창민은 NC의 KBO리그 첫 경기에서 NC의 첫 번째 안타를 기록한 주인공이 됐다. 그 날 경기에서 2안타로 활약한 모창민은 같은 날 득녀까지 하면서 홈 팬들의 축하를 받았다.

2013년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을 출전한 모창민은 2014년 생애 첫 올스타 선정의 영광까지 누렸다. 자신의 고향인 광주에 새로운 경기장 KIA 챔피언스 필드의 개장 기념으로 모창민은 고향에서 출전한 올스타 게임 초구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입지 줄어들었으나 꿋꿋하게 버티는 모창민

NC의 시작을 함께했던 선수들 중 시간이 흐르면서 동료 선수들이 은퇴하거나 팀을 떠났다. NC의 첫 주장 이호준은 은퇴하여 코치가 되었고, 첫 감독이었던 김경문도 2018년 6월에 감독에서 고문으로 물러났다.

모창민의 경우도 NC 이적 이후 풀 타임 기회를 얻었으나 기대에 다소 부족한 타격과 수비로 인해 입지를 단단하게 굳히지는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NC는 2015년 시즌이 끝난 후 FA 시장에 나왔던 박석민을 영입(4년 96억 원)하면서 그에게 주전 3루수를 맡겼다.

그러는 동안 모창민은 부상까지 겹쳐 힘든 시기를 보냈다. 박석민의 영입으로 인해 모창민은 외야수 전향을 준비했으나 스프링 캠프 시기에 왼쪽 무릎 외측 반월판이 파열되어 수술을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해 외야수 전향은 없던 일이 됐다.

2016년 7월 부상에서 복귀한 모창민은 2017년 다시 기회를 얻었다. 베테랑 이호준이 은퇴를 예고하면서 모창민에게 기회가 좀 더 많아진 것이다. 모창민은 2017년 지명타자와 1루수로도 기회를 얻으며 136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0.312에 17홈런 90타점 64득점을 기록, 개인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며 부활했다.

모창민은 2018년 발 뒷꿈치 족저근막 파열로 전반기에 자리를 비워야 했다. 후반기에 복귀하여 타격감을 끌어올렸으나 소속 팀 NC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2013년 4월 한 달 적응기 성적으로 인해 첫 시즌 7위를 기록했던 NC는 2018년 팀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꼴찌의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2018년 시즌이 끝난 뒤 NC에서 유일하게 FA 자격을 얻은 모창민은 11월 28일 NC와 재계약을 마치며 2019 FA 시장 제 1호 계약을 맺었다. 가장 먼저 계약을 끝낸 만큼 모창민은 보다 차분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소속 팀 NC가 2019년부터 새로운 경기장에서 시즌을 치르는 만큼 모창민 본인도 새 시즌을 준비하는 의지가 강하다.

드디어 시작된 FA 계약, 시장 흐름 바꿀까

이번 모창민의 계약은 FA 시장에서 구단과 선수의 협상이 11월 21일에 시작된 이후 8일 만에 나온 첫 계약이었다. 첫 1주일 동안 계약이 나오지 않으면서 FA 시장이 예년에 비해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FA 시장 흐름이 활발하려면 누군가가 움직여서 선수 영입에 나서거나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 움직임이 딱히 보이지 않고 있다. 공격적으로 '억' 소리 나게 대형 계약을 체결하는 '큰 손'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럴 만한 사연들은 각자 있다. 디펜딩 챔피언 SK는 일단 베테랑 내야수 최정(재자격)과 포수 이재원(첫 FA)에 대한 협상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다른 팀의 선수들과도 접촉할 수 있지만, 일단 이번 겨울 FA 시장은 원 소속 팀 선수를 먼저 최대한 잡아보겠다는 분위기다.

준우승 팀인 두산 베어스에서는 양의지(포수) 1명만 FA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양의지에 대해서는 롯데 자이언츠와 NC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는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의 이적 이후 아직 뚜렷한 주전 포수를 키우지 못했으며, NC는 기존 주전 포수였던 김태군이 군 복무 중이라 그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 이외에는 대형 FA 선수가 딱히 보이질 않는다.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총 규모 100억 원 전후의 초대형 계약들이 넘쳐났지만, 이번 겨울에는 양의지와 최정 정도가 가장 큰 매물일 정도다. 그리고 이 선수들은 원 소속 팀이 충분히 붙잡을 능력이 있는 팀들이기 때문에 다른 팀에서 관심을 갖기 어렵다.
 
 지난 11월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와의 6차전 경기. 8회말 1사 주자 1, 3루 때 두산 양의지가 1타점 외야 희생플라이를 친 뒤 더그 아웃에 들어오며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두산 양의지 ⓒ 연합뉴스


최근 몇 년 동안 큰 손으로 활약했던 팀들이 이번 겨울에는 시장을 지켜만 보고 있다.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FA 단속부터 신경써야 할 판이며, 외국인 선수들의 변동된 세율 문제 때문에 용병 영입도 많이 힘들어진 상황이다.

원 소속 팀 선수 우선 협상이 없어지면서 예전보다 내부 FA 단속에 대한 압박은 덜하다. 공식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구단은 선수가 아닌 에이전트와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원 소속 팀에 남고 싶다고 도장을 빨리 찍는 사례도 줄어들었다.

그래도 모창민의 경우처럼 원 소속 팀에 남기를 원하는 선수들은 어느 정도 계약이 빠른 편이다. 4년 전 LG와의 재계약으로 FA 1호 계약 기록을 세웠던 적이 있는 박용택의 경우도 재계약까지 그리 오랜 시간을 끌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1979년 생인 박용택의 경우는 이번 계약 기간을 통해 현역 연장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가늠해 볼 수도 있다.

금민철(1986년생), 김민성(1988년생), 김상수(1990년생) 등 비교적 젊은 선수들은 협상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송광민, 이용규, 최진행(이상 한화 이글스)이나 윤성환(삼성) 등의 경우 원 소속 팀들이 이전까지 베테랑 내부 FA들을 상대로 협상 시간이 길었던 편이다.

어쨌든 모창민이 제 1호 계약을 체결하면서 FA 시장은 서서히 진도를 나가고 있다. 모창민의 계약은 이번 FA 시장에 나온 다수의 베테랑 선수들에게 계약 규모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향후 FA 시장에서 어떠한 움직임이 보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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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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