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배달의 민족? 나는 감히 '응원의 민족'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들으면 한국인 누구나 '짜짝 짝 짝 짝'하고 박수를 다섯 번 칠 것이다. 2002년 수없이 많은 인파가 시청광장에 모여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거리응원을 하던 모습은 우리가 응원의 민족임을 가장 쉽게 보여준다.

현재까지도 축구장에서는 응원가가 울려 퍼지고 있고, 최근에는 휴대전화 플래쉬를 이용한 이벤트도 진행되었다. 야구장에서도 팀마다, 선수마다 응원가가 존재한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우리나라에서 내한 공연을 하면 가장 감동 받는 것이 다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떼창'이라고 한다. 콘서트에서 떼창은 기본이고, 슬로건, 응원봉 등 다양한 응원도구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한다. 국내 음악방송에서는 응원봉을 들고 응원법에 맞춰 한 목소리를 내는 팬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응원하는 응원의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10월 12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의 A매치 평가전이 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거둔 승리와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금메달은 축구 열풍으로 이어졌다. 그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우루과이전은 전석이 매진되었다.

약 6만 석의 관중석에서는 특별한 응원이 진행됐다. 바로 카드섹션 이벤트였다. 카드섹션이란 카드를 든 많은 사람들을 멀리서 보았을 때, 하나의 메시지나 그림으로 보이게 연출하는 것을 말한다. 우루과이전에서는 '꿈★은 이어진다'라는 문구를 중심으로 태극기와 K리그 로고도 카드섹션으로 표현했다. 축구 팬들은 이벤트를 통해 연대감과 응원의 열기를 보여주었고, 축구 선수들로 하여금 감동과 사명감을 느끼게 한 이벤트였다. 현재 축구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관심과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 12일 한국과 우루과이 평가전이 열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 6만이 넘는 관중이 입장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이 열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관중석 모습. ⓒ 대한축구협회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에서 관중들이 카드섹션으로 태극문양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에서 관중들이 카드섹션으로 태극문양을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응원을 하는 곳이라고 하면 스포츠 경기장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 못지않은 열기를 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콘서트장이다. 콘서트장에는 적게는 몇천 명, 많게는 몇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응원을 한다.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필드나 관객들이 앉아있는 관객석 등 거의 모든 곳에 조명을 설치하는 스포츠 경기장과 달리, 콘서트장은 주로 무대 위주로 조명을 설치하기 때문에 관객석은 어둡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어두운 관객석에서 아이돌 그룹의 팬들은 어떤 방법으로 응원을 할까? 
 
1세대 아이돌부터 시작된 색색깔 응원 도구들, 21세기엔 디지털화 

흔히 1세대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젝스키스', 'HOT'가 활동했을 때의 무대 영상에서는 우비를 쓰고 풍선을 흔드는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젝스키스는 노란색, HOT는 흰색이 팬클럽의 상징색이다. 2000년대에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수많은 2세대 아이돌 그룹이 데뷔했고 응원도구로 풍선보다는 응원봉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팬클럽 사이에서 각 팬클럽 응원도구 색상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사실상 이름만 다르고 비슷한 색을 띄는 경우도 많았고, 그러다보니 팬덤 간의 싸움도 잦았다.

하지만 매일 같이 벌어지던 색상 다툼은 2010년대부터 점차 사라져 갔다. 물론 지금도 각 팬클럽의 상징색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응원봉의 색상보다는 응원봉 자체의 디자인으로 그룹과 팬클럽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개성을 살린 디자인의 응원봉에는 새로운 기능도 탑재되기 시작했다. 바로 '원격 제어'이다.  
 
초기의 응원봉은 주로 그룹의 상징색인 한 가지 색으로 모드를 바꿔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드라고 해봤자 깜빡거리는 모드와 깜빡거리지 않고 계속 빛이 나는 모드, 두 가지뿐이었다. 과거에는 콘서트장 객석을 각 그룹의 상징색으로 물들였다. 현재에는 원격 제어를 통해 각 구역별로 다른 색을 띄게 하거나 객석 전체를 무지개 색으로 연출할 수 있다. 노래의 비트에 맞춰 깜빡이거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멤버가 바뀔 때마다 다른 색으로 바뀌기도 한다. 마치 카드섹션을 진행한 것처럼 문구를 나타낼 수도 있다.  
 
 원격 제어 응원봉의 무지갯빛 연출/출처 YOUTUBE 'BTS OFFICIAL LIGHT STICK VER.3 (ARMY BOMB) - Stage Production' 캡쳐

원격 제어 응원봉의 무지갯빛 연출/출처 YOUTUBE 'BTS OFFICIAL LIGHT STICK VER.3 (ARMY BOMB) - Stage Production' 캡쳐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원격 제어 응원봉은 2014년 일본 아이돌 그룹 '아라시'와 그 소속사 '쟈니스'가 최초로 사용했다. 국내 가수 중에서 원격 제어 응원봉을 가장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가수 '박효신'이다. 하지만 박효신은 응원봉(라이트 스틱) 형태가 아닌 팔찌 형태로 원격 제어 응원팔찌를 사용했다.

국내 아이돌 그룹 중에서는 그룹 '위너'가 일본 콘서트에서 가장 먼저 사용했으며, 국내 활동에서는 그룹 'EXO(엑소)'가 가장 먼저 사용했다. 또한 원격 제어 응원봉을 최초로 도입한 아라시는 따로 특허를 등록하지 않고 사용했기 때문에 엑소가 소속된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원격 제어 응원봉의 특허를 내게 되었다. 국내 콘서트에서 그룹 엑소가 최초로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에는 방탄소년단, 트와이스를 비롯한 수많은 아이돌 그룹의 응원봉이 원격 제어가 가능하도록 제작되고 있다. 
 
그렇다면 원격 제어 응원봉은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우선 휴대전화의 블루투스 기능을 켜고 응원봉과 휴대전화를 연결해야 한다. 콘서트장에서는 좌석 정보를 입력하여 연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중앙 제어를 통해 응원봉을 사용할지, 제어를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할지 선택할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BTS Official Lightstick ver.3', 엑소는'Wyth'라는 어플 내에서 콘서트 좌석 정보를 등록할 수 있다. 좌석 정보를 입력하고 페어링을 완료하면 콘솔에서 공연 도중에 곡의 분위기와 공연의 콘셉트에 맞게 연출한다. 휴대폰과 응원봉, 콘솔의 제어장치 간의 상호 연결로 인해 연출이 가능한 것이다.

공연장에 나타난 '4차 산업혁명' 기술, 앞으로 활용 기대된다
 
 원격 제어 응원봉으로의 카드섹션 연출, 방탄소년단 노래 'ANPANMAN'을 표현한 모습/출처 YOUTUBE 'BTS OFFICIAL LIGHT STICK VER.3 (ARMY BOMB) - Stage Production' 캡쳐

원격 제어 응원봉으로의 카드섹션 연출, 방탄소년단 노래 'ANPANMAN'을 표현한 모습/출처 YOUTUBE 'BTS OFFICIAL LIGHT STICK VER.3 (ARMY BOMB) - Stage Production' 캡쳐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원격 제어 응원봉을 사용함으로써 관객들은 공연에 직접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카드섹션처럼 연출하여 무대 효과의 연장선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무대를 보는 재미와 관객석의 응원봉을 보는 재미가 더해져 보다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반면 중앙 제어를 통해 응원봉의 색이 바뀌기 때문에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돌 그룹 '비투비'의 팬클럽인 '멜로디'의 경우 공식 색상이 파란색이다. 여러 그룹이 모여 공연을 하는 무대에서 원격 제어로 인해 비투비의 팬들이 모여 있는 구역이 아닌 다른 좌석 한 구역이 파란색을 띄자, 비투비의 한 멤버가 본인의 팬들이 모여 있는 줄 알고 인사를 건넨 적도 있었다.

원격 제어 응원봉은 중앙 제어 기능을 사용하는 내내 응원봉의 전원을 켜놔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빨리 손실될 수 있다. 또한 블루투스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기계 작동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사용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콘서트장에 페어링 부스를 설치하여 스텝들이 페어링 과정을 도와주기도 한다. 이런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획사들이 원격 제어 응원봉을 제작하는 것은 무대 연출의 폭을 넓히고 관객들도 무대 구성 요소 중 하나로 포함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응원하는 방법에도 여러 변화들이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인 IoT 기술이 공연장에도 적용된 셈이다. 원격 제어 응원봉이 아직 큰 단점 없이 하나의 응원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공연장에서의 다양한 활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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