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승회 '아쉽다' 10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5차전 경기. 8회말 SK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두산 투수 김승회가 볼넷으로 SK에게 1점을 내준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18.11.10

▲ 두산 김승회 '아쉽다' 10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5차전 경기. 8회말 SK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두산 투수 김승회가 볼넷으로 SK에게 1점을 내준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18.11.10 ⓒ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는 정규 시즌 팀 타율(.309)과 팀 안타(1601개), 팀 득점(944점),팀 타점(898점), 팀 OPS(.862)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는 폭발적인 공격력은 올 시즌 두산이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팀 타율 .265에 그치고 있다. 반면에 병살타가 5개나 나왔고 80.7%에 달하던 도루 성공률은 62.5%로 뚝 떨어졌다.

SK 와이번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의 홈런군단이다. 작년 234홈런으로 역대 최다홈런 신기록을 세운 SK는 올해도 233개를 담장 밖으로 날리며 '홈런군단'의 위용을 이어갔다. 하지만 SK는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홈런을 친 경기(1,3차전)보다 홈런을 치지 못한 경기(2,4,5차전)가 더 많다. 한국시리즈만 놓고 보면 SK는 홈런보다 탄탄한 마운드(시리즈 팀 평균자책점 2.66)의 힘으로 시리즈를 끌고 간다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이렇듯 정규 시즌과는 조금 다른 전개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시리즈도 어느덧 종반을 맞고 있다. 3승2패로 SK가 앞선 가운데 SK는 1경기만 승리하면 2010년 이후 8년 만에 우승의 감격을 맛볼 수 있고 두산은 가지고 있는 모든 전력을 쏟아 부어 6, 7차전을 잡아야 한다.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은 말할 것도 없고 SK 역시 6차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6차전이 이번 시리즈 최고의 명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3차전 선발 켈리 4일 휴식 후 등판, 6차전에 올인하는 힐만 감독
 
SK 이겼다 10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5차전 경기. 1대4로 이긴 SK 마무리투수 정영일이 포수 이재원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8.11.10

▲ SK 이겼다 10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5차전 경기. 1대4로 이긴 SK 마무리투수 정영일이 포수 이재원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8.11.10 ⓒ 연합뉴스

 
트레이 힐만 감독은 SK 감독으로 재직한 2년 동안 한 가지 확실히 지켰던 원칙이 있다. 바로 아무리 다급한 순위싸움을 하고 있을 때도 에이스급 선발 투수를 당겨쓰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2016 시즌이 끝난 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김광현은 작년 시즌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고 올해도 철저한 관리 속에 단 136이닝 만을 던졌다.

이 같은 힐만 감독의 원칙은 가을야구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서 김광현, 메릴 켈리, 박종훈, 문승원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한 힐만 감독은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한 번도 이 순서를 바꾸지 않았다. 두산의 김태형 감독이 8일 열릴 예정이었던 4차전이 비로 연기되자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의 등판순서를 앞당겨 3인 로테이션으로 변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 힐만 감독이 6차전에서 6일 동안 쉰 2차전 선발 문승원이 아닌 4일 밖에 쉬지 못한 3차전 선발 켈리를 선발로 예고했다. 아무리 이닝이터라 하더라도 짧은 휴식을 좋아하는 선발 투수는 거의 없다. 켈리 역시 올 시즌 4일 휴식 후 등판한  4경기에서 1승 2패 ERA 6.26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유일한 1승이 9월 9일 두산전이었다는 점은 아니러니). 따라서 SK입장에서도 6차전 켈리의 등판은 상당한 모험이다.

켈리의 6차전 등판에서 시리즈를 6차전에서 끝내겠다는 힐만 감독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만약 켈리가 등판하는 6차전에서 패하면 분위기를 두산에게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고 7차전 선발마저 마땅하지 않다. 정규시즌에 4일 휴식 후 등판조차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한 김광현을 3일 휴식 후에 내보내기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올해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하는 문승원이 한국시리즈7차전 선발로 나서기도 쉽지 않다.

SK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팀 타율 .222에 그치고 있다. 3승2패로 앞서 있어 크게 부각되고 있진 않지만 한동민(.188), 김동엽(.111), 최정(.077) 등은 1할대 타율에 허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힐만 감독이 이들을 꾸준히 투입하는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에 터질 장타 한 방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의 한 방이 6차전에서 터진다면 그것은 SK의 2018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할 축포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벼랑 끝에 몰린 두산, 기사회생 위해 '김재환 카드' 꺼낼까

한 번의 찬스로 빅이닝을 만드는 집중력과 물 샐 틈 없는 깔끔한 수비. 정규 시즌 두산을 상징하던 장점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자신들의 강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긴 휴식으로 인한 부족한 경기감각과 2차전까지 8타수4안타를 기록했던 4번타자 김재환의 부재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선수단 전체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전혀 두산답지 않은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5경기에서 나온 7개의 실책은 두산야구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록이다. 물론 9일 4차전에서는 허경민과 류지혁의 그림 같은 호수비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두산은 집중력이 높아져야 할 단기전에서 경기당 1.4개의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 정규 시즌 경기당 0.53개의 실책을 기록했던 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수치다.

하지만 두산은 그토록 부진했음에도 시리즈를 6차전까지 끌고 왔다. 바꿔 말하면 두산이 정규시즌의 경기력을 회복한다면 얼마든지 역전 우승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두산은 인천 3연전에서 1승을 수확하는데 그쳤지만 4, 5차전에서 조기 등판한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는 13.1이닝 19탈삼진 2자책을 합작하는 호투를 펼쳤다. 마무리 함덕주 역시 2경기에서 3.1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2개의 세이브를 챙겼다.

6차전 선발로 예고된 이용찬은 3차전에서 1회 제이미 로맥에게 3점 홈런을 맞았지만 6.2이닝 7탈삼진 4실점으로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6차전에서는 그 이상의 호투가 필요하다. 적어도 이용찬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에는 SK에게 리드를 빼앗기지 않아야만 두산의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 사실 두산도 SK와 마찬가지로 7차전 선발이 마땅치 않지만 벼랑 끝에 몰린 두산에게는 7차전을 걱정할 여유 따윈 없다.

두산이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는 변수는 홈런왕 김재환의 출전 여부. 옆구리 부상으로 인천 3연전에 모두 결장했던 김재환이 라인업에 복귀한다면 두산 타선은 다시 무게감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두산 타선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는 5차전까지 극심한 부진에 빠진 김재호(.158), 김박건우(.056)의 부활 여부다. 정규 시즌 상하위 타선의 윤활유 같은 활약을 펼친 두 선수가 살아나야만 비로소 '두산다운' 야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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