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서류 조작' 장현수 징계수위 논의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서창희 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장이 병역특례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수비수 장현수(FC 도쿄)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봉사활동 서류 조작' 장현수 징계수위 논의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서창희 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장이 병역특례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수비수 장현수(FC 도쿄)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현수(FC도쿄)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자격을 영구 박탈 당했다. 지난 1일 오후 2시 대한축구협회(KFA)는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심의 끝에 대표팀 자격 영구 박탈과 벌금 3000만 원을 징계 수위로 결정했다.

국가대표팀 수비수 장현수는 2014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 혜택을 얻었다. 2015년 7월 법 개정에 따라 과거와 달리 장현수는 기초군사훈련에 더불어 일정 기간 안에 544시간의 체육봉사활동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장현수가 봉사 활동 시간을 늘리고자 서류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났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에 의해 이와 같은 사실이 공개됐고, 최초 혐의를 부인했던 장현수는 이내 혐의를 인정했다.

장현수는 하필 접근조차 부담되는 지점을 건드렸다. 바로 '병역 문제'다. 대한민국 국민 정서상 병역과 관련된 문제의 민감도는 최고 수준이다. 병역 회피 문제는 거물급 정치인의 정치 생명도 단칼에 끝낼 정도다. 이러한 사안에서 안일한 방법을 택한 장현수에게 국가대표팀 자격 영구 박탈을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벤투 감독 만나 '반전 드라마' 쓰던 장현수의 추락

파울로 벤투 감독 체재 아래에서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던 장현수의 추락이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잦은 실수로 뭇매를 맞았던 장현수는 새롭게 부임한 벤투 감독 아래에서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꾸준히 영향력을 보여줬고 우루과이전에서 맹활약하며 찬사를 받기도 했다. 장현수는 수비의 리더 김영권이 소속팀 문제로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는 상황과 맞물리며 다가오는 1월 열리는 AFC 아시안컵 한국 대표팀의 수비의 핵으로 사실상 낙점을 받은 상황이었다.

허나 장현수가 현 국가대표팀에서 가지는 위치와 위상과 관계 없이 KFA는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장현수는 국가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국가대표팀 선수임에도 국가의 명예를 바닥에 떨어뜨렸기에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웠다.
 
'봉사활동 서류조작' 장현수, 대표팀 자격 영구박탈 대한축구협회가 1일 병역특혜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한 장현수(FC도쿄)에게 국가대표 선수 자격 영구박탈과 함께 벌금 3천만 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진은 지난 3월 25일 북아일랜드 평가전에 출전한 장현수.

▲ '봉사활동 서류조작' 장현수, 대표팀 자격 영구박탈 대한축구협회가 1일 병역특혜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한 장현수(FC도쿄)에게 국가대표 선수 자격 영구박탈과 함께 벌금 3천만 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진은 지난 3월 25일 북아일랜드 평가전에 출전한 장현수. ⓒ 연합뉴스


재발 방지를 위한 KFA의 의지도 엿보인다. 인천에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의 젊은 축구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 특혜를 받았다. 장현수를 향한 자비 없는 징계는 2018년 병역 혜택을 받은 20명의 선수들을 향한 확실한 경고의 메시지다.

또한 장현수에 대한 결정에는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한국 축구의 인기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2018년 하반기 성인 대표팀을 중심으로 한국 축구는 '봄날'을 맞이했다. KFA와 프로축구연맹은 야구에 밀려 한동안 뒤로 밀려났던 한국 축구의 위상을 올해를 기점으로 되찾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다시 없을 순풍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요소를 KFA가 과감하게 제거한 이유다.

해체 위기 '아산의 눈물'... 피할 수 없었던 장현수 중징계

장현수 사건 이전에도 최근 한국 축구계는 병역과 관련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바로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해체 사안이다. 지난 9월 경찰청은 아산에 갑작스럽고 일방적으로 내년 시즌을 대비할 새로운 선수 수급이 불가함을 알렸다.

경찰청의 결정으로 경찰청 산하의 아산은 2019년 시즌을 14명으로 치러내야 하는데, 프로축구연맹 규정상 14명을 보유한 팀은 리그에 참가가 불가능하다. 경찰청의 신병 모집 불가 통보는 사실상 아산에 팀 해체 통보를 한 것과 마찬가지다.

축구계가 일제히 아산의 공중분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산의 생존을 위한 각계각층의 목소리에도 경찰청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2018년이 아산의 마지막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팀 사정을 아는 아산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올 시즌 아산은 성남FC와 부산 아이파크 등 쟁쟁한 상대의 추격을 물리치고 당당히 K리그2 정상에 올라섰다. 리그 우승과 동시에 내년 시즌 K리그1 승격 자격을 얻었지만, 우승을 확정지은 아산 선수들의 얼굴에는 미소보다는 눈물 자국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아산의 눈물'에 공감하는 많은 이들은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모든 축구 인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고 있지만, 문제를 타개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즉, 한국 축구계가 한 목소리를 내도 시원치 않은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현수는 자신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 챙기려고 하다가 적발됐다. 그렇지 않아도 아산과 관련된 고민으로 걱정이 깊은 한국 축구의 상황을 고려하면, 장현수는 큰 영향력을 지닌 현 국가대표팀 중심 선수가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 장현수의 국가대표팀 영구 퇴출은 '아산의 눈물'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봉사활동 서류조작' 장현수, 대표팀 자격 영구박탈 대한축구협회가 1일 병역특혜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한 장현수(FC도쿄)에게 국가대표 선수 자격 영구박탈과 함께 벌금 3천만 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진은 지난 6월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2018 월드컵 대표팀 해단식에서 장현수 모습.

▲ '봉사활동 서류조작' 장현수, 대표팀 자격 영구박탈 대한축구협회가 1일 병역특혜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한 장현수(FC도쿄)에게 국가대표 선수 자격 영구박탈과 함께 벌금 3천만 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진은 지난 6월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2018 월드컵 대표팀 해단식에서 장현수 모습. ⓒ 연합뉴스


KFA의 장현수를 향한 징계는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 주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KFA는 장현수 사건을 통해 앞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국가대표팀의 명예를 실추시키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을 것이라는 선례를 남겼다. 과거 일부 선수들의 일탈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던 흐름과 정반대다.

KFA가 이례적으로 국가대표팀의 핵심 중 하나인 선수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팀 해체 위기에 몰린 아산의 미래는 어둡다. 갑자기 차가워진 바람만큼 거대한 냉기가 한국 축구를 괴롭히는 1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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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영구퇴출 병역문제 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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