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펼쳐진 제99회 전국체전 대회를 끝으로 이번 시즌 여자농구 고등부 대회는 모두 끝이 났다. 2018 FIBA U18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 대표팀에 선발된 12명의 선수를 제외하면, 모두 대회를 마치고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이번 시즌 가장 인상적인 시즌을 펼친 팀은 바로 인천에 위치한 여자농구 명문 인성여자고등학교다. 인성여고는 지난 4월 펼쳐진 제43회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전국 모든 팀이 참가하는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외에도 전국체전에서도 동메달을 수확하는 등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안철호 코치의 탁월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매 경기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한 인성여고의 승리 요인에는 단연 3학년 듀오 이소희(170cm, G)와 이채은(171cm, G)이 있었다. 두 선수는 경기마다 앞선에서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고, 수비적인 측면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팀의 주장 이소희는 뛰어난 득점력을 과시하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100% 해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월등한 스피드와 스킬을 겸비한 이소희는 화려한 플레이를 자주 선보이며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은 그녀는 협회장기 대회와 주말리그 왕중왕전 대회에서 모두 MVP를 수상하며 졸업 이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소희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약상이 가려진 바가 있지만, 이채은의 활약도 대단했다. 현재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에서 뛰고 있는 가드 이주연(171cm)의 동생으로 유명한 이채은은 압도적인 수비 능력과 뛰어난 패싱 능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며 최고의 시즌을 치뤘다.
 
사실 시즌 초반 이채은은 다소 불안했다. 지난 시즌 춘계 대회에서 어깨 부상을 당했던 그녀는 한 시즌을 통째로 쉬면서 경기 감각을 상당히 잃었다. 1학년 시절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주며 박지수가 있었던 분당경영고와 쌍벽을 이루던 인성여고에서 주전 자리를 꿰찼던 이채은이었지만 부상 이후 제 기량을 회복할 지는 미지수였다.
 
부상 후 처음 나온 대회에서는 체력적인 부분이나 경기 감각적인 측면에서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꾸준히 노력한 이채은은 점점 나아진 기량을 보여주었다. 예전의 강력했던 모습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2번째 대회부터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온양여고와의 결승전에서 이채은은 전반전에만 무려 17득점을 올렸다. 이채은의 활약 덕분에 인성여고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온양여고를 전반에만 18점차 리드를 챙길 수 있었다. 후반전에도 이채은은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쳤고, 팀은 시즌 첫 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후 3개월 동안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은 이채은은 주말 리그 왕중왕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다시 온양여고를 맞이한 인성여고는 초반 다소 고전했으나, 이채은이 결정적인 득점과 어시스트를 건네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이채은은 거의 70%가 넘는 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자신의 약점이었던 슛을 완전히 보강한 모습을 보였고,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완벽 그 자체였다.
 
공격적인 부분에 장점을 가진 언니 이주연과는 달리 이채은은 수비적인 측면과 패싱 능력에 상당한 장점을 가진 선수이다. 언니만큼 뛰어난 스코어러 기질은 없으나, 이를 상쇄할만한 다른 부분의 장점이 탁월한 것이다.
 
실제로 경기를 보면 이채은은 매번 예상치 못한 모험적인 패스를 종종 건넨다. 노룩 패스는 물론이고, 코트를 완전히 가로지르는 패스를 주며 팀 동료의 득점을 돕는다. 팀에서는 사정상 포워드에 가까운 역할을 보고 있지만, 프로에 가서 제대로 된 가드 역할을 부여받는다면 충분히 정통 1번 포인트 가드로 성장할 재목으로 보인다.
 
수비 역시 탄탄하다. 이채은은 인성여고 선수 출신답게 끈질긴 맨투맨 수비를 잘할 뿐만 아니라, 상대의 공격 길을 미리 파악하고 차단하는 수비에도 능하다. 또한 팀에서 센터 수비를 본 경험이 풍부하기에, 자신보다 큰 선수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능숙하게 볼을 가져오는 영리한 플레이를 자주 펼친다.
 
이렇게 1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이채은은 이번 2018-2019 시즌 WKBL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팀 동료인 이소희를 비롯해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된 박지현(숭의여고)와 슛에 강점이 있는 신이슬(온양여고)등 좋은 선수들이 WKBL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이채은 역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좋은 조건으로 프로팀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과연 이채은이 프로무대에 입성한 후 얼마나 더 큰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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