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록 키즈 시절을 보냈거나 록 장르 팬들에겐 입지전적인 밴드 퀸. 아마 퀸과 그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몰라도 대부분 퀸의 음악 한두 곡 정도는 귀에 익숙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삶에 깊이 침투해 있는 음악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을 앞두고 언론에 선공개 됐다. 공개 전엔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밴드 퀸의 존재를 조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해당 작품은 퀸의 역사나 프레디 머큐리의 자세한 생활을 전하기보단 이들의 음악에 집중했다.

중압감을 이겨내다

134분이라는 상영시간을 퀸의 노래 22곡이 꽉 채운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We Will Rock you', 'I Was Born To Love You'를 비롯해 밴드의 초기, 중기, 베스트 앨범 등에서 접했던 여러 노래들이 이야기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공항에서 수화물 노동자로 일하면서 근근이 뮤지션을 꿈꾸던 파록 버사라(프레디 머큐리의 개명 전 이름)의 모습, 영국 이민자 출신으로 로컬 밴드로 활동하던 초창기나 연인 메리 오스틴(루시 보인턴)과의 갈등, 성 정체성의 혼동 등이 제시되지만 거기에 함몰되진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시기별로 성장해 온 퀸의 모습을 조명하며 이들이 부르는 노래들을 강조한다. 

노래의 비중이 절대적이기에 그만큼 배우들이 느꼈을 중압감이 컸을 법하다. 특히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은 레미 말렉은 전담 코치를 두면서 생전 프레디 머큐리의 움직임부터 익혔다는 후문이다. 무대 위에서의 행동, 표정, 노래를 부를 때 솟는 힘줄까지 표현하기 위해 그는 가창 연습과 각종 퍼포먼스 훈련을 받았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는 대부분 프레디 머큐리의 실제 육성을 활용했지만 레미 말렉은 실제감을 위해 프레디 머큐리 노래 대부분을 실제로 불렀다. 프레디 머큐리 자료가 부족한 경우 제작진은 레미 말렉 목소리와 프레디 머큐리 모창 가수의 목소리를 기술적으로 섞어 영화에 담기도 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퀸의 실제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도 제작 과정에 참여해 현실감을 더했다. 무대 뒤 모습, 프레디 머큐리와 관련된 일화들이 그래서 생생하게 구현될 수 있었다. 벤 하디가 로저 테일러 역을, 귈림 리가 브라이언 메이 역을, 조셉 마젤로가 존 디콘 역을 맡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실제로 악기를 다룰 줄 알아 더욱 완벽한 퍼포먼스를 위해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다고 한다. 

관습과 뻔한 공식을 온몸으로 거부한 전위적인 밴드였지만 영화에서 느껴지는 퀸은 오히려 따뜻했다. 이민자 가정의 일원으로 사회에 강한 불만을 가질 법했지만, 프레디 머큐리는 누구보다 자기성찰적 인물이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서로 직언을 던지며 때론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그 바탕엔 서로를 가족이라 생각하는 단단한 정서적 연대의 끈이 있었다. 영화는 그 지점을 놓치지 않고 잘 녹여냈다. 

교과서적인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백미는 1985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브 에이드 무대 장면이다. 유튜브에서도 확인 가능한 당시 공연 실황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단순히 공연을 묘사하는 게 아닌 각 멤버들의 표정, 손과 발의 움직임, 힘줄 등을 자세히 잡아내며 마치 이들 옆에서 함께 공연을 하고 있는듯한 느낌 마저 준다. 

당시 해당 공연은 엘튼 존, U2, 데이비드 보위, 폴 매카트니 등 내로라하는 전설적 뮤지션들이 총출동해 위성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사상 초유의 행사였다.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해 기획된 해당 공연에서 각 뮤지션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0분씩. 영화에서 선보이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 역시 약 18분에 이른다. 'Bohemian Rhapsody', 'Radio Ga Ga'로 시작해 'We are the Champion'으로 이어지는 이 부분은 설령 퀸을 모른다 할지라도 넋 놓고 보기에 충분하다. 십중팔구는 영화 상영이 끝난 직후 퀸의 음악을 찾아보려 할 것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퀸의 팬이라면, 그 중에서도 치열했던 1980년대를 관통한 뒤 기성세대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40대 이상 관객이라면 한때 금지곡이었던 'Bohemian Rhapsody'가 화면에 울려 퍼질 때 또다른 감동을 받을 것이다. 침체기인 한국 록음악 장르가 이 영화를 통해 특별한 영감을 얻길 바라본다.

그만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음악적 힘이 제대로 담겨 있는 음악영화였다. 서사의 빈약함이 일부 보이지만,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재현 앞에 서사성 역시 그 존재의미가 희박해질 정도다.

한 줄 평 : 퀸으로 향하는 좋은 입문서로 남기에 충분하다
평점 : ★★★★(4/5)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관련 정보

감독 : 브라이언 싱어
출연 : 레미 말렉, 조셉 마젤로, 벤 하디, 귈림 리, 루시 보인턴 등
수입 및 배급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러닝타임 : 134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북미개봉 : 2018년 11월 2일
국내개봉 : 2018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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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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