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여고 정호영(190cm)-박혜민(181cm) 선수

선명여고 정호영(190cm)-박혜민(181cm) 선수 ⓒ 박진철

 
'여고배구판 레알 마드리드.' 초호화 멤버의 진주 선명여고가 여고배구 최강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선명여고는 17일 전북 익산시 남성고 체육관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육대회 여고배구 결승전에서 강릉여고를 세트 스코어 3-0(25-20 25-13 25-14)으로 완파했다.

경기 내용도 일방적이었다. 두 팀은 엄청난 신장 차이뿐만 아니라, 경기력, 선수 인원 등 모든 면에서 격차가 드러났다. 강릉여고 입장에서는 열세를 극복할 방안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날 결승전에서 정호영은 24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장신을 활용한 블로킹도 6개를 기록했다. 이어 박혜민 13득점, 이예솔 9득점으로 공격수 전원이 고른 활약을 했다. 강릉여고는 최민지가 12득점을 올리며 공격과 수비에서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선명여고의 높은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선명여고는 올해 출전한 4개 전국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4관왕을 달성했다. 그것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무패 전승' 우승이다.

성인 국가대표 3명 '초호화 멤버'... 프로팀 못지않은 '장신 군단'

선명여고는 올해 3월 춘계연맹전, 4월 태백산배, 5월 종별선수권, 10월 전국체육대회까지 총 4개 대회에 출전했다. 태백산배와 종별선수권에서 성인 대표팀 멤버 이주아(185cm·흥국생명)가 있는 원곡고에 3-2 풀세트 접전을 펼치며 패배 위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무패 전승으로 4관왕을 완성했다.

핵심 이유는 선수 구성이 초호화 멤버이기 때문이다. 모든 포지션이 여고배구 최고 장신이자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됐다.

올해 주전 선수를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레프트 정호영(190cm·2학년), 박혜민(181cm·3학년), 라이트 이예솔(177cm·3학년)이 공격 삼각편대를 이뤘다. 대표팀에서 라이트 공격수로 활약한 정호영은 선명여고에서는 포지션만 레프트이고 서브 리시브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이예솔이 서브 리시브에 가담하는 '리시빙 라이트' 역할을 했다.

센터는 박은진(188cm·3학년), 황다은(178cm·2학년)이 맡았다. 세터는 구솔(180cm·2학년), 리베로는 한수아(168cm·3학년)가 주로 나섰다.

주전 선수들의 신장만 봐도, 웬만한 국내 프로 팀보다 높다. 정호영, 박은진은 성인 대표팀 1군 멤버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세계 최고 무대인 세계선수권까지 출전했다. 박혜민도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표팀으로 발탁됐다.

정호영, 국내 '최고 타점' 위력... 국제대회 이후 '기량·안목' 성장세

특히 정호영은 이번 전국체육대회를 통해 세계선수권에서 출전 기회가 적어 보여주지 못했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8강-4강-결승전까지 3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선명여고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출전 이전보다 공격 기술, 파워, 빠르기가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다. 높은 점프력과 체공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 타점'은 국내 프로 선수까지 다 포함해도 최고 수준이었다. 이전에는 거의 하지 않던 중앙 후위 공격(파이프 공격)도 종종 선보였다. 후위로 갈 때도 교체 없이 디그 등 수비에 가담하고, 백어택을 구사하는 모습도 달라진 점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후위로 가면 수비 전문 선수와 자주 교체됐었다.

올 시즌 프로에서 뛰게 될 박은진, 박혜민, 이예솔도 마지막 고교 대회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이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이들은 지난 9월 19일 실시된 2018~2019시즌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상위 순번에 발탁됐다. 박은진은 전체 2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지명했다. 박혜민은 전체 3순위로 GS칼텍스, 이예솔은 2라운드 2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지명됐다. 4관왕의 주역인 이들이 프로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강릉여고는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는 없다. 신장에서도 절대적 열세였다. 주 공격수 최민지(181cm·3학년)를 제외하고 대부분 160~170cm대 단신이다. 플레이 스타일도 최민지가 공격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나머지 선수는 수비에 집중하는 소위 '몰빵 빼구'였다. 이는 등록 선수가 8명밖에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된 이유도 있다.

신장이 비슷한 팀과 경기에서는 최민지의 독보적 활약으로 결승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다른 선명여고를 상대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최민지도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지명됐다. 김해빈은 3라운드에서 IBK기업은행에 지명됐다.

내년 '3강 체제' 전망... 여고배구 관심 급증, 지상파 '이례적 중계'

전국체육대회가 끝나면서 올해 여고배구 대회가 모두 종료됐다. 내년도 여고배구 판도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고교 유망주들이 대거 졸업하면서 프로 팀으로 갔기 때문이다.

여고배구 관계자들은 내년에는 정호영이 버티는 선명여고, 육서영·최가은 등 우수 선수를 보유한 일신여상, 여중배구를 휩쓴 대구일중 3인방이 새롭게 합류한 대구여고 등이 최강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지난 9윌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은 소속 팀으로 돌아가 2018~2019시즌 V리그 준비에 돌입한다. 결승전을 치른 선명여고와 강릉여고 선수들은 18일 프로 팀으로 돌아간다. 전국체육대회 경기를 일찍 끝마친 선수들은 이미 프로 팀 훈련에 합류한 상태다. 

V리그 신인 선수들은 소속팀의 선수 구성 상황과 해당 선수의 기량에 따라 프로 데뷔 시기와 활약상이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실력뿐만 아니라 소속팀 운도 따라줘야 한다.

한편, 이날 선명여고-강릉여고 결승전 경기는 KBSN의 뉴미디어 채널(KBSN myK)에서 이숙자 위원의 해설로 생중계돼 눈길을 끌었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인 KBS 1TV는 이날 오후 편집본으로 녹화 방송을 했다. 전국체육대회 단체 구기 종목을 지상파에서 중계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김연경 선수를 중심으로 한 여자배구 인기와 더불어, 최근 스타급 유망주가 많이 등장한 여고배구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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