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잠긴 벤투 감독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대한민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 생각에 잠긴 벤투 감독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대한민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최근 너무 잘 나간 게 탈이었다. 벤투호가 출범 이후 무패 행진을 내달렸다. 한국보다 피파랭킹이 높은 코스타리카, 칠레, 우루과이를 상대로 2승 1무를 거뒀다.

이번 평가전 상대는 피파 랭킹 70위의 북중미 소국 파나마였다. 한국(피파 랭킹 55위)보다 15계단이나 낮았다. 심지어 파나마는 지난 12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3으로 패했다. 대부분 한국의 낙승을 점졌다. 하지만 방심이 부른 비극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치른 총 4경기 중 2승 2무를 기록하며, 무패를 이어간 점에 만족해야 했다.
 
황인범 황인범이 파나마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다.

▲ 황인범 황인범이 파나마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다. ⓒ 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 처음 가동한 '플랜 B' 4-3-3
 
이날 벤투 감독은 기존의 4-2-3-1 대신 4-3-3 포메이션을 처음으로 가동했다.

최전방에 손흥민, 석현준, 황희찬이 포진했고, 중원에 남태희, 기성용, 황인범이 자리했다. 포백은 박주호, 김영권, 김민재, 이용으로 짜여졌으며,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지난 12일 우루과이전과 비교해 5명의 선발 멤버가 바뀐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조현우, 박주호, 석현준은 벤투호에서 첫 출전이었다. 김민재, 황인범은 주로 교체 카드로 활용됐으나 이날 처음으로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벤투 감독은 3명의 미드필드 라인을 역삼각형으로 구성한 가운데 기성용을 축으로 앞 선에 남태희와 황인범을 포진시킨 조합을 주요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어찌보면 굉장히 공격 성향이 강한 구성이었다. 한국보다 약한 팀을 상대로 점검해 볼 수 있는 전술임에는 분명했다.  

전반 35분까지의 내용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역동성과 압박 등 전체적으로 파나마에 우위를 점했다. 빌드업 상황에서는 기성용이 수비 위치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은 뒤 황인범, 남태희를 향해 숏패스를 넣어주거나, 혹은 좌우 오픈 공간으로 길고 빠른 롱패스를 전개했다.

황인범과 남태희는 세 명의 공격수(손흥민-석현준-황희찬)과 유기적인 스위칭으로 공간을 만들고,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방향 전환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손흥민이 방향전환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있다.

▲ 방향 전환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손흥민이 방향전환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 5분에는 남태희, 황희찬, 박주호로 이어지는 빠르고 정밀한 컷백을 통해 선제골을 만들었고, 전반 33분 손흥민과 황인범의 합작품에 힘입어 2-0으로 앞서나갔다.

지나친 방심과 고질적 수비 불안

이러한 분위기라면 대승을 기대할 만 했다. 하지만 두 골의 리드가 오히려 독이 됐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저하됐고, 어이없는 실수가 속출했다.

전반이 끝나갈 무렵인 44분 좌측 지점에서 파울을 범해 프리킥을 내줬고, 세트피스에서 아로요를 제대로 막지 못해 헤더슛을 허용했다.

다소 찝찝하게 전반전을 끝낸 뒤 후반 시작 3분 만에 재차 한 골을 내줬다. 벤투 감독이 그토록 강조하는 후방 빌드업이 또 다시 삐걱거린 것이다. 조현우 골키퍼의 불안한 패스가 시발점이었고, 남태희는 치명적인 백패스 미스를 범했다. 이 공을 가로챈 블랙번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0에서 순식간에 2-2가 되자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가라앉았다. 비교적 원활하게 운용된 4-3-3 전술은 후반들어 상당히 경직된 모습이었다. 결국 벤투 감독은 후반 20분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을 투입하며 4-2-3-1로 전환을 꾀했지만 끝내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수비 불안은 경기 종료 직전에도 이어졌다. 측면에서 돌파를 허용했고, 문전으로 향한 크로스는 조현우 골키퍼를 지나쳤다. 파나마 공격수에게 결정적인 슈팅 기회가 찾아왔다. 그 앞에는 오른쪽 풀백 김문환이 막고 있었다. 쉽게 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슈팅 임팩트가 정확하지 못해 한 숨 돌렸다. 자칫하면 2-3 대역전패로 끝나는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었다.

수비에서의 잦은 실수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우루과이전에서는 김승규 골키퍼의 불안한 볼처리, 그리고 김영권이 넘어지며 실점으로 연결되는 장면이 나왔다.
 
파나마와 무승부... 지친 선수들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2-2 무승부로 경기를 끝낸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다.

▲ 파나마와 무승부... 지친 선수들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2-2 무승부로 경기를 끝낸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열린 9월 칠레전에서도 수비 조직력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사실 극심한 골 결정력 난조가 아니었다면 칠레의 승리로 끝날 경기였다. 심지어 종료 직전 장현수의 어이없는 백패스 미스는 팬들을 실망시켰다.

한국은 이번 10월 A매치 2연전에서 모두 실점을 기록했다. 수비 불안 해소는 내년 1월 2019 AFC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벤투호가 반드시 풀어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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