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이번 시즌은 디비전시리즈까지였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지난 6일, 7일, 9일 치른 휴스턴과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3연패를 당하며 올 시즌을 마감했다. 2016년 이후 2년 만에 노리던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도 물거품이 되었다.

지난 3년간 클리블랜드는 최전성기를 누렸다. 탄탄한 선발진과 철벽 불펜, 그리고 린도어-브랜틀리-라미레즈-엔카나시온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타선을 앞세워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를 지배했다. 2017 시즌에는 기적적인 22연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성적의 가장 큰 원동력은 프랑코나 감독과 미키 캘러웨이 코치가 만든 최강의 불펜진이었다. 특히 앤드류 밀러와 코디 앨런, 닉 구디, 덴 오테로 등 5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중 무려 5명이 2점대 이하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캘러웨이 코치가 떠나고 과부하가 걸린 불펜진은 어느새 클리블랜드의 약점이 되어버렸다. 밀러와 앨런의 평균자책점은 4점대를 넘어섰고, 나머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올리버 페레즈가 51경기 1.39의 방어율을 기록했고,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데려온 브래드 핸드와 아담 심버가 힘이 되어줬다.

휴스턴과의 디비전시리즈에서도 불펜의 열세를 실감했다. 맥컬러스-프레슬리-론돈-오수나로 이어지는 철벽 불펜을 새롭게 구축한 휴스턴에 비해 클리블랜드의 불펜은 너무나 낡았다. 결국 클리블랜드는 바우어를 불펜으로 기용하는 강수를 뒀지만, 3차전에서 7회 이후 무려 10실점을 허용하며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불펜 투수들 중에서도 밀러의 부진은 뼈아팠다. 숱한 부상으로 이번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밀러는 그래도 포스트시즌에서만큼은 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밀러는 2경기에 출전하여 0.1이닝만을 소화하며 1피안타 3볼넷을 허용했다. 위기를 틀어막으라고 내보냈더니 오히려 위기를 자초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2006년 1라운드 6순위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입단한 밀러는 데뷔 초반에는 선발 투수로 뛰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고, 보스턴으로 이적한 이후 불펜으로 포지션 변경을 단행했다. 그리고 2014 시즌부터 정상급 불펜으로 성장하여 특급 선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14 시즌 중반 보스턴에서 볼티모어로 이적한 밀러는 이적 후 2승 무패 1.35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볼티모어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이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밀러는 양키스와 4년 3600만 달러라는, 불펜 투수 치고는 상당히 좋은 계약을 맺게 되었다.

양키스 이적 후에도 밀러의 활약은 이어졌다. 2015 시즌 3승 2패 2.04 100탈삼진이라는 활약에 힘입어 사이 영 상 투표 10위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구원 투수 중에서는 거의 언터쳐블급 활약을 했던 캔자스시티의 웨이드 데이비스 다음 가는 성적이었다.

그리고 밀러는 더 강해졌다. 양키스에서 시즌 중반까지 채프먼과 함께 필승조를 구축한 밀러의 기록은 6승 1패 방어율은 1.39에 불과했다.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에도 선정되면서 밀러의 주가는 점점 급등했다. 그리고 밀러는 행선지는 달랐지만, 2년 전처럼 우승을 노리는 팀, 바로 클리블랜드로 둥지를 옮기게 되었다. 그때부터 밀러의 전설은 시작되었다. 

201cm의 큰 키와 좌완이라는 장점을 가진 밀러는 상대 타자들을 완전히 압도했다. 슬라이더와 포심 패스트볼이 95.2%에 달하는 단순한 투구 패턴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평균 84마일짜리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0.164에 불과했고, 1년 전 0.253의 피안타율을 기록하며 약간 불안했던 패스트볼의 피안타율도 0.189까지 떨어뜨렸다. 그리고 싱커의 피안타율은 제로였다.

그리고 맞이한 3번째 포스트시즌. 이전까지 밀러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6경기 8.1이닝 1피안타 방어율 0이었다. 포스트시즌만 되면 더 강해지는 선수였다. 그리고 밀러는 3번째 포스트시즌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프랑코나 감독은 제일 믿을만한 불펜 투수였던 밀러를 마무리가 아닌 가장 큰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항상 올렸다. 그리고 밀러는 언제나 준비된 선수였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챔피언십시리즈까지 그는 11.2이닝을 소화하며 5피안타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가 잡은 삼진 개수는 무려 21개였다. 타자를 맞춰 잡는 것이 아니라, 구위로 윽박지르는 피칭이었다. 

이후 월드시리즈에서도 2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밀러는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며 마지막 2경기에서는 아쉽게 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누구도 밀러를 욕할 수는 없었다.

2017 시즌 4승 3패 1.44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또 한 번의 완벽에 가까운 시즌을 보낸 밀러는 월드시리즈 준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양키스에게 충격적인 역스윕을 당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FA를 앞둔 2018 시즌 밀러는 예상대로 과부하에 걸렸다. 지난 3년간 198.2이닝을 던지며 쉬지 않고 달려온 밀러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무릎과 팔 모두 성한 곳이 없었다. 결국 그는 마지막 시즌 37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하며 자신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팀 역시 우승 도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렇게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본 밀러는 이제 자유계약 선수가 되었다. 2년간 엄청난 활약을 펼쳤지만, 이번 시즌의 부진이 너무도 컸기에 밀러의 초대형계약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전성기의 밀러를 본 팀들이라면 충분히 그에게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밀워키에서 탈삼진 기계같은 모습을 보이며 '밀러 롤'을 맡고 있는 조쉬 헤이더도 밀러만큼의 임팩트를 보이고 있지는 못하다. 그만큼 밀러의 당시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과연 밀러의 전성기는 여기까지일지? 아니면 부상을 극복하고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이번 스토브리그 불펜 시장에서의 가장 큰 화두는 밀러의 거취 및 부활 여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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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6기 이정엽
야구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앤드류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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