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리거에게 돌진하는 누르마고메도프

맥그리거에게 돌진하는 누르마고메도프 ⓒ AFP/연합뉴스

 
하빕의 레슬링이 맥그리거의 타격을 무력화시킨 일방적인 승부였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는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파라다이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29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코너 맥그리거를 4라운드 서브미션으로 제압했다. 탐색전으로 진행된 1라운드 이후 2라운드부터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하빕은 27전 전승의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1차 방어에 성공했고 맥그리거는 UFC 진출 후 두 번째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하빕은 경기가 끝난 후 맥그리거의 스파링 파트너와 집단 난투극을 벌이며 승자 인터뷰는커녕 챔피언 벨트도 허리에 차지 못하고 경찰에 연행되는 오점을 남겼다. 하지만 UFC229를 '본방사수'한 격투 팬들은 결코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1년 만의 복귀전에서 화려한 KO승을 거둔 '도깨비' 토니 퍼거슨의 화려한 컴백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연승의 케빈 리 서브미션으로 꺾고 라이트급 잠정 챔피언 등극

퍼거슨은 UFC 라이트급 내에서 상당히 저평가된 파이터 중 한 명이다. 동급 최고의 긴 리치(194cm)를 가지고 있음에도 저돌적인 인파이터 스타일을 선호하는 퍼거슨은 2012년 5월 마이클 존슨에게 판정으로 패한 후 옥타곤에서만 파죽의 9연승 행진을 달렸다. 특히 2016년11월 라이트급 전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연패를 안겨주며 그를 웰터급으로 보낸 파이터도 다름 아닌 퍼거슨이었다.

하지만 라이트급은 3~4년 전부터 앤서니 페티스, 안요스, 에디 알바레즈, 멕그리거가 뒤엉키면서 상당히 복잡한 타이틀 전선을 형성했다. 퍼거슨은 5 경기 연속 보너스를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고도 매 경기 챔피언이 바뀌는 혼전에 휩쓸려 타이틀 전선에서 한 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어렵사리 랭킹을 2위까지 끌어 올렸지만 하필이면 1위 자리에는 부상은 잦지만 실력 만큼은 최고인 현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있었다.

멕그리거는 챔피언에 오른 후 여자친구의 출산을 핑계로 자체 휴가를 선언했고 작년에는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세기의 대결'로 포장된 복싱 이벤트 경기를 치르느라 방어전을 소홀히 했다. 이에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챔피언 맥그리거를 배제한 '플랜B'를 준비했다. 부상을 이유로 대회 출전에 난색을 표하는 하빕 대신 최근 5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던 케빈 리와 퍼거슨의 잠정 타이틀전을 성사시킨 것이다. 

하지만 1992년생의 젊은 강자 케빈 리는 노련한 퍼거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체중 감량부터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한 리는 퍼거슨과의 경기에서 1라운드에만 대등한 승부를 펼쳤을 뿐 2라운드부터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퍼거슨은 이 기회를 잡아 리에게 활발하게 공격을 퍼붓다가 3라운드 후반 하위 포지션에서 트라이앵글 초크를 걸어 항복을 받아냈다.

퍼거슨은 잠정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 후 맥그리거를 향해 "너는 외통수에 걸렸다"며 자신과 경기하거나 타이틀을 반납하고 도망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2018년 하반기 타이틀전을 고집했고 결국 라이트급 타이틀을 박탈 당했다. 결국 화이트 대표는 UFC 223에서 잠정 챔피언 퍼거슨과 부상에서 돌아오는 하빕의 타이틀전을 통해 새로운 라이트급 챔피언을 가린다고 발표했다.

1년 만의 복귀전에서 '퍼거슨 스타일'대로 TKO승  

맥그리거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을 때부터 실질적인 라이트급의 '양강'으로 불리던 퍼거슨과 하빕의 경기는 격투팬들의 엄청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퍼거슨은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무릎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됐고 어렵게 따낸 잠정 챔피언 타이틀까지 박탈 당했다. 그리고 하빕은 UFC223대회에서 알 아이아퀸타를 판정으로 꺾고 비교적 손쉽게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퍼거슨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잠정 타이틀 박탈의 부당함을 피력하며 하빕의 1차 방어전 상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퍼거슨의 바람과는 달리 UFC에서는 엄청난 흥행이 보장된 하빕과 맥그리거의 타이틀전을 추진했고 퍼거슨은 또 한 번 타이틀전 기회를 잃었다. 같은 날 코메인이벤트에서 전 챔피언 페티스와의 경기가 성사됐지만 사실 퍼거슨 입장에서는 동기부여가 쉽지 않은 경기였다.

하지만 역시 퍼거슨은 퍼거슨이었다. 변칙적인 공격스타일과 지칠 줄 모르는 좀비근성으로 진흙탕 싸움으로 경기를 이끌어 가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퍼거슨은 페티스전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전혀 잃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는 페티스의 다양하고 화려한 킥 공격을 관찰하다가 펀치 공격으로 맞불을 놓으며 탐색전을 펼쳤다. 1라운드만 보면 퍼거슨이 다소 위축된 경기를 펼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퍼거슨은 2라운드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라운드 초반 페티스의 타격에 맞아 출혈이 일어난 퍼거슨은 지혈을 위해 잠시 경기가 중단된 후 다시 재개됐을 때 페티스를 바라보며 악마처럼 웃었다. 퍼거슨은 라운드 중반부터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잡았고 2라운드가 끝날 무렵 페티스의 안면은 피로 엉망이 돼 있었다. 결국 퍼거슨은 2라운드 종료 코너스톱 TKO승으로 1년 만의 복귀전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당초 퍼거슨은 하빕과 맥그리거전 승자의 다음 상대로 낙점돼 있었지만 메인 이벤트가 막장으로 치달으면서 이제는 쉽게 향후 구도를 점칠 수 없게 됐다(심지어 이번 집단 난투극이 하빕과 맥그리거의 재대결을 성사시키기 위한 UFC의 '큰 그림'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하빕과 맥그리거의 경쟁 구도가 누구의 승리로 막을 내리더라도 챔피언은 옥타곤 11연승에 빛나는 퍼거슨이라는 강력한 도전자를 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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